그의 또 다른 책이 나의 책장에 들어왔다.
여태껏 사랑에 대해..사랑하는 여자와 남자의 마음에 대해 지나치게 심오할 정도로 이야기를 펼쳐 왔던 알랭 드 보통.
이별한 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참 빙빙 돌려서 어렵게도 이야기했던 그가 이번엔 사랑이 아닌..
불안에 대해 이야기 한다. 소설도 아닌 철학책도 아닌 그렇다고 심리서적도 아닌 그냥 에세이로..
이 작가의 책을 한 번 읽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지적 수준이 높지도 않고,
모르는 부분은 그냥저냥 넘어가는 불성실한 독자이지만..그의 책은 매력이 있다.
그냥 어렵다며 포기해버리는 것이 분할 정도로 매력이 있다.
더구나 소재가 불안이라니..
2012년이 되면서 헐리우드 영화에서 시작된 종말론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미래(이번년에 지구가 멸망한다면 이 미래는 안 오겠지만;;)에 대한 불안.
인간 관계에 대한 것.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불안.
심지어는 아무런 이유없는..그 근본을 알 수 없는 불안 등등에 자주 시달리는 나는 이 책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그는 인간이 느끼는 본연의 불안함을 사회 문화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신분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 사회로 넘어오면서 계급의 파괴가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작용했는지부터 시작해서..
불안의 원인들을 분석해갔고..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시도했던 다양한 예술이라던가 종교, 보헤미아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쉽지 않을 거라고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지만, 역시 어려웠다.
그가 열심히 찾아보고 공부했을 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의 말이
심심치 않게 인용되어 나오는데..얕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으니 그 맥락을 한번에 알아차리기란 무리.
이제서야 한 번 읽었고, 다음에 또 읽을 마음이 가득하지만 두번을 읽는다고 해서 이해가 될런지는 정말 모르겠다.
또, 이건 그의 생각일 뿐이다.
이건 학술서와 논문처럼 전문적인 글이 아닌 철저히 그의 논리로 무장한 그의 이야기다.
그의 생각은 그렇군..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까지만 하려고 한다.
그가 말한 것들은 개인적인 문제에서 오는 불안이 아닌 조금 더 큰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해(열심히 여러번 읽는다면...ㅠㅠ)는 가능해도 완전 공감까지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알랭 드 보통..그가 느꼈던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이라도 해줬더라면 좋았을 걸..하는 아쉬움도 살짝 든다.
작가가 되기 전..혹은 글을 쓸 때, 쓰고 난 다음..유명해진 다음에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이야기해 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참말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내가 읽은 어떤 책과도 비슷하지 않게 글을 쓸 줄 아는 작가..
이런 인식이 더욱 세게 콕 와서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