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에 솔깃해서 한 번 읽어 봤다. 꽤 괜찮은 영화였다는 평을 들어서 말이다.

검은 빛의 작가라는 것도 살짝 작용해서 호기심으로 열심히 읽어봤다.

 읽고 난 다음 첫번째 든 생각은 잔잔하다..라는 것이다. 거기다 일본 드라마에서 봐왔던 익숙한 평범하면서도 잔잔한 드라마같다는  것. 일본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출판사에서 사전을 만드는 편집부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전을 만드는 일이 배를 만드는 작업에 비유해서 말을 엮어 사전을 만드는 제목이었다. 제목만으로는 전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사전이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드는 것인지도 몰랐고, 그렇게 복잡한 지도 몰랐다. 서점에 꽂혀 있는 사전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당연히 만들어 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구나 요즘은  디지털 사전이 워낙에 많이 사용되고 있어서 종이 사전을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공부할 때도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도 종이를 넘겨가면서 찾아 본 적은 없다. 검색해 보는 것이 훨씬 편하고 쉬우니까.

 

 하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니 어쩐지 사전이라는 것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졌고, 더 많은 애정을 가져줄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일이든, 어떤 것이든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없고, 쉽게 세상에 나오는 것도 없을테지만..그것들에 대한 감사..그리고 그것들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노력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하늘의 별보다 더 많은 말들이 세상에 존재하지만 그 뜻과 그것이 품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해 봤는지..

잠시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영화로 나왔다니까 언젠가 한 번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잔잔하게 마음을 적시는 책이었다.

  고등학교 봉사활동으로 만난 다섯 친구가 있다. 이름 속에 색의 이름이 들어간 네 사람과 색채가 없는 한 사람..

그들 다섯은 함께 있을 때 완벽한 존재들이었다. 각자 개성은 달랐지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함께 있을 때 더욱 빛이나고 완벽한 존재였다. 하지만 다자키가 도쿄로 대학을 가게 되었고, 그럼에도 잘 지냈지만 대학교 2학년 때 다자키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고향에 남은 네 사람에게 거부 당했다. 이유도 알 수 없고, 아무도 그를 만나 주지 않고, 친구들을 잃었다는 생각에 돌아갈 곳 없던 다자키는 5개월 동안 죽음만을 생각했다. 그는 죽음의 입구에서 살았다. 하지만 그는 살았고, 오랜 꿈이었던 역을 만드는 일을 하며 새로운 사람과 사랑하고 싶은 여인도 만났다. 그녀가 네 사람을 만나보는 것이 좋겠다는 말에 그가 움직였다.

 

 일상의 전부였던 친구들에게 돌연 외면 당한다면 ..그 이유조차 알 수 없다면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더구나 아직은 어린 나이..더구나 다른 친구들에 비해 특징도 개성도 없다고 여겼던 다자키에겐 너무나 빛나는 존재였던 그들에게서 떨어진다는 것은 더이상의 삶은 무의미하다는 생각마저도 들게 할 것 같다. 그런 그가 친구들을 찾아 떠났다. 한 명한 명 만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고, 다자키를 바라보았던 친구들의 마음도 알게 되었다. 그가 있었기에 5명이 완벽했던 것이다. 그가 색채가 없었기에 그는 다른 네 사람의 개성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루키의 책은 한 번만으로는 그 매력이나 느낌이 전해지지 않는다.(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쩐지 모호한 듯하면서도 마무리가 된 것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로 마지막 장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마지막이 오면 한없이 아쉬워 진다.

정말 오랜만에 읽은 책이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또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그의 글을 또 읽고 싶다.

 "난 절대로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을 거예요."

열 세 살의 어린 딸이 이런 말을 했다. 이 말은 그저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부모님이 싸운 뒤에 한 번쯤 그냥 해 볼 수 있는 말이었다. 더구나 아직 열 세 살이다. 하지만 이 말을 흘려 듣지 않은 제인의 아버지는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제인과 엄마를 떠나버렸다. 엄마는 제인을 평생 원망한다. 모두 제인의 탓이라고..

 그 말이 저주가 되었을까..제인의 인생은 절대로 평탄하지 않았다. 남자친구는 제인을 금세 차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해 버렸고, 그 아픔을 위로해준 지도교수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는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었다. 위험한 관계였지만, 들키면 절대 안되는 관계였지만 제인은 그를 무척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고, 철저히 비밀스러운 관계였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미 학교 전체에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제인은 열심히 묵묵히 그 상황을 이겨나갔다.

 이미 충분히 겪을만큼 겪었던 제인에게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아버지는 커다란 역풍을 몰고 오고, 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생이 흘러간다. 이 모든 것을 겪고, 겨우 다시 사랑을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사랑스러운 딸도 얻었다. 이제 겨우 행복을 향해 한 발 나아갔다고 생각했지만 불행은 제인을 놓아주지 않았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이라면 일단 읽어보게 된다. 습관이 되어 버렸다. <위험한 관계>에서도 그렇지만 한 여자의 불행한 인생을 이토록 처절하게 그릴 수 있는 이 작가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물론 작가가 해 주려는 이야기는 불행한 인생만은 아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이 있다. 그 곁을 지켜주는 사람도 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희망을 놓지만 않는다면...

 

 여전히 할 이야기가 많은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부지런히도 글을 쓰는 작가이니 아마 다음 작품도 금세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가 많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