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구라의 독설을 좋아한다. '독설'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것처럼 그의 말은 독하다. 하지만 쓸데 없이 말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날카롭게 갈아낸 짧은 말로 자기 생각을 표현한다. 저렇게 말해도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까...싶을 만큼 그는 거침이 없었다. 그렇게 말로 먹고 살던 그가, 결국은 말 때문에 활동을 접어야 했으니...세상일은 모를 일이다.

 

  그렇게 모든 활동을 접고 뭘했을까...궁금했는데, 책을 한권 냈단다. 독설의 대명사인 김구라가 진로를 바꾸어 독설은 잠시 접어두고 진심을 담아 얘기하겠단다. 독설은 차가운 느낌이고, 진심은 왠지 따뜻한 느낌인데...그렇게 사람이 한순간에 체온이 바뀔 수도 있나? 반신 반의하면서 펼쳐든 책! 결론부터 얘기하면, 김구라가 정말 따뜻해졌다. 사람이 어떻게 한순간에 변해??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는 변하지 않았다. 독설을 했던 김구라도 지금 진심을 담아 말하는 김구라도, 결국 같은 사람이다. 그저 표현방법이 조금 바뀌었을 뿐. 독설은 조금만 무디어도 밋밋해진다. 걸러지지 않은 진심은 때론 얼음보다 차갑고 날카롭다. 독설의 대가 김구라식 진심! 그의 독설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는 진심이 담긴 뼈있는 독설이기 때문이다. 

 

   책 중간 중간에 부록처럼 들어 있는 연예계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김미화, 이경규, 슈퍼주니어의 희철 규현, 황금어장 PD들, 문희준, 이봉원, 윤종신, 정은표, 박찬민, 조형기, 김흥국...만날 독설만 하는 김구라가 과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그들의 장점들을 거침없이 말하는 김구라는, 한마디로 그들이 좋단다. 그에겐 주변 사람의 장점을 정확히 볼 줄 아는 통찰력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장점을 배우려 노력한다. 김구라와 내가 친분이 있다면, 그는 나에게서 어떤 장점을 발견해줄까... 그가 인정하는 장점이라면, 어쩌면 나의 최고 장점일 수도 있겠다는 이 맹목적인 믿음은 뭐지??

 

   하루 아침에 방송을 그만두고 보니 일상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누렸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됐다고 한다. 자신의 고민이 깊어지니 오히려 다른 사람의 고민도 들어줄 수 있는 진심 담긴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의 후반부에 펼쳐져있는 고민상담소에서 고민해결사 역할을 하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진심으로 와닿는다. 이 부분은 한편으로 통쾌하기도 하다. 어줍짢게 위로하려하지도, 근사한 말로 포장하려 하지도 않고, 김구라 특유의 돌직구를 날려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며 그들의 성공방식을 지켜보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남에게 인정 받는다는 것은 그리 거창하지도 뭔가 특별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무능함을 망각한 채 세상을 향해 불평 불만을 쏟아내느라 잊고 사는 것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을 얘기하는 김구라. 그렇게 깊어진 사람의 얘기라면 한번 귀기울여볼만하지 않을까?

  요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다시 보기!! 동화의 사전적 정의는 어린이를 위해 쓴 이야기이지만, 그건 꼭 어린이들만 읽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어른이 되어 동화를 읽으면 세상사의 '기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효과를 보너스로 얻게 된다.

  최근에 출간된 <사랑나무> 라는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랑이야기에 늘 따라다니는 그 흔한 삼각관계도 없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장소 이동도 없고 배경은 오직 북한산의 어느 자락. 주인공은 참나무와 피나무! 가끔 몇몇 등장人물이 있긴 하지만 모두 엑스트라이다. 그렇게 이 책 <사랑나무>는 온전히 북한산 자락에 있는 참나무와 피나무에 집중해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서로 다른 나무가 하나의 사랑나무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데, 그것은 인간의 사랑과 다르지 않다. 한 공간에 마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렜던 참나무와 피나무. 점점 서로 만지고 싶을만큼 애틋해졌다가, 또 서로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실망도 했다가, 모진 시련이 지나가고 난 뒤엔 어느새 사랑나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 있는 그들! 그렇게 하나가 되기까지는 서로의 껍질을 뚫는 아픔이 있지만 그건 서로 다른 두개의 이름으로 살다가 사랑나무라는 새로운 하나의 이름으로 완성되어가는 진정한 사랑의 과정을 담고 있다.

 

  산에 가면 가끔 연리지를 만난다. 서로 다른 두개의 나무에서 뿌리와 기둥이 시작되었는데, 어느덧 하나의 가지로 감쪽같이 이어져 있는 나무! 그저 신비한 자연현상이겠거니 했는데, 이젠 그런 나무를 보면, 이 책 <사랑나무>의 주인공이었던 참나무와 피나무가 생각 날 것 같다. 나무에게서 배우는 사랑! 그것은 전혀 새로운 방법론이 아니다. 머리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실천하지 못하는 기본 중의 기본! 하지만 그 사랑의 기본을 나무를 통해 들으니 그 울림이 사뭇 크게 느껴진다.

 

  "너는 내 안으로, 나는 네 안으로, 이렇게 우린 너무 서로에게 깊이 들어와 버렸어. 우리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떨어질 수 있을 거야. 아파도 함께 살아야 하고, 힘들어도 함께 견뎌야 해. 이게 사랑이야. 사랑엔 그만큼 아픔이 따르고 서로에게 책임이 따르는 거야. 이젠 서로가 원해도 떨어질 수 없을 만큼 우리는 서로의 일부가 되어버렸어. 보라고, 나의 일부인 껍질이 사라졌고, 너의 일부를 이루고 있던 껍질도 깎여 나갔잖아. 서로가 이렇게 조금씩 깎였으니, 너와 내가 속살로 만날 수 있는거야. 사랑은 피상적으로 만나기보다는 서로의 일부를 포기하고 나서야 진정으로 만날 수 있는 거라고. 그래서 더 이상 떨어질 수 없게 되는거지. 만일 떨어진다고 생각해봐. 너도 나도 잃어버린 껍질을 복원하지 못하고 평생 속살을 드러낸 채 살게 될거야. 그렇게 다시는 떨어질 수 없는 운명, 이게 진정한 사랑인지도 모르겠어."

-본문 중에서-

 

  사랑학의 ABC를 나무들의 사랑 이야기에 은근히 녹여놓은 책! 분명 동화 한편 읽었을 뿐인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사랑학 강의를 듣고 나온 것 같은 뿌듯함을 이 책 <사랑나무>가 선사해주고 있다.

 

사랑나무

 요즘 내 삶의 가장 큰 화두는 '건강'이다. 지난 겨울엔 허리 통증으로 인해 사흘동안 누워 있으면서, 이대로 영원히 허리 펴고 일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에 잠 못 이뤘었다. 그러다간 얼마전엔 멀쩡하던 치아가 부러지는 사태 발생!! 내 몸의 칼슘 결핍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고, 점점 심해지는 탈모증세는 멘붕상태에 이르게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에 좋은 약" "~에 좋은 비법" 같은 얘기에 눈이 번쩍, 귀가 쫑긋해진다.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요, 건강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 했던 옛 성인들의 말씀을 온몸으로 체감중이다.

  그런 내게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 한권 있었으니, <한 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였다. 사실 이책은 본 제목보다 부제가 더 솔깃한데, "제이콥스의 760일 죽기 살기 몸 개조 프로젝트!!"!! 제이콥스가 누군던가!! "뭐든 직접 해본다"는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저널리즘계의 돈키호테가 아니던가!! 세상의 모든 진리를 알아보겠다고 브리태니커 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한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를 썼고, 성경의 모든 계율을 빠짐없이 지켜본 뒤 <미친 척 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을 썼다. 또한 누구나 상상만 하는 삶을 진짜로 살아본 과정을 담은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를 통해 일사을 뒤집는 인생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가 이번에는 세상의 모든 건강비법을 체험해보겠다며 760일간 건강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인간의 힘으로 가능한 '극도의 수준으로 건강해지기' 위해!!

  건강해지려면 뭘 먹어야 하고, 뭘 마셔야 하고, 어떤 운동을 해야하는지...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출발! 건강해지기 위한 노력은 단지 몸으로 하는게 아니라 몸에 대한 집중 공부로 이어진다. 그동안 아프고 병들어도 내 몸에 대해 공부해보려 하지 않았던 나는 얼마나 게을렀던가 싶다. 이 책이 건강브리태니커인 이유를 알 것 같다. 저자는 단지 자신의 몸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은 것이 아니라 760일간 치열하게 자료를 모으고 공부를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심장과 뇌, 피부, 귀, 코, 발, 생식기를 가져보겠다는 야무진 각오로 시작한 그의 도전! 생활속에서 부딪히며 그가 찾아내는 살아있는 건강정보들을 나는 염치없게도 편안히 앉아 하나씩 습득할 수 있었다.

  사실 건강이라는 것은 정답이 없다. 케일을 챙겨 먹고, 독소물질을 피하고, 전자레인지와 휴대전화를 쓰지 않고, 유기농 음식을 먹고, 유기농 침대보에서 자는 제이콥스의 고모도 결국 암에 걸리지 않았던가. 또한 무엇을 하든, 얼마나 자주 운동을 하든, 아무리 유기농 콜리프라워를 많이 먹든, 아무리 헬멧을 쓰고 다니듯 우리는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다. 이런 허무주의에 빠지면 '그냥 이대로 살다가 죽을래~' 소리가 나오겠지만,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병이라는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시켜놓고 있기보다는 최소한의 방어막은 마련해놓고 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이콥스처럼 2년이 넘는 세월동안 몸을 던져 시도해보진 않더라도, 건강 습관을 날마다 실천하는 것,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그 길 위에서 내가 따 먹을 수 있는 건강과일을 열매 맺게 해준 제이콥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