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 대한 서평인만큼 이번 서평은 시의 형식을 빌려서 써 봅니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2

 

10년 동안 시를 버렸던 시인이 돌아왔다.

그것도 사랑할 수 없는 시대,

빙하시대에…

 

세상은 시보다 허술하다는 것을 알았고,

세상은 시보다 재미없음을 알게 된 시인.

그의 시는 확실히 세상보다 재미있다.

 

푸른 빛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듯

시 속 세상은 암울하다.

하지만,

허무함이라는 세글자로 표현되는 그 세상은

왜 공허하지 않고 꽉 차 있는 것일까?

 

좀 더 간결하게!,

좀 더 함축적으로!

시인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툭툭 내던지는 말은

그 자체로 시어가 되고,

그 시어 속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감정이

적절히 잘 녹아 있기에...

 

대답을 원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아닌데

독백처럼 낮게 읊조리는 그의 노래에

독자인 나는 홀로 대답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이 음식앞에서 수줍어 하는 것처럼

나는 오늘 눈물 앞에서 수줍어 합니다 (p.55)

 

---배우지 못한 사람이 책 앞에서 수줍어 하는 것처럼

나는 오늘 당신의 시 앞에서 수줍어 합니다

 

*불꽃놀이를 즐기면 그 뿐

무엇으로 불꽃을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p.61)

 

---당신의 시도 어떤 삶의 재료로 썼는지 중요하지 않아.

그냥 이 순간 그 시를 즐기면 그 뿐.

 

시는 어렵다

허연 님의 시는 더 어렵다.

그렇기에

그의 시를 이해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진정한 어른이 되었음을 자축한다.

 

하지만 여기 젊음으로 순수함으로 남고 싶어하는 이가 있다.

나의 고루한 일상 속에 작은 파문을 던진 사람!

시인 허연.

그가 서 있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최근 동물원에 간 적이 있다.

동물들을 구경하러 간 곳!

그곳에서 난 아이러니하게도 사람 구경을 하고 있는 동물들을 봤다.

'내가 구경하고 있는 대상에게 나 또한 구경물이 될 수 있겠구나..

저 동물들의 눈으로 보면 이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어떻게 보일까...?’ 새삼 궁금해졌다.

 

그러던 차에 아주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책 한권을 발견했다.

바로 이 책, <막시무스의 인간동물원에서 살아남는 법>!

 

책을 펼치니, 일단 수백가지의 명언들이 눈에 들어온다.

적재적소에 가장 적합한 명언을 던질줄 아는 연예인 김제동처럼

이러한 명언들을 머릿속에 담아놓으면 꽤 똑똑해보일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명언들 속에서, 인간살이의 답을 찾나보다~ 생각했던 것조차도 나의 오만이었다.

이 책의 진짜 가치를 확인하는 순간, 나의 욕심과 오만이 더 없이 부끄러워진다.

 

이 책은 명언집이 아니다.

오히려 유명인들이 남긴 각종 명언들이

저자인 막스무스에 의해 처절하게 무너진다

 

예를들면

아이들에게 정직이 최선이라고 진심으로 말하려면

먼저 세상을 정직하게 만들어야 한다

(쇼:아일랜드의 극작가, 비평가)

틀린말이 아니다. 하지만 막시무스가 받아들이는 방식은 이렇다.

정직한 세상에 아이들을 내보낸다면 왜 굳이 정직하라고 하겠습니까?

우리 아이들이라도 정직하게 살아서 정직하지 않은 세상이 변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을 잘 모르는 사람이네요

(막시무스>

 

유쾌하다.

교과서적이지 않아서, 뻔한 말을 하지 않아 좋다.

어쩌면 내가 하지 못하는 말을 나대신 세상에 내뱉아주니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이 책은 유쾌하게, 통쾌하게 웃으면서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나 역시 그가 따끔하게 놓는 일침의 대상이 되는, 그런 인간이므로...

세상을 향해 통쾌하게 웃다 보면, 그 세상 속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이 보이고

그가 던지는 유머가, 어느 순간부터는 해학적 풍자적 골계미로 와닿는다.

이렇게 살아라~ 생각은 이런 식으로 해야한다~ 직접 훈계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드니

저자인 막스무스는 진정 고단수다!

 

<인간동물원>이라는 우리의 거울을 저자인 막시무스는 제대로 그려놨다.

인간동물원을 들여다보겠다는 마음으로 떠나는 것부터가 용기있는 시작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가는 기분으로, 둘러보면 더 좋을 듯 하다.

동물원을 좀더 빨리 돌아볼 수 있는 코끼리차나, 케이블카는 타지 말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천천히 둘러보길 권한다.

한바퀴 다 둘러보고 나면 관람객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결국 구경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것이다.

그러고 나면 보일 것이다.

“인간동물원에서 유쾌하게 살아남는 법!”

 

현명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실수에서 배우고

바보는 자기 실수에서 배운다

(브라운:미국의 작가, 언론인)

 

막시무스가 경험한 바로는

현명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실수에서 배우고

보통 사람은 자기 실수에서 배우고

바보는 자기 실수에서도 배우지 못합니다

막시무스가 관찰한 바로는

현명한 사람은 실수를 줄여나가고

보통 사람은 실수를 반복하고

바보는 실수를 확대 재생산 하더군요

그래서 막시무스의 결론은

현명한 사람은 실수를 엄한 선생으로 받아들이고

보통 사람은 실수를 익숙한 친구로 여기고

바보는 실수를 자기 분신으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막시무스, p.65)

 

공중에 동전을 던졌을 때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가지!

동전의 앞면이 위로 오던가, 뒷면이 위로 올 것이다.

그렇다면 앞면이 나올 확률은 1/2.

하지만 동전을 네번 던진다고 앞면 두번, 뒷면 두번이 딱 떨어지게 나오진 않는다.

연이어 앞면만 네번 나올 수도 있다.

이렇게 수학적 공식을 깨는 경우를 우리는 "우연"이라고 한다.

우연 치고는 너무나 기가 막힌 일이 네번 연속으로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것을 단순히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꿈을 꿨는데 이튿날 현실화되었다면?

'우연이겠지? 아냐, 우연치고는 너무나 기가 막히는데? 우연이 아닌 뭔가가 있는건 아닐까?'

이처럼 마치 탁구공이 네트를 넘나들듯

독자로 하여금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책 <살인자의 책>이다.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원한, 그리고 그 원한에 따르는 복수!

누구나 마음 속에 죄의식을 담고 살기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누군가 자신을 향해 복수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해서는 특히나 무한의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다가 그것이 내가 한 일에 대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복수라는 것을 알게 될땐

예측가능한 공포에, 더욱 벌벌 떨게 된다.

 

너무나 사소한 트러블로부터 발단이 된 사건!

그것도 서로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진데서 나온 트러블!

그 트러블이 결국 강도센 소용돌이를 몰고 온다는 스토리...

 같은 사건에 대해 입장이 다른 두 사람의 얘기에

독자는 마치 배심원이 된듯 양쪽 모두에 귀 기울이게 되고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에 대해선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책을 덮는 순간,

아차! 하며 머리 속에 스친 것이 있었다.

책의 맨 앞페이지에 적혀 있는 마치 암호 같았던 한 구절!

 

"픽션은 삶과 경쟁한다 -헨리 제임스-"

 

어떤 의미인지 전혀 와닿지 않았던 이 말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강한 진리로 와닿는다.

픽션은 현실에서 있을법한 얘기고, 현실은 드라마틱한 것임을...

당장 오늘 나에게 일어날 일도 누군가에 의해 씌여지고 있는 책의 내용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