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라고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이에게 이렇게 답해준 적이 있다. "당신의 매력은 인간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알듯 모를듯 모호해하는 그 말에 대해 난 이렇게 풀어줬다. "사람의 탈을 썼다고 모두가 인간인 건 아니다. 비인간적인 만행이 자행되고, 인간같지 않은 인간도 많은 세상!  그래서 인간답다는 것, 인간미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훌륭한 매력이다. 또 하나, 신이라는 존재와 비교했을때, 인간은 참 부족한 존재다. 완벽하지 않고, 때론 실수도 하고, 때론 헛점도 보이고... 하지만 조금씩 그 부족함을 채워가고, 자신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모습은 그 어떤 아름다움과도  비견될 수 없는 인간미다."

 내가 말해놓고도 참 멋진 말을 했다 싶어 괜히 으쓱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인간은 신이 될 수 없다. 신처럼 완벽하려 해서도 안되고, 감히 신의 영역을 침범하려해서도 안된다. 그런 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신화"와 인간의 삶을 다룬 "인생"이 만나 하나의 제목을 이루고 있다니...
너무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가 만난 이 책의 제목에 일단 호기심이 갔다.

저자는 조셉 캠벨...신화학 쪽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내겐 생소한 이름이었다. 세계최고의 신화학자라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가 죽은지 20년이 훨씬 지나서야 그를 처음 만났다. 세계의 모든 신화 속에서, 공통된 그 무엇을 찾으려 일생을 바쳤다는 조셉캠벨, 과연 그가 일생을 두고 찾아낸 진리의 정수는 무엇일까, 새삼 궁금해졌다. 그리고 나서 이 책을 읽었을때, 조금씩 다가오는 진리... 그가 들려주는 신화 이야기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신들의 이야기, 인간의 이야기...그렇게 이분법으로 분류해놓고 있었던 나의 고정관념이 부끄러워졌다.

이 책은 펼치면 <도입의 단계-영웅의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가 나온다. 책의 내용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앞서, 본문에 나오는 캠벨의 아름다운 메시지들을 시 형식으로 재구성해놓은 것이다. 처음엔 이게 뭐지?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구절이 발견될때 찾아보면, 어김없이 이 도입의 단계 속에 있는 아포리즘이었다. 캠벨 사상의 정수만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하니, 이부분은 두고 두고 음미해봐도 좋을 것 같다. 나머지 3개의 장은 “의식의 세 가지 단계”로 나누어 정리했는데, <의식의 첫 번째 단계-현세에서의 삶>은 현실의 여러 문제들에 관한 캠벨의 깊고도 진솔한 생각이 잘 담겨 있다.  <의식의 두 번째 단계-깨달음을 향한 길> 은 개인의 진정한 성장과 깨달음에 관한 문제들을 풀어간다. <의식의 세 번째 단계-성스러운 삶과의 조우>는 예술과 신화와 종교의 은유 및 상징성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을 읽다보면 짧은 몇마디 말들이 촌철살인의 메세지로 가슴에 와 꽂힌다. 
▶인생의 의미란 무엇일까?  아무런 의미없다. 다만 우리가 거기에 의미를 부여했을 뿐!
▶여러분의 지금 모습 그대로,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평생 누릴 특권이다!
▶계란을 깨뜨리지 않고서 오믈렛을 만들 수 있겠는가? 파괴가 있은 다음에 창조가 있다!

내 삶과 상관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신화학 속엔 신비한 에너지가 있었다. 굉장히 방대한 이야기다. 그렇기에 우물안 개구리의 편협한 생각이 아닌. 분명 생각의 우주를 열어준다. 신화를 통해 인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것 같다. 평생 걸어야 하는 인생이라는 길에, 가로등 역할을 해줄 것 같은 책이다.

캠벨이 죽기 전까지 그토록 찾으려 애썼던 것이 무엇인지, 빙산의 일각만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조셉캠벨을 좀 더 알고 싶어졌다. 나의 눈은 그의 저서 <신화의 힘>과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로 옮겨지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일생을 살아가는 것은 마치 길고 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과도 같다. 그러한 긴 항해 중 아름다운 육지를 만나듯 인생의 성취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풍랑과 암초를 만나듯 인생의 역경에 부딪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내 앞날을 미리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사주나 수상, 관상을 통해서 개인의 운명을 알아보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상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있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보통 두 가지 관점으로 생각하게 된다. 눈앞의 현실이 아닌 미래의 예측이니, 미래는 개척해 나가면 그만이라고 좀더 자신을 채찍질하는 계기로 삼는 것! 그것은 긍정적인 관점이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정해진 운명은 어쩔 수 없다며 자포자기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알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 운명을 알고 있는 것은 유명한 점쟁이가 아니었다. 그 답은 바로 내 손 안에 있었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지문을 갖고 태어난다. 상품을 구분하는 고유의 바코드와도 같은 그 지문은 생후 5개월이면 완성된다고 한다. 생후 5개월 동안 만들어진 지문이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항해지도가 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지문이 갖고 있는 예언의 흔적에 대한 비밀을 바로 이 책 <지문은 알고 있다>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책도 각각의 지문에 대한 맞춤형 조언이나 경고를 주는 것은 아니다. 인간들은 지문에 따라서 크게 봉사, 사랑, 지혜, 평화라는 4개의 지구대학교 중 한 학교에 소속되어 교육을 받듯 세상을 살아가며 자신의 역량을 키워간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인생사에 희로애락이 있듯 이 학교생활 중 좋은 방향으로의 좌표가 되는 성공, 권력, 책임, 창조성, 가족, 열정 등과 같은 삶의 목적과 역경이 되는 실패, 무책임, 은폐, 죄의 문제 등의 삶의 교훈들을 스스로 조화롭고 효율적으로 컨트롤했을때 진정한 삶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지문을 통해서 어떻게 이러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방향을 점칠 수 있을까 의구심으로 책장을 넘겼지만, 책에서 말하는 순서대로 내 지문을 샘플로 지문의 형태에 따른 구분과 각각의 위치에 따른 의미를 따라가다보니 사실무근이 아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우습게 보고 넘길 내용이 아니었다. 지난 삶의 스타일이나 발자취에 분명히 근접해 있었다. 
  
  그동안 사주와 관상들에 대한 것들에 신빙성을 크게 부여하지 않고 그저 열심히 살면 되지 하며 살았는데 오늘 지문을 통해서 내 삶의 방향과 부족함을 고찰해 본 후의 느낌은 다르다. 지문을 통해서 자신을 바라보는 일은 자신의 삶이 진행해야 할 목표를 더욱 구체화시켜 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반목들을 예방하고 내성을 키우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 자신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과 시각을 달리함으로써, 그로 인한 악영향을 줄여 갈 수도 있다. 

  책을 보다 보니 문득 가족들이나 지인들에 대한 지문까지도 궁금해졌다. 그들의 손 안에 숨겨진 항해지도를 살짝 훔쳐봄으로써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가 작은 등대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그 마음 때문이다.

신문은 짬뽕받침이다! 15년전, 이런 자극적인 문구로 시작되는 <신문소프트>라는 책을 만나면서, 처음 신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신문은 역사다! 이렇게 거창하게 시작되는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 속에서 이제 신문의 진정한 가치를 만난다.

 신문스크랩을 숙제로 내줬던 고등학교 윤리 선생님 때문에 처음으로 신문이란 걸 꼼꼼히 읽기 시작했었다. 어제 하루, 이 세상엔 어떤 일들이 있었나 하는 것을 신문 하나만 꼼꼼히 읽어도 다 알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고, 세상을 향한 나의 레이더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과거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신문!! 그렇다면 내가 태어난 날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는 기사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 궁금해졌다. 도서관에 가서, 내가 태어난 날, 바로 그 날의 신문을 찾아냈을 때, 난 보물을 찾아낸 기분이이었다. 그때의 기사들과 광고들....그 기록들이 남아있음이 어찌나 반가웠는지... 그 신문은 내가 만난 가장 오래된 신문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 신문은 명함도 못 내밀게 생겼다. 100년도 훨씬 넘은 1884년부터1945년까지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담은 신문이 아예 하나의 책으로 출간되었으니 말이다.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 !! 1884년 화병범죄 부터 대한제국이 선포되던 날의 이야기, 안중근 의사의 이토히로부미 암살 사검, 한일합병,  3.1운동,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마라톤 우승. 일본의 항복, 종전협정 조인식까지... 60년의 역사가 신문의 형식을 빌어 한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문으로 된 세로쓰기 신문을 읽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쉽게 풀어서 쓴 글에 친절한 해설까지 덧붙어 있으니, 당시의 신문을 이해하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인터넷 기사들이 넘쳐나, 종이로 된 신문들이 위축되고 있는 요즘,  그 신문들이 갖는 가치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또한 따끈따끈한 기사를 담은 "신문"이 그 기사의 따끈함이 식은 순간부터는 근사한 역사 실록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독자들에게는 신문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주고, 언론인들에게는 역사에 남겨졌을때 부끄럽지 않은 진실된 기사를 쓰게 하는 책임감을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