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에게 인생은 한번뿐이다. 하지만 그 인생을 여러 번으로 나누어 경험하는 이들도 있다. 여러 번의 인생이란 생사의 반복이 아닌 삶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때를 의미한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늘 행복만 찾아오면 좋겠지만, 행복의 느낌을 크게 받기 위해선 때론 실패와 슬픔, 그리고 좌절이 필요하다. 그 좌절의 터널 끝에서 맞이하는 행복의 빛은 그야말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땡큐! 스타벅스>의 이야기도 좌절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이 그 좌절을 크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과거의 성공적인 삶의 그림자가 여전히 인생의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그림자를 희망의 빛으로 지워가며 인생의 새로운 전환을 그려낸다. 저자이며 주인공인 '마이클 게이츠 길'은 행복 뒤에 찾아온 뜻하지 않은 역경들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통해서 꼭 넉넉한 삶속에서만 인생의 가치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실패와 좌절의 순간, 긍정의 열쇠도 함께 존재한다는 믿음을 잃지 않는다면 잠시 찾아온 아픔의 순간은 쉽게 견뎌낼 수 있음에 독자들은 큰 위안을 받게 된다.

 

매일 마시는 똑같은 커피도 맛과 향이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때론 무척 향기롭고 달콤하게, 때론 무척 텁텁하고 쓰게 느껴진다. 이 또한 커피를 대하는 몸과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매일매일 향기롭고 달콤한 커피를 즐기기 위해서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마음의 여유는 곧 자신의 인생의 맛을 결정할 수도 있을만큼 중요한 것이다. <땡큐! 스타벅스>는 인생의 맛을 달콤하게 바꿔줄 커피 한 잔의 향기로 나에게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날씨에 대한 표현에 있어 겨울보다 여름에 대한 수식어가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더욱이 기상캐스터의 입에 오르내리는 날씨에 대한 단어들은 예전보다 더 긴박해졌다. 한파, 폭설, 폭염, 가마솥더위 등 재해성격을 지닌 것들이 있는가 하면, 내륙의 지진과 심해 지진으로 비롯된 쓰나미 등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오늘의 지구는 그 어느 때 보다 자연재해로 인한 소용돌이에 깊이 빠져있다.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된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소용돌이는 점점 가속도가 붙어가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세계 곳곳엔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있고, 각종 자연 재해는 인류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 메시지 중 가장 큰 경고는 극지방의 해빙이다. 북극 빙하의 녹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이에 따라 UN과 IPCC등 국제기구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해빙"이라는 것은 그동안의 자연 재해와는 차원이 다른 인류의 재앙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이자 환경운동가인 마크 라이너스가 내놓은  <6도의 악몽>은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환경 대재앙의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이는 그야말로 끔찍한 악몽과도 같은 시나리오였다. 지구의 온도가 단지 1도 상승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참혹한 상황에 대한 묘사는 끔찍했다. "단지 1도"라고 생각했던 그 온도가 지구를 생지옥으로 만들어놓기 때문이다.

비록 이것이 아직까지는 시나리오처럼 여겨질지 모르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그 시나리오대로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지구의, 아니 대자연의 강한 생명력과 환원력을 너무나 맹신하고 있었다. 자연이 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인류의 욕망을 앞세워 자연의 파괴를 서슴지 않았기에 지금의 시나리오를 받게 된 것이다. 개발과 발전이 가져다주는 풍요로움을 우리의 미래와 바꿨다고 생각하니, 가슴 깊숙이에서 한숨이 새어나온다.

우리가 <6도의 악몽>을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구는 우리에게 고향과 같을 곳이다. 그 고향의 멋진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지만, 고향은 마음의 안식처처럼 어느 때고 받아주는 어머니의 품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어머니 품 같은 지구가 지금보다 가쁜 숨을 쉬지 않도록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파괴를 단죄할 의식을 각자의 마음속에 심어야 한다. 나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되겠어 하며 외면하는 순간, 악몽은 현실이 될 것이고, 6도의 지옥 속에서, 우리는 도저히 살수 없는 고향을 가진 우주의 미아가 되어 떠돌게 될지도 모르니까...

거침없는 것 같으면서도 정갈하게 계산된 듯한 시인 함민복 씨의 언어가 참 좋다. 시집 <말랑말랑한 힘>에서도 유연하게 풀어놓은 시들이 힘있게 와닿는다. 길, 그림자, 죄, 뻘... 이렇게 총 네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장마다 색깔과 향기가 뚜렷하다. 추상적인 "길"이 아닌, 우리가 늘 다니고 있는 그 길 위에서 쓴 듯한 시는 참으로 현실적이다. 지금껏 내 분신처럼 따라다녔지만 한번도 내 것이라는 소유의식이 없었던 내 "그림자"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경건해야 할 단어임에도 어느덧 무디어져 있는 "죄"에 대해 칼날 선 죄의식을 심어준다. 말랑말랑한 "뻘" 위에서 짭쪼름한 바다내음 맡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할만큼 시의 말랑말랑한 향기를 확실히 전해준다. 그의 작품을 모조리 다 찾아서 읽고 싶어졌다. 마음이 분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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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시 구절들>

소낙비 쏟아진다
이렇게 엄청난 수직을 경험해 보셨으니
몸 낮추어
수평으로 흐르실 수 있는 게지요
-시 <물> 중에서-


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듯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시 <그림자> 중에서-


오염시키지 말자
죄란 말
칼날처럼
섬뜩 빛나야 한다
건성으로 느껴
죄의 날 무뎌질 때
삶은 흔들린다
-시 <죄> 중에서-


거대한 반죽 뻘은 큰 말씀이다
쉽게 만들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물컹물컹한 말씀이다
.....
무엇을 만드는 법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함부로 만들지 않는 법을 펼쳐 보여주는
물컹물컹 깊은 말씀이다
-시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