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음양의 조화를 통해서 이루어질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음양의 이치가 사람들의 일에서도 서로 다른 색이나 의견을 탓하기 보다는 화합된 색으로 조화를 이루려 노력한다면 좋으련만, 지난 역사의 뒤안을 돌아볼 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갈등과 분열에 이은 복수와 보복의 정치사들이다.

우리는 지난 5월 대한민국 초유의 전직 대통령의 자살에 의한 서거 소식 이후 보수와 진보간의 첨예한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어가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 지나친 정치보복성 압박수사 때문이라는데 국민들의 입김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중대한 대한민국 현대사의 대전환을 가져올 수도 있는 사건을 직접 경험하면서 읽는 <조선 4대 사화>는
역사의 반복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며, 당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오늘에까지 이어지고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조선의 4대 사화는 무오사화(1498년),갑자사화(1504년),기묘사화(1519년),을사사화(1545년)로 연산군에서 중종, 인종, 명종에까지 이어진 불과 50년간에 벌어진 것이다. 600년 조선역사에서 유래없는 정치적 격동기라 할 만 하다. 이 시기를 전후해서는 지금의 여야정치처럼 양분되어 서로 견제를 하며 대결과 타협으로 나라를 이끌어 왔지만, 위 기간 중에는 아무래도 타협보다는 대결에 이은 보복과 복수의 방향으로 악순환을 반복했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연산국과 같은 폭군뿐만 아니라 사리사욕을 일삼으며 비방과 음모로 권력의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던 신하들이 눈에 띄게 등장했다는 것도 이유로 작용한다.

<조선 4대 사화>처럼 보복과 대결로만 치달았던 잔혹한, 어찌 생각하면 부끄러운 역사를 우리는 태평성대와 번영의 역사보다 더 깊이 새기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역사의 시행착오를 타산지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연의 이치와 다르게 인간은 불완전한 자연의 일부이다. 그래서 늘 모든 일이 좋게만 흘러갈 순 없다. 4대 사화를 거치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왕,신하,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는 백성들의 마음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 시련을 이겨내는 것 역시 그러한 노력에 앞서 먼저 잘못을 받아들이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살얼음판 같은 정국을 불안해하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선 4대 사화>속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바로 지난 일들에서 발견된 확실한 잘못은ly: 굴림체; mso-ascii-font-family: 굴림체">반드시 인정하고, 속죄해야 앞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힘을 남겨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은폐와 모략으로 일관한다면 미래에 대한 여지마저 일순간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 이 세상에 정의가 존재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생각할 때, 마치 신의 존재 부정과 동일선상에 있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에서 오늘에 이어진 역사의 어떤 순간에서도 정의는 존재했었고, 숫한 피바람 속에서도 국민들의 가슴과 가슴으로 연결되어 그 뿌리는 시들지 않고 자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속에 빠질 수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어도, 정의가 깊은 물밑을 바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여전히 희망의 무지개는 늘 머리위에 빛나고 있다는 것, <조선 4대 사화> 는 이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진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허삼관매혈기]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땐, 제목이 뜻하는게 뭔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제목의 의문을 풀고나면,  이 책의 소재가  제목 속에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허삼관"이라는 주인공이 피(血)를 팔면서(賣) 살아가는 이야기(記)!! 

목숨이라 할 수 있는 피를 팔아 삶을 유지한다는 것은 꽤나 슬픈 이야기인데, 난 이 책이 "참 재미있었다". 이 책의 재미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에 있다기보다는  "하하하" 웃으면서도, 그 웃음이 절대 가볍지 않은 "해학미"와 통한다.

피를 판다는 것! 가장 손쉽게 돈을 버는 방법으로 나오지만, 그만큼 가장 위험한 방법이기도 하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건강이나 목숨 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그 마음이 독자의 콧등을 시큰하게 한다.

"위화"라는 중국 작가가 쓴 글임에도, 우리네 이야기 같다는 동질감도 크다. 책의 마지막에 첨부되어 있는 평론가의 해설처럼, 허삼관은 소설속에나 가능한 인물이 아닌, "나" 자신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동감을 표한다. 중국에서는 "바보"를 의미하는 "자라대가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허삼관이지만, 그런 바보라는 말이 어쩌면 최고의 칭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피만큼 뜨겁고, 피처럼 진한 이야기! 내 몸속에 또 다른 피를 끓게 하는 책임에 분명하다. 

소위 역사전쟁이라 불리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이라는 현실적인 과제 앞에서 고조선에 대한 연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듯한 인상을 받는다. 최근 여러 학자들을 중심으로 고조선의 실증적 역사 바로 잡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들이 발견해내는 역사적 사실 하나하나는 국민들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러한 고조선 역사 바로 세우기의 고조된 분위기에 편승해서 실증되지 않은 자료로 고조선의 역사에 예기치 못한 상처를 입히는 사례 또한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지난 일제 강점기에 우리의 역사는 씻을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채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인 아픔을 생각할 때, 이제는 더 이상 왜곡의 소용돌이에 우리의 역사를 내맡겨서는 안 된다는 역사적 사명감이 생긴다. 그래야 선조들의 올바른 역사를 후손들에게 자부심을 덧붙여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 책 <고조선, 신화에서 역사로>은 고조선을 5000년 전의 역사가 아닌 불과 몇 백년 전의 역사처럼 생생하게 느끼게 했다. 그 생생함에는 이 책을 집필한 이형석, 이종호 박사의 끊임없는 역사 사랑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고조선의 역사를 다룬 책들에서의 느낀 부족한 2%를 100% 채운 느낌이다. 활자로만 봤던 고증유물자료에 직접 돌아보며 찍은 사진들을 더해줘서 고조선의 역사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두 분의 역사에 대한 애정을 같지만, 걸어온 길이 조금 달랐다는 것이다. 책의 2부 집필을 담당하신 이형석 박사는 지리와 교육학의 길을 걸어와 역사와의 접근성이 높다. 그러나 1부를 집필한 이종호 박사는 건축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여서 접근성이 다소 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음을 알기까지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수 천년의 역사를 고증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사실을 고증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이종호 박사님과 같은 과학도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우리가 앞으로 역사적 사실을 밝혀가는 큰 힘이 될거라 감히 장담해본다.

책의 맺음말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 나온다. "고조선의 역사가 없으면 한국사도 없다" 이 말은 역사만이 희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역사를 소홀히 여기고 있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며 앞으로 역사를 어떤 마음으로 정리해가야하는지 이정표를 제시해준다. 그렇다. 고조선의 역사가 신화에 묻혀 있는 동안의 한국사는 왜곡과 무지의 칼에 머리가 댕강 잘린 마네킹과 같은 꼴이었다. 역사적인 사실로써의 고조선이라는 머리가 우리 역사의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설 때 한국사 역시 살아나게 된다. 앞으로도 좀 더 발전된 고조선과 우리 역사 발굴에 대한 연구와 노력이 이어져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갖게 되는 <고조선, 신화에서 역사로>와 만남의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