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지붕의 집에서 꿈과 희망을 키우는 앤의 아름다운 성장기, ‘앤 시리즈’ 중 작가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최고의 백미
 빼빼 마르고, 빨간 머리에, 주근깨투성이 앤은 특유의 상상력과 말솜씨 그리고 자연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다. 마릴라와 매슈 커스버트 남매는 농장 일을 도와 줄 남자 아이를 원했지만 얘기가 잘못 전달되어, 작고 볼품없지만 눈빛만은 초롱초롱한, 고아 여자 아이 앤을 입양하게 된다. 초록 지붕 집에 양녀로 들어간 앤은 풍부한 감수성과 열정적인 성격으로 갖가지 실수를 하지만 늘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극복해 내며 어엿한 숙녀로 자라 애이번리 마을의 학교 선생님이 된다. [빨간머리앤]의 내용은 여기까지이지만 후속으로 나온 시리즈들은 앤이 앙숙이었던 길버트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중년의 부인이 되기까지의 삶이 펼쳐진다. 그 중 앤의 어린 시절을 담은 이 [빨간머리앤]은 소녀적인 감수성과 아름다운 문장, 생생한 등장인물의 성격 묘사 등이 제일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뛰어난 작품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작가 몽고메리의 자전적 소설이기에 가능했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태어난 몽고메리도 어려서 고아가 되어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녀는 실제로 삼촌이 운영하는 농장이 딸린 초록 지붕 집에서 자랐으며, 글재주가 뛰어나 일찌감치 글을 쓰고 발표하였다. 또한 앤처럼 교사로서 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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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근깨 빼빼마른 빨간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럽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똑똑하고 당찬 아가씨가 그린 게이블즈에 입양되어 성장해가는 걸 지켜보자면 흐뭇하다. 하나밖에 없는 진정한 친구와의 우정, 앙숙에서 평생의 배우자가 된 길버트와의 사랑,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사랑해준 마릴라 아줌마와 매튜 아저씨와의 가족애 등 빨간머리앤은 교훈적이고 따뜻한 이야기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최근 한국 멜로드라마에서 유행하는 운명적인 사랑과 전생을 소재로 삼았으면서도, 그것을 따라잡으면서도, 훌륭하게 뒤집어 보이는 퓨전 러브스토리다. 로드리게즈의 <황혼에서 새벽까지>가 액션과 호러로 전반부와 후반부를 가르듯, <번지점프를 하다>는 이성애와 동성애의 로맨스로 전후반을 갈라놓고 ‘사랑의 광기’라는 보편적인 주제로 단단하게 접착시켜 놓았다. 그 접착력은 약간의 비약과 당혹스러움을 수반하지만 황당함보다는 놀라움에 가깝다. 근래에 보기 드문 매력적인 러브스토리가 완성된 것이다.

영화의 전반부에는 많은 사실들이 고전적인 멜로드라마의 틀에 감추어져 있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태희를 사랑하게 된 인우는 평범함으로 일관한다. 웃음이 날 정도로 평범한 연애 과정과 평범한 대학 생활과 평범한 행동을 보여준다. 그러나 선생님이 되어 등장한 2000년대라는 시공의 이동은 주인공의 성격을 비롯해 심리, 배경, 극의 기법까지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후반부는 흡사 추리 소설처럼 시공간이 만들어 낸 단절의 고리들을 확인하고 복기하는 과정이다.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 주인공의 감정은 과거의 사랑을 감싸 안으며 ‘회상’ 구조를 통해 조금씩 매듭을 풀어내고, 우리는 한 남자의 일생에 영향을 미친 실마리들을 쫓아 현재의 얼룩진 기원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군대가던 날 죽은 연인이 남학생 제자로 환생했다는 논리적으로 불가해한 이야기다. 인우는 현빈에게 집착하기 시작하면서 중단된 사랑을 완성하고, 현빈에게 태희의 현신임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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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는 포스터부터 취향이 아니었기에 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일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이러한 내용에 내가 공감하며 눈물을 흘릴 줄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엄청난 뒷북이지만 한국 멜로 영화의 수작이라고 감히 평해보겠다. 순수한 남자 인우, 사랑스런 태희, 그들의 만남과 사랑, 헤어짐. 그리고 17년이 흘러 다시 찾은 그의 첫 사랑. 환생이라는 키워드가 이렇게 와닿고 눈물을 나게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쓰는 이유는 진짜 내용을 전혀 모르고 봤기에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극본을 쓸 수 있었을까 놀랍고, 영화에서는 주연인 이병헌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숟가락, 시옷, 디귿, 서울역, 지구

흡혈과 영생, 그리고 신성한 죽음

드라큘라 백작의 런던 저택 매입과 관련한 법적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트란실바니아로 찾아간 조너선 하커는 백작의 성에서 그의 끔찍한 실체를 목격한다. 곧이어 영국에서는 기이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그 모든 것의 배후에 드라큘라의 사악한 목적이 깔려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에 맞서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된다. 절대 악의 화신 드라큘라 백작과 그를 영원한 죽음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분투하는 빛의 전사들-반 헬싱 박사, 조너선 하커, 존 수어드, 퀸시 모리스, 아서 홈우드, 그리고 미나 하커. 이렇게 [드라큘라]는 표면적으로 선악의 대결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것은 드라큘라의 악마적 특징, 즉 흡혈을 통한 생존과 번식 때문이다. 드라큘라는 아서의 약혼녀 루시의 피를 빨아 먹음으로써 자신의 생명과 젊음을 회복하는 동시에 루시를 자신과 같은 흡혈귀로 만든다. 이처럼 [드라큘라]의 극적 긴장감은 단순한 생과 사를 넘어 끔찍한 생명과 신성한 죽음이라는 냉혹한 모순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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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백작에 과하게 몰입하여 읽은 책이다. 엘리자벳사를 향한 그의 사랑에 눈물 났고, 수백년이 흘러 미나 하커를 만나게 되었을 때 미나의 모습에서 엘리자벳사를 떠올리는 그를 보며 같이 안타까워했다. 수백년 간을 밤에만 활동하며 짐승과 때때로 인간의 피로 연명해야 했떤 그의 삶, 미나의 혼돈과 그녀의 선택과 결말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