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하면 이제는 절레절레 고개부터 젓게 된다. 언제부터 였을까.

조금씩 진정한 도시생활에 적응했다 싶으면

또 저만치 다른 생활이 그립고.

늘 적응과 도피의 연속이었던 것만 같다.

실제, 그렇게 도피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도시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이 책을 펼쳐 들었다.

 

 

334페이지에 이르는 책이지만 그 두께감은 이 책을 집어드는 순간, 조금 더...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 저자의 삶 구석구석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었다.

같은 공간 다른 생각을 통해서, 이 저자. 글솜씨가 제법이나 마음에 들었다.

 

[면접보기] 의 글 속에는 두가지 질문이 등장한다.

"그동안 어떤 글들을 써왔죠?"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어요?"

 

어떤가,

두 질문 모두 '어떤 글'이냐는 말이 들어가 있지만

그 질문에 응대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다른 기분과 느낌을 선사한다.

 

그동안.. 이라는 말은 나의 경험, 나의 스펙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는 말일테고,

앞으로.. 라는 말은 나의 잠재. 무한 가능성으로 평가한다는 말이 될 것이다.

 

어떤 글이 쓰고 싶냐고 묻는 이가 나에게도 있다면.

정희재 작가 처럼! 하고 스스럼 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에 흠뻑 빠진 독자일 것이다.

그렇다. 나는 이 책에 흠뻑 매료 되었다. ^^

 

 

 

소소한 글만큼이나 저자의 글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그림.. 사진들...

 

일을 하고 돌아오면, 새벽녘까지 책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늘 스탠드를 켜고 지낸다. 그러다 가끔 불을 켜고 잠들기도 한다.

 

나는 그 하루를, 내 몸이 쉬는 시간을, 제공하지 않고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밤이 더 어두웠으면 좋겠다.는 말처럼

 

햇빛은 더욱 뜨겁게 타올라야하고,

달빛은 더욱 차갑게 식어줘야 온전한 하루가 아닐까?

 

늘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일상 속에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 조차 잊고 사는 지금.

 

우리도 '투산'이라는 도시처럼 밤하늘 보호 법령을 만들어,

진정한 밤을 진정한 휴식을 진정한 자연을 느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행복합니다. 당신도 행복하세요"

행복이란, 나와는 관계가 없다. 늘 바쁘게 사는 일상만 있을 뿐이다.

도시에는 '아.. 나 행복해.' 라고 말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늘 일에 치여,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보듬어 주는 법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만 같다. 

지금 나 자신, 그리고 주변을 돌아볼 때이다.  

 

  

이 사진을 보고, 문득 아버지와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싶어졌다.

순수했던 그 때.

 

나의 소중한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때,

나의 소중한 사람이 많이 아플 때,

삶에 힘겨워 할 때,

 

사람들은 다시 그 사람에 대한 추억을 더듬고,

좋지 않은 기억도 아름답게 포장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앞 다투어 살기 보다 나의 사람들을 보듬어야 할 때.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행복한 시간을 함께, 많이~만들어 놓았으면 좋겠다.

 

 

"쓰이는 기쁨이 없는 사람은 활기가 없어요. 그리고 기쁨보다는 슬픔에 더 공감하게 돼요.

내 능력을 넘어서는 조금 힘든 일을 해 볼 때 진짜 공부가 됩니다."

  

내 머리를 쿵! 내리 찢게 만든 문장이다.

나도 여지껏 변명만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늘 열심히 살고 있고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다시 돌아보면 쉬운 삶. 안정된 삶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늘,

얼굴에는 무표정. 상처는 주지도 받지도 않겠다며 정을 내지도 않았고,

그저 사람들과의 선을 그어 여기까지만. 했었다.

적정선. 이 정도만 해주면 된다는 선을 언제부터 긋고 살았던 것일까, 하고 다시금 돌이켜본다.

 
 *

이 책은 작은 글귀 하나하나, 사진 하나하나가 사람냄새가 났다. 읽는 동안 외롭지 않았고, 마음이 아프지도 않았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늘 자신의 방을 만들어 놓고 생활한다. 그래서 늘 외롭고, 세상은 혼자 사는 것 아니냐며 치부해버리곤 한다. 같은 도시에 살고 있지만 이 글과 나는 확연히 달랐다. 나는 찌든 삶을 살고 있었고 저자는 이 도시를 아름답게 볼 줄 알았다. 무작정 떠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은 아니라고 말해주었고, 내가 지금 이 상황을 왜 아름답게 보지 않으면 안되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이 사랑이 담긴 글들을 읽는 동안, 마음을 치유받았고 이제는 더 이상 아프거나 나약하지 않다.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마음먹기, 다시보기에 따라 달라보일 수 있음을. 작은 것 하나하나 다시 볼 수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고, 사물에 대한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 저자는 마음을 치유하는 마법을 가진 것만 같았다.

  제일 중요한 것. 여태껏 해왔던 나의 좋지 않은 습관을 조금씩 버리는 것. 집착을 버리는 것. 그것이 지금 나의 삶의 또다른 과제로 주어졌다. 나는 저자가 삶에 견디어 온 그것보다 더 아름답게 혹은 그것과 비슷하게 도시를 바라보려고 한다. 도망치지 않을 것이고, 주저 앉지 않을 것이다. 나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쓰이는 나를 받아들이며 현재와 판이하게 다르지도 그렇다고 너무 똑같지도 않은 사람냄새나는 나로 거듭나고 싶다.

  도시에 사는 마음 다친 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치유받고, 모두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힘들 땐 그냥 울어』이 제목 자체가 나를 스르르 녹아 내리게 만들었다. 우는 것은 그렇게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그저 겉으로는 웃는 것. 밝은 것. 힘든 모습을 내비치지 않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사람은 늘 좋을 수가 없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밝기 때문에 옆에 있고 싶고, 친해지고 싶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도 고민은 있다. 단지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삭이는 것 일 뿐.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는데 익숙해져 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그 아픔을 혼자 짊어지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진실이라는 것이 왜곡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을 터 놓았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남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중요시 여기는 사회이기에 진실이 있는지 조차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분위기를 맞추고 혼자 그 감정을 숨기는 것이 당연시 되어 버렸다. 나만 해도 그렇다. 애써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 않다. 귀찮다. 그저 상처받지 않으면 그 뿐이라는 생각이 내재되어 있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마음을 열지 않고 굳게 닫은 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툭 터 놓고 얘기할 상대가 적다. 지금 이 사회에는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다들 자신의 고민거리를 안고 살아간다. 자신의 삶이 힘겹다. 벅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 사회는 더 우울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만 같다.

가족끼리도 적당히 의지하는 세상. 심지어는 서로를 배반하는 세상,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판을 치는 세상.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것일까?

   이런 답답한 생각을 하며 혼자 고통과 신음하고 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힘들 땐 그냥 울라니. 별 말 아닌 거 같지만 내 안에 뭔가 막혀 있던 응어리가 스르르 풀리면서 정말 울어도 될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 자리잡았다. 이해인 수녀님과 이시형 박사님이 추천하신 책이라 나의 정신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과 함께 책을 펼쳐 들었는데, 너무 판이한 긍정의 글이 아닌 사람을 어르고 달래는 마법이 있는 책이라고 느껴졌다. 마치 날개가 달린 책인 것 처럼..

   이 책은 우화형식을 곁들여 너무 식상하지 않게, 하지만 어린 동심으로 돌아가게끔 사람을 순수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더라. 아마 신의 일을 하고 계신 분의 손길이라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긴 했지만, 그것은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 세상을 온전히 아름답게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고통과 경험 속에서 자신이 느꼈던 바를 전해줄 가치로 등극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할 것 같다.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처럼 결론은 정해져있다. 자신이 바뀌고,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면 세상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나도 경험을 해본 사람으로써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처음에는 나도 우울한 바이러스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나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늘 답답한 틀안에 갇혀 있다고, 난 이 억울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도 이 사람들의 진심을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고 난 피해만 주지 않는 범위안에서 살면 돼. 라고 생각을 하던 사람이었다. 사람들을 계속 만나면서 나의 가치관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충분히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조언을 참 많이 들었다. 그런가보다 하다가, 곰곰이 생각을 깊게 한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나의 장점을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이 책에도 그런 우화가 실려있다. 거기에 참 많은 공감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이 있다. 그래서 그 장점은 하루하루 자신의 삶의 의미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요즘은 나의 장점 찾기에 재미를 찾아서,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이다. 이렇게 나를 사랑하고 좋은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니까 주변에 있는 사람이든 사물이든 조금씩 다르게 보이게 되었다. 일에 치여 살던 나였는데 일도 조금 즐기면서 하게 되고, 어차피 하는 일은 즐겁게 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그 사람을 알아 간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적어졌다. 아무래도 사람간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데, 그 공감대 형성을 책이 도와주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순수하다. 깊게 생각에 빠지기도 하지만, 책에서 얻는 정보 그리고 그 사람의 경험에서 얻는 정보는 살아가는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사람의 중요성을 알게 되니까 이런 문구에도 눈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천사는 늘 네 옆에 있어

 

이 말이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 늘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는 따스한 손길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당신도 늘 당신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하고 있는 천사가 있을 것이다.

마음으로 느끼면, 정말 그 천사가 보인다. 나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 같이 천사 같이 보이더라..

 

 

 

  늘 많이 보고 잘 들어주고, 마음을 닫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은 내가 노력하고 있는 부분을 보여줌으로써  잘하고 있어. 격려해주는 것 같아서 위안을 더욱 많이 받았다.

 

 

 금동원 님의 그림이다. 희망적인 메세지와 예쁜 그림이 함께하니, 정말 예뻤다.

책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그림이다.

세상이 환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 책은 삶에 지치고 자신의 소중함, 가족의 소중함이 희미해지고 있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자신의 삶의 의미도 되 찾을 수 있을 것이고, 활력소가 되어 줄 것이다. 긍정의 말 뿐아니라 위안과 안도까지 전해주니 참으로 따뜻한 책이었다. 나를 사랑하고 그렇게 행복을 느끼면 주위에 사람들도 행복해질 거란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행복의 발신지 바로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덕혜옹주" 그녀는 누구인가?

 고종황제의 막내딸로 태어난 그녀. 조선의 마지막 황녀라고 소개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책에서도 소개되어 있는 일본으로 떠나기 전 찍었던 사진이라고 한다.

오른쪽 사진은 당의(조선시대 여자들의 예복)를 입은 덕혜옹주의 모습이다.

 고종황제와 너무나도 닮았고, 총명했던 그녀.

 이렇게 가녀린, 아리따운 여린 소녀에게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렇게 책으로 관심을 가지기 전까지 나도 모르는 그녀였다. 일본이 들어간 역사는 솔직히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

 책을 덮고 나서 우리의 역사를 원망했다. 우리 조상들이 스스로 일궈낸 해방의 끝에는 감출 수 밖에 없던 독같은 상처들이너무도 깊게 베어 있었다. 우리의 역사를 더듬으며 꺼내본 사진 한 장. 그것은 영친왕(고종황제의 일곱째아들이자 마지막황태자-’친’은 일본에서 붙여준 것이므로 ’영왕’혹은 ’이왕’으로 부르기로 한다.)과 우리의 영원한 적 이토 히로부미와의 나란히 검을 들고 찍은 사진이다. 울화통이 치밀었다. 우리는 얼마나 더 치욕스러운 일을 겪고 나서야 우리 땅에서 제대로 숨쉴 수 있을 것인가.

 일본에 볼모로 아들 영왕을 보낸 힘없는 우리의 마지막 황제 고종은 그에 뒤이어 황족으로 이름도 올리지 못한 채 옹주로 태어난 자신의 막내딸은 도저히 보낼 수가 없어 일본 총독을 위한 연회를 열어 눈물의 춤사위를 춘다. 그에게도 부성이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믿는 충신의 조카를 옹주의 베필로 점 찍어 두었으나,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진행될리 만무했다. 그는 쓰러져가는 망국의 마지막 황제였고, 일본에 충성하는 이들로 온 주변이 막혀버렸다. 더이상 옹주를 지킬 힘이 그에게는 없었다.

 이완용 등의 감시하에 고종황제는 승하하셨고, 믿었던 아바마마의 승하로 옹주는 어둠 속에 휩싸이게 된다. 후에 닥칠 폭풍을 알았던 것일까? 옹주는 덕혜라는 이름으로 황족이 되었고, 그 이름을 얻는 대가로  일본에 유학을 가게 되었다. 말이 유학이지, 볼모였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꼭 자신의 품 조국으로, 어머니가 계신 그 곳. 아바마마와 어머니와 함께 손잡고 산책했던 그 안온했던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고.. 어떤 따돌림, 괴롭힘이 와도 조국이라는 그것만 품에 안고 살아간다.

 어머니를 뵙게 해준다는 약속도 저만치 달아나버리고, 늘 불안 속에 어머니 걱정 뿐이던 옹주는 어머니의 영면 소식을 듣게 되고,일본 전통법에 의하여 어머니의 복상도 치르지 못하게 된 옹주. 옹주에게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가 점점 꺼져 가고 있었다. 그녀는 갈수록 약해져갔고, 등 떠밀려 일본인과 결혼을 하게 된다. 영왕은 동생하나 지켜주지 못하느냐며 옹주의 울부짖음을 들으면서도 일본이라는 나라에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어찌 그것만은 막아주고 싶지 않았겠는가.

 김장한(고종황제께서 옹주의 베필로 삼으려고 했던 분)은 박무영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으로 들어와 옹주 구출 작전을 펴지만 감시체제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고  그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옹주는 삶의 의미를 잃게 된다. 백작은 좋은 사람이었지만, 옹주는 일본과 조선의 사이에서 갈 곳을 잃은 한마리 새에 불과했다. 백작의 자상함과 친절함에 마음의 문을 조금 열지만, 자신의 나인 복순을 어디론가 보내버리고, 자신에게 아이가 생긴 이후 더욱 혼란스러워 한다.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닌 자신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반은 조선인, 반은 일본인으로 태어날 나의 아이의 미래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옹주와 백작의 딸 정혜 (일본이름으로 마사에)

 어릴 때에는 옹주에게서 한글을, 백작에게서 일본말을 배우면서 커가는데 학교를 다니면서 옹주가 겪었던 고통을 겪게 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 옹주와 백작의 유일한 끈이었던 정혜는 자신의 어머니를 비하하는 아이들의 말에 자신의 어머니를 혐오하게 되고 둘은 항상 부딪치게 된다. 백작도 일본에 물들지 않으려는 옹주를 더이상 보기 힘이 들었고, 일본의 전쟁에서 패하게 되어 먹고 사는 일까지 힘이 드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결국에는 옹주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켜버렸다.

 백작을 원망할 생각은 없다. 그는 옹주에게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자신을 그렇게 만든 나라의 남자와 행복은 아마 꿈꾸기 힘든 결론이었음에 분명하다. 나라가 해방이 되었지만 일본인과 결혼한 옹주는 국적없는 떠돌이에 불과했다. 이승만 대통령에게 옹주가 고국의 품으로 안길 수 있게 요청했지만 허사. 박정희 대통령도 몰랐던 여인 덕혜옹주.

 자신의 숙명이었던 여인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남자 김장한(박무영), 자신의 동생을 지키지 못한 오빠 영왕. 끝까지 자신을 구해준 은혜를 잊지 않고 목숨 바쳐 지킨 복순(옹주의 나인). 자신의 아내였지만 진정으로 품을 수 없었던 백작. 자신의 딸이었지만 불행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해버린 정혜. 그리고 비운의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어느 하나 행복할 수 없었던 옹주와 그의 사람들. 읽는 내내 주먹을 움켜쥐었고, 속상했고 마음이 아팠다.

 더욱 속상했던 것은 이 여인을 일본인의 손길로 먼저 알았다는 것이다. 우리 손에 온전히 닿을 때까지 회색의 흐릿한 길에 놓여있었던 그녀. 그녀에게 너무 미안하고, 힘이 없던 우리나라. 그녀의 상처를 보듬어 주지 못했던 방관자인 우리나라가 원망스러웠다.

 어떤 예능프로그램은 우리나라가??에서 새로운 발견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정치, 경제 어느것하나 불안하지 않은 것이 없고 외국이면 무조건 좋다는 생각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덕혜옹주가 그토록 돌아오고 싶어했던 조국의 모습이 아니다.

 일본에 볼모로 비운의 삶을 살았던, 시대를 잘 타고 났더라면 행복했을 덕혜옹주.

 그녀의 삶을 되짚어보며, 우리에게 희미해져 가고 있는 진정한 조국의 의미와 우리가 무참하게 외면했던 우리의 역사를 다시금 회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외국 문물에 물들어가며 우리의 것을 짓밟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힘든 고통 속에 자신의 정체성도 찾지 못한 채 어디 마음 둘 곳도 잃어버린 채 조국에 돌아가야만 한다는 생각만으로 숨이 붙어 있던 옹주. 자신의 삶이 힘들다고 생각하는가? 죽음이라는게 그리 쉽게 단정지을 수 있는 말이던가?

 삶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이 꼭 이 책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신은 옹주의 삶에 비하면 정말 너무 행복한 것이라 느끼게 될테니...

 일본을 품으려면 품을 수도 있었던 옹주는 끝까지 조국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그 상황에 빗대어 강한 자에게 굴복하는 약한 사람들과는 달리 옹주는 여인의 몸으로 배신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불행했는지도 모르지만, 난 옹주의 그런 점이 너무 자랑스럽다. 가히 그녀는 조선의 마지막 황녀이다.

 살아있는 것도 죽어있던 것도 아닌 늘 외로웠던 옹주.

 자신의 유일한 핏줄(딸 정혜)에게도 외면당해야만 했던, 정체성의 혼란 속에 진정한 어머니가 되어줄 수 없었던 옹주.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평범하게 태어났더라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했을 그녀...

 당신의 상처, 고통 절대로 잊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그토록 돌아오고 싶었던 조국.

 이제는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들 품에서 이제는 편히 쉬세요.

 이제는 온전히 기억될 그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될 그녀.

 이제는 아바마마, 어머니와 행복한 꿈을 꾸며 지내고 계시겠지요?

   

밑줄긋기

 

273쪽

덕혜는 어둠 속에서 쓸쓸하게 미소지었다. 다케유키와 자신이 서로에게 ’사미시라’가 될 수 있을까.

서로를 인정하고 보듬는 시간이 길어진다 해도 그들의 마음은 좀처럼 서로에게 가닿지 않았다.

깊은 감정을 공유할 순 없었다. 덕혜는 그것이 절망스러웠다.

 

- ’사미시라’ : 사람 마음속으로 들어와서 오랫동안 나가지 않는 존재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