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쉬운 책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좀 머뭇거렸지만 신의 아이 (백색인) 는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두 부분 다 고백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신의 아이 (백색인)은 <나>가 글을 이끌고 있었기에 그렇게 더디지는 않았지만 신들의 아이 (황색인)은 <나>의 시점이 두명이라 조금 헷갈렸었다. 다른 <나>의 일기를 바탕으로 그 당시의 상황을 열거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신의 아이 (백색인) 를 읽으면서 머리가 혼미해진 탓이었을까.

제목만을 보면 종교적인 글 같다고만 생각이 미쳤지 신과 신들. 피부색의 차이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이 글을 읽어내려간 것이 나의 실수였다.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읽어 내려갔다면 이렇게 머리가 아프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신의 아이 (백색인) 에게는 오직 삶 아니면 죽음. 모아니면 도였다. 괴롭히느냐 괴롭힘을 당하느냐. 살 것이냐 죽을 것이냐. 신이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 그 모순된 물음이 끝없이 쫓아다닌다.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은 죽음도 두렵지 아니하였고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은 신을 믿는 사람을 끝까지 괴롭혔다. 신을 믿으면 선이 되는 것이고, 신을 믿지 않으면 악이 되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악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악에 희열을 느끼면서도 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음을 신학생 쟈크의 죽음으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신학생과의 기억, 하녀와 늙은 개의 기억, 자신의 부모에 대한 기억을 모두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뽀얀 색. 그 색깔이 나타내주는 것은 깨끗하면 한없이 깨끗해질 수 있고, 그것이 더러워지면 하얀 면은 볼 수 없을 정도로 까맣게 변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더라도 그 내면에는 신을 의식하며, 벗어날 수 없는 신의 아이가 백색인 인 것처럼.

 

 

규칙에 얽매여 자신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백색인이다.

그 균형이 깨어지면 방도가 없다. 그냥 죽음일 뿐이다.

선과 악, 명과 암의 대비를 잘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신들의 아이 (황색인) 는 중간의 입장이다. 뽀얗지도 아예 새까맣지도 않은 중간 색. 황색. 나는 백색인종이 아니라 황색인종이다. 백색인의 부분이 잘 읽혔던 것은 아마도 빛과 어둠이 분명했기 때문이리라. 허나 황색인의 부분은 말 그대로 이것도 될 수 있고 저것도 될 수 있고 둘 다 무의미 할 수 도 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선명한 부분이 없다.  신의 일을 하던 백색인이 황색인을 만나 신에게 버림받았다. 백색인은 자신이 저지른 죄 때문에 신의 일을 거스른 것을 계속 마음의 짐으로 안고 살아간다. 황색인은 어차피 신에게 버림받은 것이면 깨끗이 뒤돌아서라고 말한다. 백색인에게는 유일신이라 뒤돌아서면 신을 부정하게 되는 것이지만 황색인에게는 다일신이라 뒤돌아 선다고 한들 한 분의 신하고만 등을 지는 것이다.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는 것이다. 황색인은 종교를 갖지 않더라도 힘들 때면 온갖 신을 다 찾게 된다. 나도 어쩔 수 없이 황색인일 수 밖에 없다. 나도 힘들 때면 여러신들에게 빌기 때문에.

 

 

백색인에게는 축복의 날인 성탄.

황색인에게는 그저 평소와 같은 밤일 뿐이다.

 

 과연 어느 것이 옳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나도 세례를 받아 종교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막상 그 입장에 있다보니 두 입장 중에 어떤 편에 서야 될지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정말로 신이 있는 것인가? 하는 물음에는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그 신을 믿는가? 의지하는가?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가? 나에게 신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어떤 신을 믿는가? 라는 물음만 메아리 쳐 되돌아올 뿐이다. 종교는 강요할 수 없다. 그리고 어떤 신은 옳고 어떤 신은 옳지 않다 말할 수도 없다. 피부색이 같든 다르든 우리는 창조되었다. 다 같은 인간이며 같은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인 것이다.

만약 내가 종교를 투철하게 믿었다면 이 책의 내용을 부정했을지도 모른다. 신성한 존재를 모욕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겠지.

지금 나는 저자와 같은 혼란에 휩싸여 있다. 그래서 그 나름의 중립의 입장에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늘 인간사에는 대립이 존재하고 앞으로도 계속 혼란스러울 것이라 생각된다.

 

종교의 깊이를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 이 책은 허공을 떠다니는 구름과 같다고나 할 것인가.

 

 

이 책은 시작하자 마자 나의 정곡을 콕! 하고 찔렀다.

그렇다. 나는 늘 모든 것에 연연하고 있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임하느냐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늘 마음에 담아두고 찝찝해하고, 그 결과에 대해 조마조마 했었다.

그것은 아마 내가 나 자신을 신뢰하는 마음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

 마음이 불편하도록 정곡을 찌르는 것이 아니었다.

내 마음이 치유되도록 지금 이렇게 자세히 짚어보는 것이 나의 마음이 불편할 수 도 있지만 그것을 최소화하고

나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진정한 힘인 것 같았다.

 

나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포스트잇처럼 행동지침을 알려주고 그것을 되 짚어 보게 한다.

조심스럽게 알려주고 자신감을 플러스로 올려준다.

당신은 할 수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그렇게 하면 된다고 끊임없이 나를 부추겨준다.

이런 것이 바로 부드러운 속삭임이라고 하는 걸까?

  

이렇게 하나씩 체크하고, 진정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찾아갈 수 있게 해준다.

나의 두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수있도록 시간을 만들어 준 셈이다.

늘 이런 시간이 필요했지만, 어떤 식으로 헤쳐나가야 될지 좀 막막한 감이 있었는데,

이렇게 문제점을 콕콕 찍어주고 제시해 주니까 깊이 생각할 시간이 생겼다.

 

무엇이든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결과가 좋게 나오지 만은 않는다.

그게 인생의 묘미라고 하면, 받아들여야겠지만.

나는 단지 이 한마디가 듣고 싶을 뿐인데..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는 말.. 잘하고 있다는 말...

 

  

색깔도 참 달콤하다. 솜사탕처럼.

이 말이 내가 늘 목말라 있는 말이라 더 예쁘게 보이는 지도 모르겠지만,

누구에게나 힘이 되는 이 말. 무엇보다 힘을 내게 하는 이 말.

나의 주변에, 그리고 나에게 꼭 하루에 한 번 씩은 들려줄까 한다.

세상에 나약해지지 않도록, 상처받지 않도록,

누구나 실수하면서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거라고. 토닥토닥♡

 

늘 완벽을 꿈꾸는 나에게 이런 달콤한 칭찬은 몇달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꾸중보다 칭찬에 더욱 달릴 수 있는 그런 사람.

사람마다 힘을 내게 하는 방식은 다 다르다.

다그쳐야 더 잘하는 사람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오기일 뿐. 그 사람의 마음안에는 상처가 싹 트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쭐대는 경향이 있는 사람에게는 많이 쓰면 안되겠지만,

칭찬은 사람도 춤추게 한다.

칭찬에 더해지는 약간의 쓴소리는 쓴소리만 있을 때 보다는 상처가 오래 남지 않는다.

 

그렇다고, 잘난체를 하는 사람에게 너무 달콤한 소리는 독이 될 수 도 있다.

 

 

이렇게 착각하는 사람들.

약간의 자만은 자신을 북돋울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지는 모르지만,

겸손의 미덕이 없는 사람은 진정한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다.

저자는 잘난체를 '병든 마음'이라 표현하고 있다.

마음에 결코 약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리라.

 

두루두루 함께 사는 사회에서 혼자만 비호감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겠지?

그러면 잘난체. 병든 마음은 버려야 한다.

 

 

이 퍼즐 조각에 당신은 어떤 그림을 담았는가?

 

  

저자가 말하는 스물네 번째 조각에 오기 까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잘 되지 않았던 것을 하나 하나 짚어보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과 넘쳤던 부분을 조율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 조각들을 하나 하나 예쁘게 맞춰 나갈 때

나의 마음에도 예쁜 하트가 떠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 따뜻한 한마디가 살아감에 있어서 늘 행복함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세상에 태어나 숨쉬고 있기에, 모두다 특별함을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었다.

 

 

무늬만 행복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

당신을 지금보다 더 특별한 사람으로 꽉꽉 채워줄 지도 모른다.

진짜 하트 무늬가 새겨진 사랑스럽고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바로 지금!

이 책은 나에게 있어 도전이었다. 조선의 역사를 새로 내 안에 각인 시킬 수 있는 숙제 같은 것. 역사 소설과는 여태껏 별로 친해지지 않았었는데 이 책은 출간 되면서 나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었다. 표지에 나타난 소현 세자의 낯빛에서 슬픔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내용 소개를 잠깐 보았을 때 알았을까? 이 책은 나에게 사무치게 다가와 몸을 떨리게 할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몸이 왜 이리도 아팠던 것일까?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을 때마다 내 몸은 몸살을 앓는 듯 쑤시고 저리고 아팠다. 저자가 이 글을 쓸 때 '늘 어딘가가 아팠다'고 했다. 이 책을 덮고 이 글을 읽는 순간 저자가 글쓸 때의 느낌을 독자가 느낀다는 것은 참으로 묘하고 매력적인 일이라 생각이 되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함을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80%이상은 몸소 느낀 것이라 나의 아픈 몸이 자랑스러웠다.

역사에 잘 알려진 인물들 외에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는 인물들이나 그 끝을 알 수 없는 인물들을 이토록 이미지화 할 수 있다는 것은 가히 저자의 능력을 칭찬해줄만하다. 나는 소현 세자를 알지 못했고, 관심을 갖지 못했었다. 나에게 '조선'이라는 나라는 너무 마음 아프고 쓰리기 때문에 감히 펼쳐볼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이렇게 관심을 갖게 해주고 함께 아파할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글솜씨가 나에게 이끌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읽는 동안 나는 세자이기도 했고, 봉림도 되었다. 어느 누구하나 마음을 헤아리지 않을 수 없고 또한 내가 비록 글을 읽고 있지만 그 상황에 매료되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음을 탄식했다. 힘없는 나라의 볼모는 그 상황에서 어떠했겠는가. 생각하니, 울음을 참으려고 해도 한숨을 토하지 않으려고 해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목이 메어왔다. 그 자식을 볼모로 보낸 아비의 마음도 헤아리고 싶었으나 저자가 던져 준 상상력의 나래 때문에 나에게는 아비의 마음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봉림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한 나라의 임금은 이토록 외로운 것이겠지.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고 한들 그 아픔을 덜어줄 수는 없을테다. 그것은 순전히 한 나라를 이끄는 그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그 점이 또 마음이 아프고 아려온다.

 "울거라, 네 몸에 울음이 가득할 것이다." 김남일 님의 말처럼 늘 울음이 따라 다녔다. 볼모로 자식을 보내고 아들이 마음이 좋지 않을까 면전에서 마음 놓고 눈물을 비칠 수 없는 그 마음. 자신이 울면 모든 것이 무너질까 그저 속으로 슬픔을 삼켜야 했던 세자. 그를 보필하면서 오로지 그만 믿으면서 약한 그림자를 보듬어야만 했던, 그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더 강해질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아우 봉림. 자신의 아들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존재 기원. 사랑을 품고도 세자를 받들어야 하는 운명에서 충의를 다했던 석경. 만세 천하를 이룩했지만 늘 냉정할 수 밖에 없고 고독했던 구왕. 역관 노릇을 하며 늘 죽지 않을 방도만 궁리했던 진정 어느 편이었는지도 모를 만상.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늘 외로웠던 여인 막금. 다른 사내를 품어도 미워할 수 없고 똑바른 절개와 지조를 가졌던 여인 흔. 그녀를 사랑했지만 차마 죽일 수는 없었던 비파. 아비의 사랑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지만 그 어린나이에 세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볼모가 되어야 했던 원손까지.

어느 하나 완성되지 못한 관계를 가진 채 늘 다른 곳을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이 나를 그토록 아프게 만들었다. 그 누구하나 아프지 않은 존재가 없었다. 사랑을 이어주고 싶었고 아비에게 버림 받지 못하도록 해주고 싶었고, 진정한 삶을 찾아 주고 싶었으며 진정한 충의를 품었다고 말해주고 싶었고 안아주고 보듬어 주고 싶었다. 이승에서 못다한 마음들을 저승에서는 다 풀어내었을까?

그것을 풀어내 줄 수 있는 것은 나의 상상 속에서 뿐이겠지. 그렇게 그들의 얽힌 실타래를 가지런히 풀어 줄 수 있다면, 내 기꺼이 그들의 운명을 풀어주리라. 저자와 같은 글을 쓸 수만 있다면, 내가 그렇게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그들과 함께 달렸고, 그들과 함께 숨쉬었다. 앞으로도 함께 숨쉬며 살아갈 지도 모르겠다.

  

 

조선은 다시 일어서리라. 그의 뜻을 져버리지 아니하고.

나는 그가 그렇게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것. 보지 못할 것 까지 다 보았다.

이제는 결코 약하지 않다. 늘 따뜻한 마음으로 백성을 보듬을 줄 아는 그가 언제나 내 안에 살아 숨 쉴 것이다.

그가 바로 조선의 임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