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해져만 가는 이 삶 속에, 이렇게도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한 바보엄마가 있다. 여섯아이를 가슴으로 낳고, 사랑으로 가정을 지켜나가는 씩씩하고 용감한 바보 엄마. 실로 엄마는 대단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입양이라는 것에 그렇게 큰 편견은 갖지 않은 나이기에, 나도 아이를 좋아하니까 내 아이를 가슴으로 낳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배 아파서 아이를 낳아 보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재미랄까? 그런 즐거움은 조카와 함께 생활하면서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뭐, 내 자식이 아니니 엄마만큼 애틋은 하겠냐만은 그래도 친조카를 키우다보니 내자식 같고 아프면 나도 막 아프고 그랬는데.. 조카를 너무 좋아하는 탓에 친구들은 꼭 내가 엄마 같다며 네 자식낳으면 넌 지금보다 더 팔불출일텐데 어떻게 하냐~ 하면서 벌써부터 걱정을 한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라, 나는 정말로 좋은 엄마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정에 늘 목말라 있었기에 이 책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집의 여섯 아이들은 모두 한가지씩 아프다. 엄지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는다거나, 눈이 사시라거나, 폐가 좋지 않거나, 다리에 보조기구를 꼭 착용해야 한다거나, 언어치료가 필요하거나, 외국계 아이이거나... 전혀 다른 아이 여섯을 키우면서 어떻게 아이들과 부모가 저리 닮을 수 있을까? 아이가 아프면 대신 아파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늘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달고 사는 이 가족들. 내가 정말 바라는 바람직한 가족상이다. 요즘 가족은 으레 개인주의가 난무하고 있어서 학교갔다오면 자기방에 쏙 들어갔다가 밥 먹을 때나 얼굴을 마주 한다던지 맞벌이 가정이 많아 아이는 다른 사람 손에 맡기거나 집에 혼자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밖으로 돌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가족은 이런 현실과는 반대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장애쯤은 장애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어른들도 부리는 욕심을 내려놓을 줄 알았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자신의 삶은 자기 것인냥 자살을 하고... 각박한 현실 속에서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처럼 늘 행복한 것만 같고 그래서 정말로 부러웠다. 물론 다 고비는 온다. 고비를 어떻게 다음의 기회로 만들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데 바보엄마는 정말 간절한 기도로 이 가정을 이끌고 있다. 늘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듬직한 남편과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는 여섯아이들의 생활, 바보엄마는 세상의 누구 엄마보다도 행복해 보였고, 천사 같아 보였다.

 

나보다 남을 생각하고 베풀줄 아는 부모 밑에서 바르게, 혹은 더 뛰어나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

바보엄마가 그토록 아이들 자랑을 쉴새없이 해서 일까, 나는 이 가족의 매력에 푹~빠지게 되었다.

정말 간절하면 이루어 지지 않는 것은 없구나, 나도 저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내내 들게 만들었다.

   

 

한명의 엄마일 수 없는 바보 엄마.

이런 엄마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가슴으로 낳은 여섯아이들이다.

더 많은 동생들에게 '엄마'를 나눠주고 싶다니....

이런 따스한 아이의 마음을... 지켜주고 싶다...

 

 

내가 엄마가 되면, 이런 커다란 가슴을 지닐 수 있을까? 그리고 나의 아이가 나를 진정으로 안아줄까?

진심은 통한다는 것을 바보엄마는 똑똑하게 보여주었다.
연장아의 입양이 힘듦에도 불구하고 예쁜 가족의 일원으로 만드는 힘.

아가도 엄마의 마음을, 진심을, 뜨거운 가슴을 느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고, 먼저 입양되어 온 아이들이 사랑으로 돌봐주었기에 그들은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

가족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이 때. 꼭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먼저 내민 따뜻한 손길이 진정한 행복이 됨을 느끼며...

바보 엄마처럼 사람을 간절히, 따뜻하게 바라보는 가슴을 지닌 엄마가 되길 바래본다.

 

천국이 있다고 믿는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사람이라면, 간절히 더 간절히 천국이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랄 것이다.
나 또한 아름답지 못한 이별을 했기에 천국이 있다면, 내가 못해준 사랑을 듬뿍 받기를 그 곳에서는 편안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

어머니와 아들로 맺은 42년의 인연과 추억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으면서 마음이 아팠을 것이고 많이 울었을 것이다. 하지만 울음보다 더 귀한 것을 얻은 저자가 나는 마냥 부러웠다. 울어도 울어도 닿지 않을 이름이며, 내가 다시 부를 수 있을까 의문에 휩싸이는 이름. 바로 어머니. 저자는 마음껏 어머니를 부르고 보고 싶어하고, 거룩하신 성모 마리아 님이라 섬기며 보듬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끊임없는 고해성사를 한다. 만약 내가 불교나 기독교였다면 조금은 이 책에 푹 빠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가톨릭의 색채가 강하며,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오직 신과 함께 하는 성스러운 글들을 써 내려가고 있다. 단순히 사모곡 정도였다면 이 책을 잡고 펑펑 울었을지 모르겠다. 워낙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데다 저자와는 조금 다르지만 아름답지 못한 이별을 했었기에 '어머니'라는 이름만 보더라도 무너져 내렸을 것임에 틀림없다. 나도 효녀가 아니었고,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막연히 살아가기에 성숙한 나이가 아니었다. 아름답게 보내지 못한 나를 원망하는 마음이 가득할 뿐이라 펑펑 울어서 사죄할 수 있다면 그리 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으나, 내 안에 가득한 종교의 벽 때문에 완벽히 그 울음을 전달받지는 못하였다.

책을 읽는 동안 천주교 신자이지만 완전한 신자가 아님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이런 믿음을 쉽게 가질 수 없으리란 안타까움 마저 들었다. 신성한 책이었기에 약간은 불성한 신자가 책을 논한다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고, 슬펐다.

하지만, 종교가 어떻든 어머니의 사랑이 크고 깊고 넓음은 비껴가지 않고 온전한 그릇으로 담겼다. 나에게도 희생을 하는 어머니였다면 나의 마음이 더 아팠겠지. 저자의 어머니와는 다른 삶을 살았던 나의 어머니를 떠올리니 예전만큼은 미안하거나,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이별을 하고 그 이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나의 꿈에 자꾸 찾아왔었던 어머니. 저자와 똑같은 꿈을 꾼 적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가진 사람은 꿈도 똑같은 꿈을 꿀 수 있다는 생각에 덜 외롭기 까지 했다. 나 혼자 외톨이 같았고 나만 사랑이 모자랐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와 똑같은 마음을 가진 이가 글로써 나를 다독여 주고 있었다.

이해하라고 그 마음을 다시 헤아리라고 당신의 어머니의 상처를 어루만지듯 나의 어머니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아 뭉클한 기분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들은 나온 그 자리에서 당장 사라져 버리고

어디론가 허공으로 없어져 버리는 것 같지만 실은 언제라도 남아 있는 것입니다.

 

늘 소중한 한마디를 뱉으면, 사라져 버릴까 전전긍긍하는 나를 위로해주는 말이었다.

어디에고 언제라도, 남아 있다고 한다면 몇번이고 몇번이고 고쳐 말해줄텐데... 하고,

 

 

 

꽃을 피울 수 없는 죽은 씨를 버리고 거짓의 꽃을 피우지 말고,

빈 화분을 들고 울고 있던 그 소년처럼, 나는 언제까지고 순수하게 살아 있고 싶다...

 

 

 

 

꼭 드러난다고 해서 보여진다고 해서 다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듯,

마음 속으로 보듬고 새기고 지키면, 그것이면 되는 것을....

  

헤어짐이 슬퍼 편지를 쓰던 소녀가 아닌, 성숙한 나의 자아로 다시 편지를 쓴다면 어떤 글이 나올까?

가슴 속 응어리를 다 풀어내 따뜻함으로 바꿀 수 있는 그 날이오면, 아름답게 보내줄 수 있을 거라고....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해본다..

  

[오탈자 발견]

page 172. 아버지는 배우처럼 잘생기고 늘름한 풍채를 갖고 계셨다. --> 늠름한 풍채를 갖고 계셨다.

성장기를 겪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처음 이 글들을 접할 때 서문이 조금 어지러워 쉽게 빠져들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스테파니는 나를 자신만의 세계로 친절히 안내해주었다. 책을 읽는 동안은 스테파니와 나의 성장기를 비교해보는 시간이었고, 내가 성장기 때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스테파니가 대신 표현해주고 있어서 나는 무척이나 기뻤다. 나는 나의 생각을 드러낼 때 참으로 조심스럽다. 남을 의식해서이고, 나의 생각이 온전한지에 대한 자신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성장기를 지내면서 내 몸에 습관처럼 부착된 아이들이라 지금은 쉽게 떨쳐버릴 수 없다. 하지만 스테파니는 어느 정도 성장기를 잘 이겨낸 것 같아 부럽기까지 하다. 성장 소설이 좋은 이유는 나를 그 세계로 다시 데려다 주고, 그 때 미처 표현하지 못했고 그 느낌을 자세히 알 수 없었던 것을 늦게 나마 돌이켜 보고 생각할 여유를 만들어준다는데에 있다. 스테파니와 달리 나는 조급해 하지 않았고 관심이 없었다. 어른들의 세계에 나는 그때부터 물들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남아있는 성장기의 나의 일기를 들춰볼 기회가 되기도 했는데, 새삼스럽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유치했다. 나는 그냥 성장기를 순탄하게 지나갔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비밀노트를 훔쳐보고 나의 일기를 보고는 나도 이런 난관에 부딪쳤었구나..  지금은 한없이 유치해보이지만 그 당시에 심각했었구나..그 때의 나를 생각하니 귀엽게 느껴졌다. 스테파니와 함께 웃고 울고 뛰어다니는 동안 잊고 지냈던 나의 순수함이 눈을 뜨고 생각의 전환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었다.

  

 

아프면 아플수록 우리 자신이 사라져간다는 느낌.

세상에 물들어가는 나를 봤을 때.

이런 느낌이 들 것이다.

이 표현을 보고, 아.. 성장소설이지만 한층 성숙미를 자아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자라서 당당한 여성이 되었을 때, 나도 이들처럼 삶을 잃어버리게 될까?

 

삶과 사람에게 타협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

이것을 역설한 말이 아닐까?

 

늘 세상에는 어울리되, 속하지 말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데

삶을 살아가면서 걸어 다니는 시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진정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는지

아이러니해지는 내 모습.

스테파니가 두려워 하는 그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나는..

나도 어렸을 때 마냥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비록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이었다 할지라도 스테파니는 나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남자인 그가 이런 비밀스런 노트를 펼쳐낸 것에 놀라웠다. 나의 성장기를 돌아보며, 치유받지 못했던 부분을 스테파니가 대신 치유받음으로 인해 나까지도 성장기를 다시 씩씩하게 버텨낸 효과를 가져왔다.

나에게 다시 성장기가 온다면, 그 때에 내가 부딪치지 못했던 것들에 당당히 맞설 수 있기를 기대해보며...

 

[오탈자 발견]

page 44. 나는 복합신경마미 증상으로 -->  나는 복합신경마비 증상으로

page 48. 오히려 복합신경마미 증상으로 고통받는 --> 오히려 복합신경마비 증상으로 고통받는     

page 89. 워크맨을 귀에 꼽은 채 --->  워크맨을 귀에 꽂은 채  

page 118. 그녀에서 광선을 보내려고 --> 그녀에게 광선을 보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