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시작하면 술술술  ~ 읽혀 나간다. 

책의 구성이 보통과는 좀 다른, 어딘가에서 디자인 책에서 본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내지의 재질도 컬러로 되어 1학년 때 교양수업으로 들었던 '디자인과 생활(?)'이라는 파란 표지의 책과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간결하고 필요한 것들을 설명해주어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 그 느낌. 

모르면 모르는대로, 알면 아는대로 유용한 그런 이야기가 있다. 

"당신의 삶에도 생각보다 훨씬 큰 우주가 존재한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면서 노림수를 꿰고 만들어, 그것이 통할 수도 있지만 노리지 않은 것이 통하여 의외의 소득/수확/성과/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디에서 통할지도, 어떤 점이 통하게 되는 건지도-

제일 성능이 좋다는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도 정확하게 날씨를 짚어내기는 어렵다고 한다.  기계가 수십년간 적재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낸 것을 결국엔 사람이 다시 분석해서 결론을 도출해내야하니 말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믹스 앤 매치.

뭐가 잘 맞을지 모르니 일단 다 섞어보고 붙여보는 것도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입장만 바꿔보면 이해되는 "왜 그랬을까?" 하며 답답해하던 것이 해소되는 순간도,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이런 생각을 해낸 사람은 미쳤다고, 실현가능성 없어보이는 것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였음이 드러나는 것처럼- 뭔가를 관철시키려면 꾸준히 밀어붙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을 즈음-

JTBC에서 방송 중인 비정상회담에서 마침 책에 나오는 내용을 언급한 적이 있어 괜히 반가움을 느끼며 책을 읽어 나아갔다. 방송에서 나온 내용은 어떤 것의 원조가 전쟁을 치르며 각 나라에서 발명되고 파생된 것들에 대한 얘기였는데, 그 이야기들을 보면서 역시 세상에는 그냥 흘려들으면 안되는 이야기들도 많고 티비가 확실히 똑똑해지고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

책을 보고 방송을 보고, 방송을 보고 책을 읽게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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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이야기로 돌아와서 -

별미의 첫번째는 건빵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

아빠가 간식먹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겨울이 되면 추운 길을 걸어서 동네 가게에서 간식을 이것저것 잔뜩 사들고 와서 하나씩 뜯어먹는 재미를 너무 잘 알려준 탓에, 자주 먹었던 간식 중 하나였던 그 건빵이다. 한참 자주 먹었던 초등학교 때에는 주변에 있는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그 친구들은 건빵을 우리집에서 먹는 것처럼 먹었다는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하고, 먹었다는 말을 하게 되면 그렇게도 먹냐는 반응들이어서 우리집만 이렇게 먹는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책을 보면서 생각보다 그것에 얽힌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더 반갑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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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을 좀 더 맛있게 먹는 방법 중에 건빵을 튀겨서 설탕을 묻혀 먹는 방법이 나오는데, 그것도 집에서 아빠식 조리법으로 알고 있던 것이라 또 반갑고 오랜만에 그렇게 먹고도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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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 미드를 보다보면 보게되는 '텍사스 독립'에 대한 스티커를 트럭에 붙이고 있는 장면이나 묘사를 보게 됐었는데, 이건 얼마나 텍사스는 극우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기에 저런 주장을 하는 것인가-하는 것이 궁금했었다.

책을 보는 과정에서 텍사스가 멕시코에서 독립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고, 독립에 성공했지만 미연방의 28번째 주로 합병된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전체의 동의없는 합병이 이뤄졌으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독립을 외치며 텍사스가 독립국가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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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8시 30분까지 출근을 하던 때에 7시 57분엔가- 라디오에서 방송되던 3분 고전을 들으며 기억에 남는 것이 말이 있었는데, 그걸로 아침 조회를 할 때 조회자료를 준비해야할 차례가 되어 자료에 담아 말했던 기억이 있는 그 말이 책이 시작과 함께 담겨 있다. 그것은 '궁즉변, 변득통, 통즉구'

풀어서 말하면 '궁하면 변화가 일어나고, 변하면 통하게 되어, 통하면 오래간다.'

​흔히 말하는 '궁즉통, 궁하면 통한다'라고 하는 것이 좀 비약이 섞인 부분이 있는 것이지만 필요에 의해 길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찾게되는 의외의 발견을 알게되는 것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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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만이 아니라 과정도 섞인 모습에 아직 알 것, 알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공감 하나.​

​사람마다 책이 필요한 시기는 다른 것 같다. 책 읽기의 필요를 여느 때에는, 아니- 아예 느껴보지 못하는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을 수도 있다.
당장 나만 봐도 책은 꾸준히 읽으려하지만 접수해둔 시험 공부는 뒷전이다. 나와의 약속보다 다른 이와의 약속을 더 잘 지키는 얄궂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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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둘.​

신경써서, 굳이 눈여겨 보지 않아도 익숙한 환경 속에서 문득- 지긋이 보다가 보이는 세세한 부분까지 일상에 녹아든다는 것이 누구나 생각하는  디자인과 책의 공통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똑같아 보이는 일상의 발견같은.

매일 같은 길을 가더라도 새삼스레, 매일매일 새로운 길을 가고 어딘가를 처음 와 보는 것처럼 두리번두리번거리며 걷기를 자주 한다. 정말 촌스러운 습관이지만 그만큼 새삼 신기하고 새로워 보이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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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셋.​​

손에서 시작되는 것이 마음에 전해진다. <br />일에 대한 불안은 끝이 없지만 손에 축적되는 것에 거짓은 없을 테니까.

취미가 많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해보고 싶은 것, 해야할 것도 해내고 있는 능력을 넘어서는 바람들이 많다. 사진도 찍고, 영화도 보고, 영화관에 간 김에 영화포스터도 모으고,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에 제한을 두지 않으니 뭐든 만들고 싶으면 만들어 본다.

책도 읽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일단 지르고 본다. 책이 도착하면 게으르게라도 읽어보려 가방을 무겁게 채우며 매일 가지고 다니려 한다.

손으로 뭔가를 해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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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넷.

'알고보니 이런 노랫말'이란 부분에 나오는 가사 해석집. 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의 언어로 되어있는 것를 해석해준 것이 실망과 새롭지만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알거리를 알려준다. 알아서 내 마음대로 해석해서 기억하고 그것에 감동하는 것도 좋지만,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도 알게 되는 것도 새로움이지.
개인적으로 샤이니의 노래 해석집도 샤월이나 소속사에서 좀 펴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노래가 나올 때마다 매번. 궁금한 노래를 이게 뭔가-하고 검색을 해보게 된다. 팬들이 너무 잘들 해석해서 올려놔두니까. 일면 편하게 알아가는 부분도 있지. 아, 방탄소년단 화양연화도 그랬지.
한창 SG워너비가 뜨던 때, 1집에서 3집까지의 모든 노래 가사들이 애절한 사랑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스토커의 이야기로도 들릴 수 있다는 섬뜩한 사실을 깨닫고는 실실 쪼개기도 했지.

대학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학교에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기본 1시간 반, 걷는 시간까지 2시간은 잡아야했던 거리였기에 내 평생 어느 때보다도 음악을 많이, 자주 들었던 때였지. 지금은 또 그렇지 않다는 것이 사람이 시간이 지나서 변하는 건지, 시간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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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다섯.
어떤 이야기는 노인에서 시작해서 아이로까지 이야기가 튄다. 이 넓은 간극은, 하나의 주제로 어디까지 이야기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을 알려줘서 얕고 넓은 지식인지, 깊고 좁은 지식인지는  상관없다. 그냥 그것을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삶이라는 것과 죽음이 갖는 의미도, 여명이라는 시간이 주는 의미도 심오하다. 반드시 나이가 많아야 먼저 가는 것도 아니니, 죽음이 오는 시점을 '말년'이 아니라 '만년'이라고 표현한 부분도 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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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여섯.

가볍게 휘휘 넘기며 볼 수 있는 '책'으로서의 사진집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어딘가에 사진전이 열린다고 하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정작 움직이지는 않는다. 이런 게으른 나도 딱 하나 가지고 있는 사진첩은 내가 찍은 사진 중 마음에 드는 소수만 뽑아서 앨범에 꽂아놓은 것.

제일 멀리 혼자 다녀온 여행지가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였다. 거기서 사온 것 중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하는 것은 까사밀라에 있는 기념품 샵에서 산 오르골(영화 빠삐용의 테마곡 Free like wind가 흘러나온다)과 가우디가 만든 건축물의 미니 포토북이다.
별 생각없이, 평소에는 그리 필요하다고 생각치 못했던 것이라 하나만 샀는데, 두고두고 아쉽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볼 때마다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영화, 애니, 만화, 소설, 시, 사진집, 건축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이야기에 지루할 틈없이 책을 읽어나갔다. 책을 일방적으로 보고 있지만 작가와의 대화 같다.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읽어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