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기 구락부 원은 영화 조선마술사에 나온 것처럼 묘사되어 영화를 보며 느꼈던 신기하고 기발한 발상이 함께 연상되어 좀 더 재미있게 생각해보며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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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어리게 보이는 왕의 사랑이라는 판타지를 보여준 것이 '구르미 그린 달빛'의 세자 영과 라온의 사랑과도 닮아있는 것 같다. 역사에 실제로 있었던 캐릭터에 재미있는 상상으로 보태어진 새로운 캐릭터들은 뻔한 듯 보이지만 확실히 신선한 느낌을 준다.

 

앞에 함께 들어간 지도를 보며 든 생각은 익숙한 지명으로 붙여진 캐릭터의 이름과 그들의 활동이 이뤄지는 곳곳의 지명들은 익숙해서 괜히 반가우면서도 여기를 다 휘젖고 다니면서 펼칠 이야기도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조선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개화기에 격변(?)하며 억압받는 배경이 좀 많이 등장했었는데, 고종과 그 주변인물들의 젊은 시간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도 흔하지 않은 것 같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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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든, 등장하는 오해로 얽히고 섥히는 관계​가 여기서도 나온다.

흔하다고 하면 흔하겠지만 사람이 사는 데에서 그런 일이 1도 없다면 그게 또 거짓부렁이니까 등장하는 것도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 그리고 최고 권력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나오는 암투로 인한 음모로 피를 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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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야스히코는 아들이 돌연 고향인 도마자와로 돌아와 가업을 잇겠다는 말에 괜히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에 내심 걱정이 앞서는 아버지다. 자신도 가업을 잇기 위해 도쿄에서 다니던 광고 회사를 그만두고 그 때 사귀던 아내 교코와 고향으로 돌아왔던 과거가 있어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도망치듯 돌아온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도 마음 속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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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카이도 삿포로에서도 살짝 벗어난 도마자와라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천천히 시간을 두고 소동이라고 부르면 소동, 사건이라고 부르면 사건일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난다. 순식간에 도마자와 지역 사람들 모두의 일이 되는,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웃플 수밖에 없는 일상들이 나열된다. 나에게도 지나온 시간 속의 사건이기도 하고 지나보낼 시간의 사건들이라 실소가 나오지만 마냥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지나친 참견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것들도 익숙한 누군가의 고맙고 반가울 수밖에 없는 참견과 다툼이 있어서 무관심과 방관으로 일관된 일상이 많은 요즘과는 다르다고 생각이 되면서도 그런 것들이 정겨움으로 느껴지기도 해서 일면 부러워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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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함으로 가득 채워질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나'라는 사람이 과연 다른 사람들에 요시히코와 같은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문체가 익숙하지 않아 초반은 잘 읽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슥슥- 잘 읽혀나간다. 작가가 그만큼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로 설명을 듣는 것일 뿐인데 선연히 영상이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잔인하기 그지없는 부분을 읽어나가면서도 '이게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소재가 실화이니 그런 일들이 있었겠지- 하면서 사건에 파고 들어 간다. 완전히 바닥에 떨어져버리는 인간의 생경한 모습에, 놀라면서도 반복된 교육과 억압의 무서움을 다시금 깨닫는다.
연구를 위하 한 그룹은 죄수, 다른 한 그룹한 간수가 되어 역할에 출실해지면 인간으로서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감각이 마비되어 간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갇혀있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가혹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되고, 죄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간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게 되는 등 원래 그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결정을 내리곤 한다는 걸 봤는데, 그런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야기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파리한 행색의 소녀로부터 시작된다. 가지고 있는 휴대폰으로 직접 신변보호 요청 전화를 한 소녀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있는데도,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툭 내뱉듯이 던진 한마디로 이 소녀가 휘말린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의 수사방향이 급변하게 된다. 소녀의 이름은 마야, 마야의 증언으로 이어진 추가 피의자에 대한 체포가 이뤄지게 되고, 체포된 아쓰코라는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있었던 것임이 선명히 드러난다.

한편, 신고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중 동거하는 세이코의 아버지라는 사람의 등장으로 작은 파문이 일듯 일상이 조금씩 달라진다. 달라진 일상이 신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신고는 사건의 중심에 서버린다. 그 이후 신고의 선택은 자신을 위한 것인가- 아닌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한 것인가- 모호해진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에서는 주동자 격인 남자가 체포되어 사형을 언도 받지만 이야기니이 의뭉스럽고 찝찝한 부분은 이야기가 끝나고도 남게 된다. 그 부분에서 누가 맞고 틀리다를 명확하게 생각할 수 없고 그럴 수도 있을 법한 '경우'에 대한 이야기(경찰들이 추측하는 여러가지 가설)가 진하게 남는다.

아쓰코는 이제 폭행 피해자도, 공범자도 아니고, 우메키 요시오라는 남자의 분신인지도 모른다.

요시오는 감염된다.

기와다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나 자신은 앞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그 의심이 별 것 아닌 것이 되면 그 나름대로도 괜찮은 것이지만, 나름의 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게 되면 또 달라진다. 

누구나 헤맬 수는 있지만 그 길이 내 길이라고 믿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길을 잃어버리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은 시간들이 달라지는 거겠지만 그 순간들의 선택으로 인한 것은 틀림없이 자신에게 돌아온다. 

스트로베리나이트 시리즈의 작가라는 것을 다시 깨닫곤, 전부터 보고 싶었던 그 이야기들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