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갈때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왠지 기차를 타야 여행 느낌이 살아납니다. 의자를 돌려서 친구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역에서 산 맛있는 음식들을 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규칙적인 덜커덩 소리도 좋은 데다가 쉬고 싶을 때는 멍하니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네요. 주말에 역에 가보면 기차를 타는 사람들, 내리는 사람들, 마중나온 사람들로 붐비는데 서울 - 부산, 서울 - 강릉 구간은 일찌감치 매진되는 만큼 정말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것 같아요.

 

명절이 되면 뉴스에서는 어김없이 서울역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지금은 유리로 만든 커다란 역이지만 어릴 때만 해도 붉은색 벽돌 건물이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울역에는 어떤 역사가 있을까요. '여기는 서울역입니다' 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으로 볼 수 있는 예쁜 책입니다.

 

처음 기차가 다니기 시작했을때만 해도 사람들은 신기해하면서 구경하러 모여들였습니다. 곧 기차는 일상 생활 속으로 빠르게 자리잡았네요. 서울역은 사람과 물자가 오고가고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만큼 서울의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이 모이면서 유행을 만들었습니다. 시인 이상도 서울역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썼다고 하네요. 지금은 북한에 막혀 있지만 과거에는 서울역에서 출발해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갈아타고 유럽까지 갈 수 있었는데 대표적인 여성 서양 화가인 나혜석도 서울역에서 기차에 올랐습니다. 지금은 그냥 기차를 타는 곳이지만 수십년 전에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곳이었네요.

 

우리나라는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사람들은 서울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가난한 농어촌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었는데 경제가 발전하면서 일자리가 생겨나자 사람들은 기차를 타고 서울로 서울로 끝없이 올라왔습니다. 처음 집을 떠날 때는 기대와 설레임도 있었겠지만 서울역에 내린 다음에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복잡한 도시를 보면서 두려움도 느꼈을 것입니다. 이내 각자 목적지를 찾아 흩어졌는데 이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루었고 또 좌절을 하기도 했을까요.

 

서울역은 세워진 후 오랫동안 큰 변화가 없었지만 KTX 의 등장으로 기차 시간의 개념이 바뀌었네요. 300km 이상의 KTX 는 도시들을 빠르게 연결하면서 전국을 일일 생활권으로 만들었습니다. 서울이 커지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커다랗게 보였던 역사도 무척 좁아지게 되었는데 옆에 유리를 이용해 커다란 새로운 역사를 만들면서 바톤 터치가 이루어졌네요. 기차와 사람이 다니지 않는 붉은 벽돌의 건물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가 최근에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새로운 서울역을 이용하면서도 바쁘기 때문에 기존 역에 들어가볼 생각은 못했었는데 주말에 한번 시간내서 가봐야 겠네요.

 

이 책은 그림이 무척 예쁘고 글도 커서 아이들이 읽기 편합니다. 조카들과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하면 무척 좋아할것 같요.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역을 둘러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그림동화, 여기는서울역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의 대부분 한반도와 만주 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수천년의 시간 동안 여러 왕조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등 통일과 분열을 반복하였었지만 고려 이후로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네요. 반면 유럽은 아시아나 중동 지역의 세력이 침략하기도 했었고, 유럽 내부적으로도 민족의 이동에 따라 나라가 세워지거나 사라졌습니다. 대항해 시대를 거치면서 유럽은 세계 곳곳으로 팽창해 나갔는데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유럽의 역사를 알면 우리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럽은 과거에는 로마 제국이, 이후에는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번갈아가면서 패권을 차지하였습니다. '유럽이 건넨 말들' 의 저자는 유럽의 주요 나라를 여행하면서 어떤 역사가 있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늘날 폴란드는 유럽에서의 위상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강력한 리투아니아-폴란드 연방을 형성해 중부 유럽의 대부분을 차지하였었네요. 이후 세력이 약해지면서 이웃 나라들에 의해 강제로 분할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세워지면서 이곳에서 유대인, 집시 등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네요.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독일에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폴란드에 있는지 이번에 알았습니다. 아픈 역사도 역사인 만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데 수용소에서 일하는 분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무척 크고 그만두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 정말 그 슬픔을 마주하기 쉽지 않을것 같아요. 공산주의 치하에 있었으나 민주화 운동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고 이제는 동유럽 국가들 중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와도 경제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데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폴란드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면 이웃한 나라인 독일은 추축국으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처음에는 빠른 기세로 유럽 대부분을 점령하였으나 이후 연합국의 반격으로 결국 패망하였네요. 독일은 패전국으로서 미, 영, 프, 소에 의해 나라가 나뉘어졌으며 수도인 베를린은 동쪽에 있었지만 중요성을 고려해 도시 자체를 나누면서 서베를린은 마치 육지의 섬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동독은 서베를린을 둘러싼 장벽을 세웠으며 이 장벽은 곧 냉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소련의 힘이 약해지면서 동독에도 위기가 찾아왔고 1989년 동독의 한 정부 관계자가 기자회견에서 즉시 여행 자유화를 시행한다고 잘못 말함으로써 베를린 장벽은 순식간에 무너졌네요. 독일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켰지만 끊임없이 과거사를 사죄하고 보상을 하면서 이웃 나라들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와 일본의 관게를 생각해보면 독일의 사례는 일본이 반드시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훈족의 아틸라는 한때 로마 제국을 위협하는 강력한 나라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틸라가 죽은 다음에는 유럽 역사에서 별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다가 근대에 들어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으로 다시 등장하네요. 오스트리아의 속국이었다가 동등한 관계로 올라섰고 이후 헝가리로 독립하였다고 합니다. 헝가리는 오랫동안 외세의 침입을 받았던 만큼 우리와 비슷하게 무척 아픔이 많네요. 이 책에 나오는 폴란드, 체코 등과 함께 과거에는 공산주의 국가였으나 이제는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빠르게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데 앞으로 유럽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대가 됩니다.

 

유럽은 여러 나라가 모자이크처럼 얽혀 있으면서도 최근에는 EU 라는 이름으로 단일 경제권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유럽의 민주주의, 경제 성장, 국가 통합 등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유럽을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유럽도시산책, 유럽이건넨말들

예전에 우리나라 인구 이동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출 인구가 전입 인구보다 많았네요. 작은 농어촌 지역 뿐만 아니라 제2의 도시인 부산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인구가 도시 밖으로 나가고 있어 지방 소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수도권에서도 수도인 서울은 인구가 정점을 찍고 서서히 줄어드는 반면 인천과 경기는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도시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네요.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높은 수도권 집중화로 많은 문제가 양산될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도시에서 어떤 문제가 나타나고 있을까요.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의 저자는 주요 글로벌 대도시들에서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분석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울과 인근 도시로 몰려드는 것처럼 미국에서는 뉴욕,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보스톤 등 주요 대도시로 몰리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도시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근처에 접근 가능한 편의 시설들이 많이 있으며 문화 생활도 쉽게 즐길 수 있네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우수한 인력들도 쉽게 확보할 수 있어 도심 지역에서 창업을 하거나 교외에 있던 스타트업도 도심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주거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택 가격과 렌트비가 빠르게 상승하였고, 월급의 상당 부분을 주거 비용으로 쓰면서 삶의 질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도시들은 다른 도시들의 자본과 인력을 빨아들이면서 성장하지만 도시 내에서도 분화가 나타나네요. 어떤 지역은 부유한 사람들이 살면서 안전하고 깨끗하며 잘 관리되고 있는 반면 어떤 지역은 우범화되고 있습니다. 마치 모자이크처럼 서로 확연히 구분이 되는데 상위권과 하위권의 소득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어 이러한 구분은 더 심해질 것입니다. 서울 역시 흔히 강남과 비강남으로 구분하고 강남이라는 단어가 욕망의 대상이 된 것처럼 저자가 책에서 든 사례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네요.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면서 높은 생활 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시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중에는 예술을 통해 도시에 활력을 더하고 창의성을 높이는 이른바 창조 산업의 사람들도 있네요. 도시의 집중화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에 수반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여러가지 대책들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도시와 교외 지역을 연결하는 광역 공공 교통망, 저렴한 임대 주택의 확대, 저임금 일자리에서 고임금 일자리로의 전환을 통한 소득 증대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시행하고 있는 정책도 있지만 기득권의 반대 등 여러가지 이유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실제 적용까지는 쉽지 않아 보이네요.

 

우리나라의 수도권은 특히 집중도가 높은 편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지방 소멸의 속도는 더 빨라지면서 도시의 집중화로 인한 문제들은 더 크게 나타날 것입니다. 해외 도시의 사례들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네요. 실제 사례 위주로 읽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지속가능한발전, 도시는왜불평등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