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같은 길을 버스를 타거나 두 발로 걷다보면 어느 순간 주변 풍경이 눈에 익숙해집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오래된 아파트가 부서지더니 몇 년 뒤 커다란 고층 아파트가 세워지네요. 새로운 아파트는 무척 높아서 위압감이 느껴지는 데다가 외부인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울타리가 둘러져 있어서 더 낯설게 느껴집니다. 뉴스를 보면 어디 지역을 재건축 한다더라, 헌 집을 부수고 훨씬 좋은 집에 살게 되는데 공사가 끝나면 몇 억을 받을 뿐만 아니라 집값도 훨씬 오른다더라 등 온통 사람들의 욕심을 부추기는 기사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발 뉴스에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 있습니다. 이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고 개발을 하는 동안 이들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요.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의 저자는 서울의 오래된 지역들을 돌아보면서 이 책을 썼습니다.
70~80년대 경제 성장을 하면서 사람들 은 서울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다보니 여기저기 우후죽순 무허가 집들이 생겨났네요. 이후 전기, 상하수도, 도로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아파트를 만들면서 도시의 모습이 바뀌었으나 서울에도 아직 달동네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노원구의 백사마을이 대표적인데 겨울이 되면 기업들이 연탄을 나르는 등 봉사활동을 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네요. 사진으로 봤을때 정말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랐습니다. 현재는 유명 건축가 10명이 마을 분위기를 살리면서 재개발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최근 바뀐 계획에서는 비용 상승 등의 이유로 아파트가 등장하였는데 천편일률적인 재개발 지역 중 하나가 될지, 새로운 재개발 모델이 될지 궁금해집니다.
재개발이 확정되면 기존 주택들을 헐어야하기 때문에 원래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이주합니다. 몇 년 동안 이사해서 살다가 완공되면 새 집으로 돌아오게 되네요. 이 과정에서 집이 있던 사람들은 다시 올 곳이 있지만 임대로 살던 사람들은 흩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최근에는 재개발 비용 상승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평균 20% 의 사람들만 다시 살게될 정도로 낮은데 무엇 때문에 공동체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는 구로공단 등 공장 지역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높은 비용과 환경 문제로 하나둘씩 이전하면서 이제 서울에서 대규모 공장은 거의 사라졌네요. 하지만 생계형 소규모 공장들은 아직 많습니다. 창신동에는 1,000개의 의류 관련 공장이 있어서 매일 수많은 옷을 만들어 냅니다. 옷을 만드는 단계마다 분업화되어 있어서 오토바이들은 이 공장 저 공장을 누비며 배달을 하네요. 인쇄 공장들이 많은 을지로는 요즘 '힙지로' 로 불리고 있는데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사람들의 레트로 감성을 자극해 놀러온 사람들로 활력이 넘치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지역들도 어느 순간 철거되면서 사람들이 뿔뿔히 흩어지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겠지만 도시는 자신만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잘 보전해 나가는 것이 도시의 매력을 지켜나가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오래된 아파트 벽면에는 낮은 안전 등급을 받았다며 재건축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붙어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여기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 얼마나 다시 돌아올지 걱정되네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에세이,
못생긴서울을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