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무언가가 있는것 같아요. 프랑스 음식과 와인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파리를 찾습니다. 젊은 연인도, 황혼에 들어선 부부도 파리에 가면 로맨틱함을 느끼네요. 19세기 말 벨 에포크(Belle Époque) 시대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파리의 카페에 모여서 철학과 문학, 예술을 논하고 작품 활동을 하였습니다. 파리에서 탄생한 인상주의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등은 늘 관람하는 사람들로 복잡하고 붐빕니다.

 

예술의 도시 답게 파리에는 크고 작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널려 있습니다. '미드나잇 뮤지엄 : 파리' 는 프랑스 문화부 공인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쓴 책으로 파리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예술을 설명하는 일을 하는 만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할텐데 이 책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지 궁금하였네요.

 

고전 미술은 주로 신화나 종교, 역사를 다루고 있어 그림을 보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됩니다. 오랫동안 이러한 형태가 유지되어 오다가 인상파가 등장하면서 큰 변화를 겪었네요. 뉴스에서 종종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경매 사상 최고가를 갱신했다는 내용을 보는데 인상파 화가들은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처음에는 비평가들의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비평가의 관점과는 달리 인상파 화가들만의 그림을 모은 전시회가 성황리에 열리면서 인상파는 미술의 주류로 자리잡았네요. 오르세 미술관에는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인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면 밝고 생기가 넘칩니다.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는 보기만 해도 즐거운데 벨 에포크 시대의 분위기가 잘 드러나네요. 반면 고흐는 요즘의 인기를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생전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밤하늘이 소용돌이치는 것처럼 보이는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은 무척 매력적인데 포스터를 사서 집에 걸어놓고 봐야겠네요.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미술에 큰 관심이 없어도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는 둘러볼 것입니다. 이곳들만 해도 소장품이 엄청나게 많아서 다 둘러보려고 하면 몇 날 며칠이 아니라 몇 달이라도 모자랍니다. 파리에는 이외에도 작지만 보석같은 미술관들이 많네요. 귀스타브 모로 박물관은 모로의 생가를 박물관으로 만들었습니다. 모로의 대표작인 '환영' 을 보면 매혹적이면서 관능적인 살로메와 공중에 떠있는 잘린 세례요한의 머리가 대조를 이루면서 작품에 눈을 떼지 못하게 하네요. 전에 다른 책에서 이 그림을 보면서 관심이 있었는데 미술관에서 직접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미술을 좋아해서 종종 전시회를 찾다보니 '라울 뒤피' 전시회가 열리는 것을 봤는데 누구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았습니다. 그림을 보면 무척 밝으면서 마치 음악 선율이 들리는 듯 통통 튀는 것 같네요. 인상파 화가들은 빛에 의한 찰나의 순간을 중요시하면서 때로는 사물의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라울 뒤피가 그린 그림을 보면 마치 아이가 그린듯 동심이 느껴지면서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마침 이 책에도 라울 뒤피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데 바로 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에 있는 '전기 요정' 입니다. 전기는 산업화 시대에 꼭 필요하지만 예술과는 잘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전기 요정을 보면 전기로 인해 바뀐 세상이 그의 스타일대 그대로 그려져 있네요. 이전까지의 시대는 지나고 전기에 의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됨을 잘 보여주는 그림 같아요.

 

가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선생님과 함께 온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그림 앞에 앉아서 따라 그리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명화를 보면서 예술과 친해지는게 부러웠네요. 기존에 알고 있던 미술관 외에도 매력적인 미술관들이 많은데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파리에서 미술관들만 찾아다니면서 예술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미술, 미드나잇뮤지엄파리

과학은 좋아하는 과목이어서 수업 시간이 재미있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험을 준비하다보니 문제풀이 위주로 배우게 되었고 그러면서 흥미가 떨어졌었네요. 교과서에서는 다양한 물리 공식이 나오는데 어떻게 공식이 도출되었고 실생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가 아니라 문제를 풀때 어떤 공식을 적용하는지 요령 위주로 배웠습니다. 졸업 이후에는 거의 다 잊고 있다가 지금 시험과 상관 없다보니 교양 과학 서적도 자주 보는데 예전 수업 시간이 생각나면서 그때 이렇게 공부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생기네요.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라는 이름은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물리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부터 우주의 크기에 비하면 먼지보다 작은 지구에서 우주를 연구하는 등 과학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 는 치열한 토론을 하면서 새로운 물리학을 탄생시킨 20세기 초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과학자들은 이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탐구하였습니다. 모든 물질은 물, 불, 공기, 흙 등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졌다는 이론도 있었고, 더이상 쪼개지지 않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고도 하였네요. 과학이 발전하면서 수많은 실험 끝에 원자가 가장 작은 단위였다가 전자, 중성자, 양성자가 발견되었고, 또다시 쿼크가 등장하였습니다. 물리학은 탄탄한 이론을 토대로 거의 모든 사실들이 밝혀졌다고 하였지만 기존 물리학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생겨나면서 이를 설명하기 위해 양자역학이 탄생하였네요. 문제는 이론과 실험이 양자역학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직관적으로 아는 것과는 많이 달라서 이를 어떻게 '해석' 하는지가 중요해졌는데 이 책의 중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코펜하겐 해석이 등장합니다.

 

과학은 누가봐도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이론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은 영역이어서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인지 같은 결과를 놓고도 유명한 과학자들이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것도 신기하네요. 각자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일하다가 같이 모여서 토론하게 되었는데 바로 과학사에서 유명한 솔베이 회의입니다. 솔베이 회의 참석자들을 찍은 사진을 보면 대다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는데 이들이 한곳에 모였다는 것도 대단하고 누구하나 웃는 사람 없이 근엄하게 앉아있는 것도 재미있네요. 솔베이 회의에서 양자역학에 대한 토론은 새로운 분야를 정립해가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신구 물리학자의 대결이기도 하였습니다. 탄탄한 고전 물리학에 기반해 양자역학을 해석하려는 시도와 양자의 상태는 확률적이라는 것을 주장한 코펜하겐 해석은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책 자체는 이를 둘러싼 물리학자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규칙적이면서 딱딱한 생활을 할 것 같은데 이 책에 등장하는 물리학자들에게서는 의외의 모습들이 보이네요. 보어는 코펜하겐에 연구소를 만들어 많은 물리학자들을 초청해 같이 연구하였습니다. 그런데 한번 만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물리학 이야기를 하였고, 궁금한게 있으면 밤늦게 집으로 찾아가기도 하였네요. 코펜하겐 해석에서 중요한 물리학자 중 한 명인 하이젠베르크는 이러한 보어에 지쳐서 무척 힘들어 했습니다. 디랙은 거의 사교적인 대화를 하지 않는 은둔형 물리학자에 가까웠네요.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은 외도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평소 상상했던 과학자들의 이미지와 다르기는 한데 책에 등장하는 과학자 중 누구 하나라도 없었다면 양자역학의 발전은 늦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물리학에서는 이제 더이상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게 없다고 말한 물리학자도 있었지만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도약하게 되었네요. 두 번의 세계대전이 일어난 혼란스러운 시기에서 세계적인 과학자들의 세계적인 발견에 얽힌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과학, 불확실성의시대

우리나라는 90년대에 IMF 에서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모든 경제 환경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연공서열제와 종신고용을 보장하였는데 대기업도 쓰러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네요.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도 생소하였지만 이제는 많은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채용하면서 적은 급여를 지급하고 기간이 끝나면 내보냅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적인 경제 침체를 불러왔습니다. 불황은 반복되면서 우리나라는 다시 한번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네요.

 

과거와는 달리 현대의 경제는 각 나라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복잡한 금융상품들이 등장하면서 예상치 못한 불황이 찾아올 경우 큰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불황의 역사' 는 미국 행정부와 긴밀하게 일했던 저자가 쓴 책으로 미국 역사에서 나타난 불황을 통해 교훈을 얻고 앞으로 어떻게 준비하면서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미국 통화인 달러는 기축 통화입니다. 유로화, 위안화 등이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제 무역에서는 대부분 달러로 결제합니다. 정치의 중심지가 워싱턴 D.C. 라면 경제의 중심지는 뉴욕 월스트리트입니다. 미국 경제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백년의 짧은 역사 동안 많은 여러번의 경제를 겪었네요. 1929년 검은 목요일에 주가는 순식간에 폭락하였으며 뉴딜 정책으로 경제를 안정시키기 전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동안 유럽과 멀리 떨어져있는 미국은 전쟁 특수로 활황을 누렸고 끊임없이 오르는 주식을 보면서 투기하는 사람도 크게 늘어났는데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자 위기를 느낀 사람들은 주식을 팔았고, 점점 공포가 극대화되면서 결국 주식 시장은 붕괴되다시피 했네요. 이후 미국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였고 주식 폭락시 거래를 중지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투기에 의해 주가가 부양되었었던 만큼 이러한 조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였고, 이후로도 주가 폭락은 몇 번 더 나타났네요.

 

2000년대 후반에 있었던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는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택 가격이 끝없이 오르면서 은행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도 적절한 심사 없이 무차별적으로 대출해 주었습니다. 대출 상품을 묶어 여러번의 매직을 거치면서 생소한 이름의 금융 상품이 탄생하였고, 안정적이라는 등급을 받아 세계의 많은 은행, 증권사, 기금들이 투자 상품으로 구매하였습니다. 하지만 1920년대의 검은 목요일처럼 더이상 주택 가격이 오르기 어렵자다는 생각이 퍼졌고 실제 대출 연체가 늘어나면서 리먼 브라더스를 포함해 많은 금융 기관이 문을 닫거나 정부의 긴급 금융 구제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고스란히 이 여파가 미쳤는데 한 나라의 문제는 전세계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네요.

 

대부분의 불황이 사람들의 욕심에서 초래하였다면 2020년 초의 불황의 원인은 코로나19였습니다. 이렇게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생존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정부는 사람들의 이동을 멈추었고 도시를 셧다운하기도 하면서 경제는 위기에 빠졌습니다. 저자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이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은 문제로 지적하고 있네요. 기술이 발달하면서 IT 인프라는 점점 경제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해킹 등의 사이버 공격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 경제를 붕괴시킬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이제는 다시 금리를 높이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미국과 중국의 대립, 중국의 타이완 침공 가능성, 코로나19 변종의 등장 등 미래에는 다양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과거의 불황에 대한 연구는 정책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어렵지만 경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경제, 불황의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