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두께의 양장본.

이렇게 한 줄 한 줄이 쉽게 넘어가지 않는...

 

덴마크에서 함께 자살한 헝가리계 유대인 노부부의 실화이며

이 책은 그들의 손녀이자 저널리스트인 요한나 아도르얀의 작품이 란다.

 

이 책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것은 거의 마지막 몇 페이 지를 남겨놓고 작가에 대한 호기심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알게 되었다.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흐름. 번역도 건조한 세련됨을 가진 듯하고 정말 오래간만에 좋은 책을 얻었다 생각되는.

 

이 책은 동반 자살한 조부모의 마지막 즈음에의 행적을 10여년이 지난 후에 찾아 보려는 손녀가 이끌어간다. 초반에 기대했던 홀로코스트에서의 상황이나 그 이후의 드라마틱한 이야기 같은 것은 없다. 그저 그 끔찍한 시대를 겪으면서 단단하게 엮어지는 사랑을 서서히 느끼게 할 뿐.

 

이 책에서 존재를 알게 된 다른 책. 확실하고 제대로 된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노부부가 얻으려 애쓴 <Final Exit - 마지막 출구>. 나는 거기서 몇 페이지를 더 읽다가 검색을 해본다.

‘마지막 출구’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대형서점에서 검색을 해보지만 나오는 게 없다.

소설 속의 가상의 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순간 영문제목으로는 검색되어져 나온다. 번역본의 제목은 <마지막 비상구>. ‘마지막 출구’ 라는 제목이 난 더 마음에 든다.

마지막 비상구라니....좀 경박한 느낌이 나지 않나.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모습을 보고 썼다고 해도 믿을 만큼 똑같은 공무원들의 생리.

그것을 탈피해보려는 주인공의 부질없는 노력.

공무원이든 무엇이 됐든 온갖 오류 속에서 빙빙 돌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오기와라 히로시. 진정한 천재

 

21세기의, 서핑을 즐기는 그저 평범한 19세 청년 오지마 겐타,

1944년 세계2차대전속의 비행훈령병 이시바 고이치.

기상이 좋지않은 어느날 혼자 바다로 서핑을 나간 겐타와 비행실습을 나갔던

고이치는 말 그대로 time slip을 하면서 서로 시대를 바꾸어 깨어나게 된다.

일본이 패망하는 1945년 8월 15일에서 서로 각자의 시대로 귀환하게 되는 16일까지 두 사람은 각기 몰랐던 시대를 일년 못미치는 기간동안 어쩔 수 없이 살게 되면서 철없던 오지마 겐타는 성숙함을, 그저 맹목적인 애국심만을 전부로 알고 있던 고이치는 그런 강요된 애국심의 추악한 이면과 개개인의 삶의 소중함을 깨달아가게 된다.

 

책속에서 작가 오기와라는 전쟁에 대한 역겨움과 풍자를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21세기로 오게 된 고이치는 온갖 물질에 찌들고 타락한 듯 보이는 현대의 사람들을 보고 어이없어 한다.

이렇게 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고 했단 말인가....

 

그러니까..내 말이. ㅎㅎㅎㅎ

 

좀 더 센 놈들이 그보다 못한 놈들을, 좀 더 가진 놈들이 그보다 못 가진 놈들을 이리 이용하고 저리 이용하다가 역사와 정치라는 이름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거...이게 바로 어디나 할 것 없는 인간이라는 종자들의 본능이고 생존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