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길어질 것만 같았던 긴 여행의 시간이 금세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만만치 않은 두께에 첫 시작을 열어놓은 채로 쉽사리 나아가지
못할 까 하는 염려와는 다르게 옛날 옛적에 기억하고 있던 고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을 계속 이어갈 수 있어 흥미로움을 더해주기도 했다.
이 책의 이야기속으로 빠져들다보면 또 다시 나만의 상상을 떠올려보고 그려보지
못한 꿈을 펼쳐보기도 한다. 그런 신화와 우화, 옛 이야기를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귀를 대고 있다보면 나 자신도 모른체 빠져드는 오묘한 느낌도 같이 전해준다.
그래서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기는 기분처럼 급하지 않게 천천히 이야기가 전해지는
길을 따라 편안하게 걸아가 볼 수 있어 좋았던거 같다.
기묘한 은유와 풍부한 상상력의 조화가 이루어낸 즐거움, 낯간지러울거 같던 동성애와
사랑, 그리고 인간에게 필요할 신중함, 그리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지는 사려깊은
행동들, 부와 명예만을 중요시하며 쫓아가는 욕망의 끝자락은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이야기속에 또 갈래로 퍼지는 이야기들이 책장을
넘길수록 또 기다림을 더해갔다.
궁금증을 잠시도 멈추지 못할 거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는지 잠시 놓고 싶은 기분이
들다가도 어느 새 두꺼운 책이 점점 얇아지는 기분이다.
사랑 이야기속에선 이런 문장을 적어두고 기억하고 싶었다. 집착으로 변해버릴
수 있는게 또한 사랑이지만 나의 심장이 신의 자비로움보다 사랑하는 이의 간절함을
구하는 마음이 더욱 절실해졌고 가슴 아프지만 애절한 따뜻함이 뭍어나기도 했다.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또 이 말을 전해주고 싶기도 하다.
"당신이 가는 곳에 저도 가고, 당신이 머무는 곳에 저도 머물 것입니다.
당신의 민족의 제 민족이 될 것이고, 당신의 신의 제가 섬기는 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죽는 곳이 제가 죽어 묻히는 곳이 될 것입니다. "
하나의 존재로 태어날 수 있음에 감사함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하고
지혜로움을 얻었을 때 그 슬기를 잘 길러갈 수 있는 노력을 그치지 말아야 겠다는
깨달음도 함께 가져오는 거 같다.
수많은 이야기들과의 만남도 결국 한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또 다시 떠나게 되는
자연의 흐름에 나의 마음을 맡겨도 좋겠다.
특별한 선과 악도 없는, 기쁨과 슬픔으로 갈라지지 않는, 애정과 증오를 버리고,
여기 우리의 지친 마음을 즐겁게 달래줄 수 있는 이야기꾼, 하카와티의 이야기속으로
마음을 맘껏 빼앗겨 봄은 어떨지 건네보고 싶은 유혹이 커져가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