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배경이 되는 그 미래의 시간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문제, "자살"이라는 것을 주제로
티비속에서만 보던 자신의 생명을 던지는  모습들과는 왠지 다른 시선을 갖을 수 있었다.

소설속 배경이 되는 요코하마 감시센터에는 4명의 소년소녀가 국가적인 
자살방지프로젝트라는 명목하에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가족과의 깊은 상처로
얼룩진 이별을 하고 한참 사랑받고 뛰놀아야할 어린시절을 뒤로하고 상상하기
힘든 암흑같은 현실의 세계로 끌려오고만 삶을 비추고 있다.  

이 센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센터는 퍼져있었고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속에서
자신의 마지막 삶을 결정한 아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습을 말해준다. 
무엇이 그들을 멈춰서게했는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마지막 한계의 벽에 부딪쳐
쓰려지고 말았는지, 그 마음 속 상처와 아픔을 쉽게 들여다 볼 수는 안타까움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비참한 현실이 묻어났다.

언제든지 자신의 생명을 정지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같은 장치가 심장속에 머물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스위치를 누르면 그것으로 삶은 끝나는 희망없는 터널이 더욱
어둡게 비쳐진다. 어느날 4명의 아이들에게 한 명의 감시원이 찾아온다. 
감시원 미나미는 그 동안 자신의 앞에서 수없이 죽어간 똑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보며
점차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였다.

어른들에 대한 믿음과 눈길을 주지 않았던  아이들에게 미나미는 서로간의 마음을 
허물어가며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혀갔고 그 속에서 자신이 진정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깨달을 수 있었다. 

외면하고 방관할 수 있던 반복적인 삶을 계속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진정 아이들이
원하는 바람과 희망의 탈출구를 이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지우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저마다 가슴속에 남아있는 상처와 아픔이 지워지지 않은 상태였고, 
또 하나 가족과 약속한 것에 대한 바람을 버리고 있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의지의 손을 더 굳건히 잡은 이유가 곧 끈끈한 믿음과 우정으로 이어져 
자신들의 삶을 이어가는 버팀목이 된 것을 또한 책을 읽어가며 더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저멀리 보이지 않는 세상을 향해 그 속에 살아가는 자신의 가족과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가족들, 그리고 부모들은 또 저마다 자식을 그렇게 보낼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절망하고
용서받을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며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언젠가 다시 자신의 아이들과 재회한다는 굳은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왔다.  국가가 무슨 권력과 권리로 이들을 이토록 평샘의 상처를 
새겨놓고 떼어놓았는지 그 이유를 들어볼 수 없었지만, 적어도  어린 생명을 자신들의
실험체로 가벼이 여기고 하찮은 존재로 취급하는 모습과 시선은 소설의 배경으로
치부하기엔 여전히 납득하고 용서할 수 없는 또하나의 무자비한 현실이었기에
가만히 바라만 보고있다면 정말 견디기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탈출 후의 행복한 시간도 잠시, 하나씩 자신의 소중한 사람, 가족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동안 소중히 품어왔던 약속과 마지막 꿈을 이뤄가면서 더 이상 살아갈 
의지와 힘이 없게된 이들의 마지막 선택이 뿔뿔이 흩어질 수 밖에 없게 된 이별의
시간으로 이어진, 결국 더 이상 내몰릴 수 없는 삶의 끝이었는지 묻고 싶어진다. 
따뜻한 우정을 나누었고, 미쳐 말하지 못한 사랑을 발견하기도 했고, 말하지못한
서로의 존재에 대한 진실도 남아있었다.
마지막 바닷가에서 모든 시간들을 뒤로한채 서로의 스위치를 눌러준 미나미와
마사미가 행복한 표정으로 그들의 엄마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한편으론 천천히
우리의 삶에 대한 생각, 무엇을 바라보고 소중히 여겨야할지, 진정 살아가는 삶의 
숨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를 물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조금은 그 일련의 시간들의 연결과 만남이 아쉬웠지만 삶을 살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왜 물어야 하는지 깨닫게 해준 시간으로 남겨볼 수 있어 
이 책을 펼쳐본 시간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매 순간 마침표가 찍힐 때마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로 살고있는가라는 원초적인 생각의
질문들을 되물게 되었다. 컨설던트라는 이름의 직업은 단순하고 평범하게 생각했다.
필요해질 때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조언을 건네면서 스스로 문제와 상황을
잘 풀어나가도록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정도이다. 

소설속 나의 모습은 이런 생각과는 다른 삶을 선택하고 걷고 있었다. 
그 선택은 본인이 진정 원했던 바람인지 알지 못한채로 말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결정지을 수 있는건 신으로만 한정하고 있었는데, 
여기 계획대로 자연스런 죽음을 가장한 살인계획이 하나씩 펼쳐지고 있었다.
이건 마치 자연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듯한, 그리고 그 때가 임박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자살을 위장한 냉정하고 치밀한 타살의 칼날이 언젠가는 잊으려고 했던
죄악의 손길에 쫓기면서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모습을 낳는 연상을
떠올려 주기도 했다.  

회사라는 틀에서 자신에게 들어온 살인의 의뢰를 하나씩 거쳐나면서도 커다란
죄의식이나 후회를 남기진 않는 모습이었다.
어떤 인간에게 잘못과 커다란 죄가 있어도, 이것이 자신도 모르는 채로 죽음을
맞이하는 필연성을 갖을 수 없다는 생각은 쓸모없는 조각처럼 구겨져 버려지는
느낌같은 것이다. 
익숙한 굴레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없었고 홀로 남겨진 외로움이나 쓸쓸함에
사로잡히는 망상에 빠져 있지 않는 태연한 모습에서 실제 우리사회에서 보이지 않게
벌어지고 감춰진 채로 매장되고 있는 살인자의 손길이 보여지기도 한다. 

부조리하고 억압되어도 권력의 힘에 순응하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넘어가는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들이 여전히 곳곳에 숨어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씁쓸하고 메스꺼운
속을 달랠 수 없어 답답함이 묻어나기도 했다.
한편 세상의 부를 다 갖은 듯한 저 높은 위치에 올라서 자신의 왕국에 흡족해온
한 대기업의 회장이란 사람조차도 어느 날 홀연히 죽음의 그림자에 감춰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땐 텅 빈 공간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더욱 공허하고 애처로워보였다. 
그것도 미쳐 자신이 누구의 손길에 의해 인생의 끝으로 떨어졌는지를 알지 못한채로...

이런 와중에도 그에게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도 있었다. 물론 그건 뒤늦은 후회와
돌이킬 수 없는 나락이 되기도 했다. 처음부터 사랑이라 여기지 않은 마음때문에
자신을 열지 못했고, 결국 진정 사랑했던 사람과 그 사람이 낳았어야할 아이의
죽음까지 빼앗아가는 자연스러운 죽음의 달인이 된 몰골만이 남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의사로 정하지 않은 삶이라는 자기 합리화는 쉽게 부서지지 않았고, 
불확실성을 배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에게 어느 순간 조금씩 어긋난 궤도에
이르는 이질감을 맛보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자신이 말해던 그림자처럼 떨어지지지
않는 추억의 시간도 이미 멀리 떨어진 체념이었으니 말이다. 

그 선택된 삶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탈출구는 무엇이 될 수 있을지 현재의
우리에게도 낯선 고민이 되지 않은 것이 또한 현실의 자신이었다.
결코 모든 걸 받아들이거나 깨끗이 마음을 접어야 하는 삶을 인정해야 살아갈 수만
있는 것인지결정할 필요가 있다.

소설 후반부에 나타난 피비린내나는 콩코의 죽음의 현실속에서 나는 진정 무엇을
만나 발견하려고 했는지 여전히 뚜렷한 답을 발견하지 못한 기분이었다. 
죽음의 위기에서 영원히 떨어질 수 있는 열병속에서 강렬히 원했던 것은 
진정 무엇이었을까? 스스로의 생각처럼 홀연히 불타버려져 아무런 재도 남지 않는
삶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기에 더욱 궁금해졌다.

마지막 다시 돌아온 현실의 일상에서 가져본 피비린내에 겨운 행복은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덮어버리기엔 너무 간단히 정리되는 듯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가 정해버린 삶의 딜레마는 여전히 혼돈속에 멤도는 듯 하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그에게 눈길을 뗄 수 없는 감정이 또 채워진다.  

이 책의 이야기를 통해서 결국 인간이라는 우리의 존재, 이기와 위선으로 겹겹에 
쌓여있는 그릇된 사회 현실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비록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쫓기는
세태를 피할 수는 없지만 쉽게 관심없는 듯한 외면으로 돌아서지말고 똑바로 우리의
현재를 마주보고 걸어가가도록 생각해준 시간의 무게가 좋은 자각의 힘으로 
남게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