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아는 것은 무엇일까? 떠나보고 싶었지만 늘 마음속에만 머물고 말았던 여행의 발걸음이 먼가 새로운 꿈틀거림을 느끼는 거 같았다. 북부 이탈리아 지역을 출발해 남부의 시칠리아에 이르는 여정의 시간속에서 도시 저마다의 고유한 빛과 장구한 역사의 시간이 어떻게 지켜져왔고 그 문화와 예술이 승화되어왔는지의 과정들을 이해하고 배워보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시대를 거슬러 로마의 역사를 펼쳐보이면서 중세시대를 지나쳐 르네상스와 바로크 문화의 꽃이 어떻게 피워졌는지, 오늘날까지 화려하고 정교한 건축물들이 어떻게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었는지, 매력과 낭만으로 감싸인 도시 전경들의 모습에 함께 이 여행의 발자취가 더욱 고취되어가는 듯 했다. 여행을 통해 상쾌한 문화산책을 이렇게 경험해볼 수 있구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각 도시를 대표하는 예술가나 인물들과 관련된 일화도 함께 곁들여져있고 그 속에는 우리가 궁금하거나 잘 몰랐던 신화의 비밀들도 흥미롭게 들어볼 수 있었다. 상상을 넘어서는 또 다른 곳, 생생하게 살아있는 영원의 도시, 때묻지 않은 지상의 낙원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져있을지 그 호기심과 기대를 마음껏 품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삶과 죽음의 경계에 가장 가까이 놓여 있는 존재는 다름아닌 인간이었다. 이런 인간의 내면 속에는 자신의 얼굴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악마가 무의식처럼 살고있으면서 언제든지 어떤 운명으로 우리를 마음껏 밀쳐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도 느껴졌다. 하지만 똑바로 마주하고 파헤쳐보고 싶은 내면의 욕구가 나를 강하게 붙잡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킬러로서 지내온지 11년차가 된 나에게 주어진 1년의 휴가, 검은 어둠의 조직에서 그가 앞으로 어떤 운명을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선택의 고민도 서서히 찾아들게되는 시간이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숙청된 권력자의 딸 은경에 대한 지령이 떨어지고 그것은 혼돈과 고뇌의 시작을 알리는 그의 회색빛의 앞 날을 가리키는 듯햇다. 그리고 곧 검은 조직이 찾아래려는 전략무기의 실체는 무엇인지, 자신의 첫 사랑인 은경을 어떻게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지 베일에 쌓인 비밀의 실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야기에 빠져들게된다.

 

 모든 것이 철저히 감시되고 노출되어있는 주위 여건들, 무엇을 믿고 버려야할지 매 순간 찾아오는 어려운 선택들,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아버릴 수 없을만큼 킬러의 본능을 곤두세워야 하는 시간들, 뿌연 안개의 전장속에서 그에게 필요한 악마의 실체가 과연 이 세계에서 무엇을 바꿔놓고 비밀과 진실을 밝혀둘 수 있을지 그 생생한 이야기가 더욱 숨가쁘게 움직였다. 시간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다시 빨라지는 흐름속에 주인공 나의 내면은 쉽사리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혼돈 그 자체였지만 그의 감각속을 파고드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고 그 이유를 서서히 깨닫어 나가기 시작한다. 영혼을 갉아먹는 듯한 악마의 얼굴과 목소리는 온 몸을 마비시키듯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조금의 저항도 허락하지 않을만큼 의식의 전체를 지배하고 억누르고 있었다. 나 자신이 모르고 있던 새로운 의식의 영역속에서 더 깊고 거대한 나라는 존재의 발견이 무엇으로 일깨워질 수 있을까?

 

 <은닉>이 수 많은 것을 내포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철저히 준비된 사전 계획에 따라 인간을 이용하고 버리는 권력의 두 얼굴이 이 소설에서 공감되는 하나의 대목이었다. 지금의 세태에서도 충분히 공감해볼 수 있는 우리 시대의 불편한 권력사회의 단상을 빗대어 바라볼 수도 있을거 같다. 그리고 이 작품속에서 가장 흥미롭게 지켜보게 되는건 바로 우리 내면속에 자리하고 있는 무의식이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쉽게 단정할 수도 판단할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가 나의 내면을 어떻게 그려내고 움직일 수 있을지 더 궁금해졌다. 인간의 본성이란 참 복잡미묘한 감정의 요소들이 서로 얽혀있는 것 같다. 그 마음의 무게도 늘 선택의 추에 왔다갔다 고민을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이런 인식의 세계로 초대해준 <은닉>의 무대가 난 반가웠고 또 다른 시간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제노사이드(ジェノサイド)

지은이 : 다카노 가즈아키(高野和明)

옮긴이 : 김수영

페이지 : 688

가  격 : 15,000원

판  형 : 140*200 반양장

분  야 : 소설>추리

      >스릴러

      >SF

주제 키워드 : 다카노 가즈아키, 13계단, 에도가와 란포상, 그레이브 디거,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일본 서점 대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야마다 후타로상, 나오키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일본 서점 대상 2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위

제6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

제2회 야마다 후타로상 수상

145회 나오키상 후보작

제3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후보작

압도적인 힘과 장대한 스케일로 일본 서점계를 뒤흔든 화제작

에도가와 란포상에 빛나는『13계단』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가 돌아왔다!

■추천평

이 작품은 인터넷으로 순식간에 세계가 이어지게 된 현대 사회라도, 인간을 연결해 주는 진정한 고리는 정보가 아닌 따뜻한 피가 흐르는 손을 서로 맞잡는 행위라는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미야베 미유키, 145회 나오키상 심사평

이걸 쓴 사람의 머리는 어떻게 되어 있는 걸까? 엄청난 상상력에 경악했다.―마키메 마나부(소설가)

창세기를 생각하게 하는 압도적인 이야기. 스케일이 굉장하다. 읽기 시작하면 밤을 새우게 될 것이다.―사카키 쓰카사(소설가)

지성과 야성의 흥분을 자극하는 1급 엔터테인먼트 소설. 다 읽은 순간 다시 읽고 싶어진다.―시즈쿠이 슈스케(소설가)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1급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다.―고지마 히데오(게임 디자이너, ‘메탈 기어’시리즈 감독)

■줄거리

급사한 아버지가 남긴 한 통의 편지를 본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는 아버지가 몰래 연구를 하던 실험실에 대해 알게 된다. 그곳에 찾아간 겐토는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란 불치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어떤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아버지가 편지에 남긴 내용에 따라 약을 개발하려 하지만 의문의 여성과 경찰이 겐토를 쫓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