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향기가 나는 책이다. 또한 우리 인생을 어떤 자세로 살아야하는지 보여주는 인생의 지침서다. 처음엔 봄도 왔는데 예쁜 책 한권으로 눈이나 호강해보자는 호기심 때문에 집어 들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그리고 책을 덮은 후 이 책이 주는 강한 향기에 취했다. 그리고는 ‘내 이름은 뭘까?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책을 열고 씨앗이 등장했을 때 그 씨앗이 ‘나’인 줄 몰랐다. 씨앗은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예쁜 꽃일까? 아니면 잡초일까? 예쁜 꽃이라면 어떤 꽃일까? 나는 처음에 잡초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잡초라면 잡초도 나름의 의미 있는 풀이지만 기운이 빠질 것이다. ‘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잡초야. 내가 있어야 숲이 의미가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서운한 기분은 뭘까? 세상의 서열처럼 풀과 꽃에도 서열을 메긴 우리네 습관 때문인가 보다.

 

씨앗은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우연히 만난 나비와 여행을 떠난다. 도시로 간 여행은 최악이다. 바쁘기 위해 바쁜 사람들. 바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 슬픈 우리 대다수의 모습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바쁘게 잘 지내고 있어요.’ ‘바쁘니 좋겠어요’ 어느 순간 ‘바쁘다’는 것은 성공한 인생의 척도가 되었다. ‘오늘 햇살이 좋아요’ ‘비가 오니 낭만적이네요’라는 대화는 라디오나 티브이의 감성적인 인사멘트 정도가 되어버렸다.

 

삶의 주도권에 대해서 쓴 구절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우리 인생에 관한 주도권을 놓아버린 것을 일깨워준다. ‘아차’ 싶었다. 그 부분을 신랑에게 읽어주면서 더 높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주도권을 가진 삶을 살자고 말했다. 남이 시키는 삶은 살지 말자고. 우리 인생을 힘 있는 사람이 결정한 대로 살아서는 안 된다. 도시의 삶은 내가 모르는 순간 주도권을 서서히 놓아버리는 구조인 듯하다. 주도권이 내 손에서 빠져나간 것도 모른 채 정신없이 사는 삶이다.

 

씨앗은 나비와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간다. 매미와의 만남, 하루살이, 물가의 어린나무, 사과나무, 우리 안의 토끼 등. 내 옆에 흔히 있는 작은 생명체들에게 그렇게 많은 사연이 있는 줄 몰랐다. 작년 여름, 베란다 방충망에 붙어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가 땅속에서 17년 동안 머물다가 나왔던 걸 기억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땐 그 소리가 무척이나 거슬렸다. 또한 하루살이는 인생의 전부인 ‘하루’를 잘 살아낸다. 사람과 비교하면 짧은 찰나이지만, 인생의 길이에 대한 길고 짧음도 우리 인간의 관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구석구석 의미 없는 구절이 없다. 이 책은 내가 살아 온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강한 메시지를 준다. 또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한다. 씨앗이 나비와 헤어지고 꽃을 피우기 위해 떠난 책의 말미가 되었을 때, 난 나름 어떤 씨앗일까 추측을 했다. 나의 추측과는 달랐지만, 씨앗은 아주 의미 있는 존재였다.

 

나도 의미 있는 씨앗이고 싶다. 의미 있는 꽃이고 싶다. 아직 내가 어떤 씨앗인지 내 자신을 모른다면 그 과정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싹을 틔어갈 것이다. 책의 중간 쯤 장미가 씨앗을 부러워하는 장면이 있다. 꽃을 피우기 전까지의 설렘과 기다림, 지루함, 고통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이 순간을 즐기고 행복하게 살면서 내가 어떤 씨앗인지 알아가고 싶다.

 

 이 책은 엄마들이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읽어야 할 책이다. 다행히 아기가 5개월 넘은 상태에서 읽게 되어 아기의 언어발달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고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 인지 알게 되서 다행이다.

 

 5개월 넘은 아기가 한참 옹알이를 하고 있다. [언어발달의 수수께끼]란 책을 읽으니, 지금 아기가 하는 옹알이가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더라도 말을 많이 해줘야겠다. 요즘은 태교로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말을 걸어주라고 한다. 나 또한 뱃속의 아기에게 상황을 설명하려고 어느 정도 노력을 했지만, 매번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출산 후에도 아기와 자주 대화를 나누려고 했고, 지금도 노력중이다. 아기가 옹알이를 한 후부터는 반응이 있어서인지 대화를 나누는 기분도 들고, 교감도 더 잘되는 것 같다. 그동안은 ‘아기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라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행동했다. 이 책을 보니 임신 6개월 무렵이 되면 태아의 청력기관이 발달해 엄마 목소리와 심장, 위장 소리를 알아차린다고 한다. 또한 세상 밖으로 나오면 청각은 더욱 예민해 진다고 한다. 엄마의 모든 말과 행동이 아기의 두뇌를 깨우고 언어습득을 돕는데 자극이 된다니 ‘진작부터 더 조심히 말하고 행동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든다. 말 한마디도 조심해서 해야겠다.

 

 이 책은 평소 “언어”에 관한 궁금증들을 상세히 설명해주는데, 그 중에서도 관심이 간 분야는 [언제부터 영어를 시작할 것 인가]였다. 발음만큼은 어릴수록 좋다고 한다. 하지만 영어를 시작한 시기가 문장이나 어휘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어느 정도의 영어교육을 받았는지 그리고 영어에 노출된 시간의 양이 얼마인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따라서 요즘 열풍이 불고 있는 영어조기교육이 비용과 노력대비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가 조기 영어교육을 놀이로 즐겁게 받아들이지 못할 때 학습 장애나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평소 궁금하게 생각했던 아기의 옹알이와 영어조기교육에 대한 궁금증을 확실히 해결했다. 실험과 각종 연구결과, 도표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어 신뢰가 더 크다. 또한 언어가 단순히 표현수단이 아니라 정서, 타인과의 공감, 성격과 행동 등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토대임을 다시 느꼈다. 중요한 내용들이 많아서 ‘아기를 키우면서 두고두고 꺼내보아야 겠다’ 는 생각이 든다.

언어발달의수수께끼

 

지난 해 봄, 태교에 좋을까 싶어 뱃속에 아기를 품고 인문학강의를 들었다. ‘인문학’이란 이름이 낯설어서인지 뭔가 거창한 것을 예상했지만 문학,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강의는 생각보다 듣기 편했다. [10대에게 권하는 인문학]이란 책도 인문학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인문학, 문학, 역사, 철학, 신화, 언어학을 각 선생님들이 질문을 주고받듯 설명해서 수업을 듣는 학생처럼 빠져들었다. 이 책은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좋은 안내서이다. 좋은 글귀와 정보들이 가득 들어있어서 인문학을 위한 디딤돌로 충실한 책이다. 또한 읽어야할 도서들도 추천해준다. 인간에 대한 문학, 사상, 언어 등 모든 것이 인문학인데 우리는 너무 어렵게 생각한 것 같다.

 

1.인문학

스티브잡스가 창의적인 제품을 만든 원동력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순히 실용적인 제품이 아니라 창의성과 미학적인 관점을 제품에 적용해야 하는데 이것이 인문학적 측면이라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사물에 인문학이 빠진다면 우리는 도자기, 궁궐, 벽화 등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항상 우리 옆에 인문학이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서 책을 읽고 논술공부를 했지만, 주입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교육 자체가 사고의 범위를 제한한 것 같다. 내 아이에게는 어려서부터 인문학적인 사고를 통해 인생에 대한 탐구를 시키고 싶다.

 

2.문학

문학이란 언어를 통한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고등학교 때 지루하고 어렵게 읽은 ‘제인 에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시대적 배경을 알고 읽으면 문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감동과 교훈은 훨씬 커진다. 이 책에 실린 목록을 참고하여 청소년 필독서라고도 할 수 있는 문학작품들을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3. 역사

역사는 우리 선조가 살아온 발자취 중 기록한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선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소설, 시, 그림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역사를 알 수 있다. 역사는 재해석될 수 있기에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역사의식을 가지고 우리 주변의 문제들을 살펴봐야겠다. 이 책은 광해군에 대한 역사적 관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한 때는 폭군으로 평가받던 광해군이 온화한 임금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4. 철학

모든 학문의 기본이 철학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철학교육이 등한시 되고 있다. 철학이란 사고하는 행위자체가 아닐까. 우리의 삶은 철학하듯 끊임없이 질문을 제기하며 살아야 한다고 본다. 이 책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질문을 제기해 보라고 한다. 이 책에 실린 프랑스의 철학 논술 문제를 보니 한국의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굉장히 협소한 사고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이런 철학 문제들에 대한 토론을 연습한다면 가족 간의 대화도 늘어나고 청소년들의 사고도 넓어질 수 있을 꺼라 생각된다. 인문학에 대한 사고는 가정에서 시작되고 연습되어져야 한다고 본다.

 

5. 신화

그리스 신화에 대한 분석은 인문학 강의를 통해서도 들었는데, 이 책을 통해 읽으니 정리가 잘 되어서 이해가 더 쉬웠다. 그리스신화의 시련과 역경은 우리의 인생과 비슷하다. 고통을 극복하면서 우리는 깨달음을 얻고 인생에 대한 깊이와 성취감을 더 얻게 되는 듯하다. 이 책에 실린 그리스신화를 읽으면서 다시 그리스신화를 제대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6.언어학

언어학은 일종의 과학이라고도 한다. 언어가 발달되어 간 과정을 통해 인간의 삶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고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언어일 것이다. 언어는 말과 글로 표현될 것이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여섯 살까지 적절한 자극이 없으면 언어를 배울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동물에게는 고유 언어는 없지만 훈련에 의해 언어를 배울 수 있다고 한다.

 

5개월 지난 아기가 뒤집기를 하고 있다. 내 아이가 커서 지식보다 지혜가 많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았다. 인문학을 위한 길잡이 구실을 톡톡히 하는 이 책을 토대로 아이에게 어려서부터 인문학에 대한 공부를 시키고 싶다. 인문학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우리의 삶과 밀접히 있음을 가르쳐 준 이 책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