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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우리 아이 책을 사 주려고 둘러보다가 서평이벤트를 보게 되었네요. 다른 것보다 우선 ’송아리순수창작동화’라는 이름이 너무 이뻐서 확 끌리는 책이었어요. ‘송아리’라는 말의 어감이 너무 좋은데다 꽃송이 같은 듯한 느낌이 들어 그 뜻을 찾아보니 ‘꽃이나 열매 따위가 잘게 모여 달려 있는 덩어리’ 라는 뜻을 가지고 있네요. 아무래도 여기서는 이쁜 말 덩어리들이 모여 있는 동화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 같네요.

제게 도착한 책은 ‘아기 고래’, ‘어깨동무하고 콩콩콩’, ‘도깨비와 산타할아버지’ 이렇게 3권이네요. 사실 처음에는 책 받자마자 잠시 실망을 했답니다. 책 크기도 너무 크고 네모 반듯한 것이 ‘송아리’라는 어감과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책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아! 정말 잘 만들어진 책이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그럼, 우선 간단한 내용 소개부터 하고, 제가 읽고 느낀 이 책들의 좋은 점들을 한 번 이야기해볼까 해요.

1. 아기 고래

-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아기 고래가 있습니다. 바다가 심심하다며, 엄마, 아빠를 다시 못 봐도 좋으니 하늘을 날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고래이지요. 그래서 아빠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엄마, 아빠를 보지 못해도 좋으니 하늘을 날고 싶다’라고 3번만 말하라구요. 그래서 하늘을 날게 된 아기 고래. 별들을 들이마셨다가 내뿜는 등 하늘에서 환상적인 경험을 하고 만족해하지만 이내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다시 엄마, 아빠를 찾아 별바다 위를 나르는 아기 고래입니다.

2. 어깨동무하고 콩콩콩

- 곰 친구 다섯이 시냇가에 놀러갔다가 모래장난을 하고 놉니다. 그러는 중에 곰새는 신발을 벗어서 작은 연못을 완성시키기 위해 물도 뜨고 고기도 잡으려 하지요. 그러다가 그만 신발을 놓쳐 버립니다. 시냇가에 둥둥 떠내려가는 신발을 찾기 위해 친구들 모두 신발을 따라가지만 위험한 곳까지 가버린 신발을 찾을 수는 없었지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신발이 필요한데 신발을 잃어버린 곰새는 그만 울고 맙니다. 친구들이 함께 고민하다 곰새를 업어서 데려다 주기로 합니다. 하지만 너무 무거운 곰새. 업어 주는 방법은 힘들어서 다른 방법을 고민하다 신발을 한 짝씩 벗어들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한 발로 콩콩거리며 다섯 곰이 나란히 걸어가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3. 도깨비와 산타할아버지

- 까치산으로 선물 보따리를 안고 온 산타할아버지.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힘들게 걸어가다가 결국 골짜기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버리네요. 사람 살리란 소리를 도깨비들이 듣고 산타할아버지를 구해주고는 도깨비들이 대신해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줍니다. 물론 선물을 받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착한 아이들이지요. 그렇게 성탄절 전날 밤을 보내고 온 도깨비들에게 산타할아버지는 선물을 준다는 그런 이야기랍니다.

그럼, 이 책들의 좋은 점을 하나하나 살펴볼게요.

편집까지 신경 써 완성도가 정말 높은 동화책!

전체적으로 이 책들은 편집에 정말 신경 쓴 책이랍니다. 편집에 신경썼다는 것이 내용이 좋지 않아서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그 완성도를 높였다는 거에요. 개인적으로 직업상 작은 책자를 만드는 경우들이 있는데 사실 책을 만드는 게 정말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게 많답니다. 물론 독자들이 알아줄 수도 있고 몰라줄 수도 있지만요. 이 책들이 신경 쓴 부분들을 보면 우선 글자체에서도 알 수 있어요. 책마다 그 느낌을 달리 하기 위해 책 제목에서 각기 다른 글자체를 사용하고 있어요. ‘아기 고래’는 정말 아기 고래가 느껴지는 귀여우면서도 뭔가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글자체, ‘어깨동무하고 콩콩콩’은 곰 친구들의 귀여운 모습과 콩콩거리는 모습이 바로 느껴지는 글자체, ‘도깨비와 산타할아버지’는 우리의 전통전래동화처럼 느껴지는 글자체. 이런 것 때문에 아마 아이들은 제목만 보고서도 먼저 이 이야기의 내용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예상가능할 것이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듯 싶어요. 그런 작업들을 하다보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쑥쑥 자랄 수 있겠지요. 그리고 책을 꽂아 놓았을 때 색깔들도 넘넘 이쁘네요.

그림이 정말 적절하고 아름다운 동화책!

이 책들의 그림은 처음엔 수수해 보이지만 그 내용과 잘 결부시켜 보면 정말 적절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계속 든답니다. ‘아기 고래’같은 경우 한지의 느낌을 잘 살려서 정말 환상적인 느낌이 나는 그림을 완성시켜 이야기를 한층 우리 가슴에 와 닿게 합니다. 색감도 너무너무 좋구요. ‘어깨동무하고 콩콩콩’ 같은 경우는 귀여운 곰 친구들의 느낌을 물씬 살려서 순수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는 색깔들로 그림을 완성시켜 한 편의 파스텔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네요. 맘이 따뜻해집니다. 그리고 소재부터 특이한 ‘도깨비와 산타할아버지’는 ‘도깨비’를 등장시킨만큼 우리의 전래동화 느낌이 나는 수묵화 느낌의 그림으로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답니다.

내용이 신선하고 따뜻한 동화책!

사실 제대로 된 창작동화를 만나기는 쉽지 않아요. 아이들 책 고르다가 느낀 거지만 특히 우리나라 작가들이 쓴 창작동화보다는 외국 번역물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이 동화책들은 참 신선하고 내용들도 따뜻해서 맘에 와 닿네요. 특히 ‘도깨비와 산타할아버지’같은 경우는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녹여놓은 듯해서 신선했어요. 특히 산타할아버지가 도깨비들에게 ‘느그들’이라고 사투리를 쓰는 표현에서 마치 옆집 할아버지가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말의 리듬이 느껴지는, 언어 하나하나에 신경 쓴 동화책!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내가 참 재미없게 읽어 주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좀 더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되는데 이 책들은 읽다보면 어느새 내가 신나서 읽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단어나 자음, 모음의 반복을 통해 말의 리듬이 잘 느껴지게 구성해 놓았네요. 중간중간 그런 글자들은 큰 글자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글맛을 알게 될 듯 합니다. 읽다보면 마치 연극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글 속의 이야기로 빨려 들어가게 해 놓은 글덩어리들이랍니다.

작가가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동화책!

이 책들의 제일 마지막에는 작가들이 책의 활용방법이랄까 그런 내용에 관해서 적어놓고 있습니다. 작가들이 보니 상당히 유명한 사람들이 많네요. 그런 작가들이 마치 이야기하듯이 마지막에 적어놓은 글들은 왠지 마음이 설레게 하는 효과가 있네요.

이상 나름대로 좋은 점들을 적어보았네요. 뭔가 더 이야기하고 싶은 점이 많지만 생각보다 글로 잘 표현이 안 되는 것들도 많군요. 여러분들이 읽어보시고 느껴보시면 참 좋은 책이다 생각하실 것 같아요.

글밥이 많아서 사실 처음엔 우리 아이(4세)에겐 어렵겠다싶기도 했는데, 웬걸 우리 아들이 너무나 열심히 듣고 그림을 보면서 좋아라 합니다. 제법 긴 이야기인데도 조용히 듣고 있는 걸보면 본능적으로 언어의 리듬이나 그림의 아름다움을 아는 것 같네요.

이렇게나마 좋은 동화를 접할 수 있어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