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을 잘못 서 타국에 도피 차 갔다가 우연히 만난 한 사람과의 인연으로 인한 에피소드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돈 많은 자산가를 소개 받아 소중히 여기는 집을 되찾고 자산가의 미션을 수행해 가는 과정을 한 편 두 편 소개하며 간간이 들려주는 주인공의 가족 소개로 구성되어 있는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제목만 보면 경제서 같지만 아니다. 험한 일, 몹쓸 일 가리지 않고 해오며 부를 이루었지만 나이 들고 병든 노인의 신세가 되어 인생을 뒤돌아보며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집 한 채 마련해 주고 싶은 일을 주인공을 통해 이루게 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운, 소설이다.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읽으면서 계속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좀 헛갈리는 소설.

 

사고로 부모를 잃고 부모의 빚까지 떠안은 청년 형제에게 마련해 주는 집, 상처를 안고 늙어가는 치매노인 박 선생의 추억을 찾아 주는 집, 윌리엄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음악광 아들에게 이웃 눈치 안보고 악기를 마음껏 연주할 수 있게 해줄 집, 평생 서민을 위해 살아온 이 간호사 할머니에게 가장 적합한 집을 찾아 주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모습에 딸의 실어증이 생긴 이유와 남편을 만나 결혼 하게 된 얘기 그리고 남편이 실종되어 간절히 찾고 있는 내용이 오버랩 되어 씩씩하고 당돌하게 일하지만 가슴 한 켠이 늘 쓰라린 주인공의 감정을 엿보게 된다. 크고 비싼 집이라고 다 좋은 집이 아니라는 것, 사람마다 소울하우스는 다 다르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주인공에게도 좋은 집이 있었지만 남편이 기억 상실로 실종된 상태, 충격으로 딸이 실어증이 된 상태에서의 그 집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마침내 남편이 기억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오고 딸이 아빠를 부르며 실어증이 회복되었을 때 비로소 그 집이 정말 생기가 도는 아름다운 집으로 여겨졌던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깨끗하고 안락한 자기 소유의 집을 갖고 싶은 꿈이 있을 것이다. 부유하든 그렇지 않든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을 바라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다지 욕심이 없이 사는 나도 얼마 전 전세기간 만료가 다 되어 가니 이사 준비를 하라는 집 주인의 전화를 받고 나서는 무너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내 집 하나 꼭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러나 크는 아이들 교육시키기도 빠듯한 형편에 내 집 마련은 그야말로 꿈으로만 간직해야 할 머나먼 일이다. 당장 이사할 집은 알아 봐야겠고, 꿈과 현실은 너무나 상반되고, 무리하게라도 대출을 받아 집장만을 해볼 용기도 없다. 그래서 참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나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피해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감까지 드는 중이다. 다행히 책을 통해 내 집보다는 가족이 함께 부대끼며 사람답게 사랑하며 사는 것이 더 소중한 행복임을 깨닫게 되어 위로가 된다.

 

<내 집 마련의 여왕>이라는 책을 통해 뭔가 나의 집 장만 기간이 빨라지는 팁을 추려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내심 있었다. 기대는 빗나갔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한 눈과 세상을 넓게 바라볼 줄 아는 가슴을 갖으라는 감동과 깨달음을 얻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내 집 마련>의 노하우는 얻지 못했지만 <집다운 집>을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되어 소중한 시간이었다. 책을 통해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 느낌을 이 책에서 받는다.

 

시에 만화를 매치시켜 딱 들어맞는 상황을 연출하는 방식이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시가 먼저였는지 만화가 먼저였는지 헷갈릴 정도로 절묘한 이야기 구성이 신기하기만 했다. 시라 하면 대부분 사랑과 이별의 감정이나, 계절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 등에 많은 경험이 있던 터라 이렇게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어두운 삶에 대한 싯구가 좀 낯설고 어색하기도 했다. 늘 평범한 디자인에 발에 맞는 익숙한 사이즈와 높이의 구두만 신던 사람이 백화점 쇼윈도에서 반짝이는 새로 나온 명품 구두를 발견한다면 어쩌다 보니 구경은 하겠지만 선뜻 사려고 맘을 먹지 못한다. 사고 싶어도 내 지갑사정과는 너무 다른 액수에 주눅이 먼저 들고 억지로 구입한다 해도 지금 내 의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쓰라린 마음을 <세상은 신상 구두처럼 아름답지 않다.>는 말로 현실을 가르치고 시를 통해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려 하는 것 같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 얽매여 새로움을 시도하지 못하고 신세한탄만 하는 모습이 우리네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나 희망적인 모습이 없는 것이 좀 안타까웠다. 자칫 염세주의자로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될 정도로 암울하다. 처음 만난 남자와 차 한 잔 하자며 여관을 들어가는 것이나 원치 않은 임신 때문에 낙태를 원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못해 뛰쳐나와 잠 못 이루고 밤을 지새우는 것, 의미 없는 삶을 비관하며 자신의 생일 날 자살하는 이야기들을 대하는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 부정이 부정을 낳고 잘못이 잘못을 낳는 것만 같아 보인다.

 

늘 우리 주위에 맴도는 파지 줍는 할머니, 백화점 판매직원, 일용직 사원, 동사무소 직원, 프리랜서 등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동질감을 많이 느꼈던 것에 반해 힘을 내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인내심에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으니 좋은 결실을 맺었다는 내용이 있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작가의 <지난한 생활을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고백처럼 이 분야에 포기하지 않으니 자신의 이름을 건 책이 당당하게 나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작가 본인의 삶을 보더라도 희망이 보이는데 그것을 숨기고 너무 암울한 결말로 주인공들을 이끄는 작가가 얄밉다.

 

나는 신이 아닌 이상 사람은 모두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누가 자신이 완벽하다고 자랑 할 수 있겠는가. 다만 지금 무언가 부족하고 일이 잘 안 풀린다고 해서 겁을 먹거나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모습(완벽)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는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완벽할 순 없지만 완벽을 향해 나아가는 삶! 그것이 좋다 난. 나도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이다. 시어머니와 갈등하고 전세금 때문에 골치가 아프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빚을 줄일까 고민하고 안정된 직업을 찾는 그런 그런 사람. 그러나 그런 것 보다는 하루하루 예쁘게 자라는 아이들과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 위태한 생활비에도 거른 적 없는 밥상에 감사하고,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매일 밤 드리는 기도에 행복을 느끼며 살련다. 이만하면 완벽하지 않은가?

 

나는 다 큰 어른이 되어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진 뒷북녀이다. 학창시절에는 공부한다는 핑계로 젊은 시절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결혼하고 아이 낳고 부터는 아이 키운다는 핑계로... 책을 읽지 못하는 내 환경을 합리화시키며 정말이지 좀처럼 책을 읽지 않고 살았었다. 읽고 싶은 책 사 보라며 넉넉한 용돈을 자주 주시던 삼촌이 계셨는데 안타깝게도 그때 받은 용돈은 당시 유행하던 메이커 운동화를 사거나 쫄면 떡볶이 사먹느라 다 써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사정이 생겨 나와 같은 방을 쓰게 된 이모가 싸들고 온 짐 속에 있던 세계명작 전집을 통해 간간이 독서의 명을 이어갔을 뿐이다.

 

다 큰 어른이 되어 책을 읽는 맛은 황홀 그 자체이다. 아이를 위한 책이 아닌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책을 읽는 자유시간이 너무 좋았고 책을 읽은 후 감정을 정리하는 작업이 서툴긴 하지만 새로운 기쁨으로 다가왔다. 엄마인 내가 늘상 책을 들고 다니며 어디서나 책을 꺼내 읽으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책을 자주 접하며 엄마 옆에서 읽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책 좀 읽으라는 엄마의 잔소리는 자연스레 사라지며 행동으로 보여주는 교육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좋은 일을 왜 그동안 하지 못했는지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독서의 내공이 한권 두 권 쌓이다보니 다른 사람에게 적절한 조언을 하게 되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어느새 생겨 웬만한 일에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답하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렇게 내가 경험한 독서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 가까운 지인에게 책을 소개하면 다들 시큰둥한 반응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막상 책을 읽으려는 시도는 해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가 책을 잘못 선택했나? 싶고 어떤 책을 소개해줘야 좋아할지도 막막했다. 워낙에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다보니 그냥 인터넷서점에 소개된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골라 선물하곤 했다. 귀에 익은 제목이라면 솔깃해서 읽어 볼까 해서.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를 쓴 김은섭님의 도움으로 이제 지인들에게 자신 있게 책을 소개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리치보이님이 엄선한 책이라면 틀림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워 블로거 리치보이님의 블로그를 자주 들락거리며 맛깔스런 리뷰에 침을 흘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떻게 이렇게 책의 특징을 콕 꼬집어 말할 수 있지? 감탄에 감탄을 하며 나도 잘 써보고 싶다 도전받기도 했었다. 리치보이님의 리뷰를 통해 읽고 싶어진 여러 권의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 구매하고 아직 못 읽은 책이 책꽂이에 수두룩하다. 하하.

 

이 책은 직장인들에게 조언하는 책이라서 주로 경제경영서나 자기 계발서들이 주를 이룬다. 먼저 일하는 의미를 되새겨주고 미래를 내다보고 경영자의 마음을 읽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창의력이 넘치는 기획과 마케팅, 원만한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부자가 되는 길도 안내하고 있으며 자기를 계발하는 방법과 모든 발전의 경쟁력은 독서에 있다고 말하며 책읽기를 강조한다. 지쳐있는 남편에게, 직장 생활 힘들어하는 동생에게, 입사한지 얼마 안 된 후배에게, 창업을 꿈꾸며 교육받으러 다니는 선배에게 마구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김은섭님의 안목으로 문학이나 인문분야도 소개하는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2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성품을 느낄 수 있다. 김은섭님의 글을 대하면 매우 신중하고 때로는 냉철하며 박학다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고 예의바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든 면에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리치보이님을 알게 된 것이 내 인생의 많은 축복 중 하나이다. 도움이 되는 책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