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단숨에 읽었다. 책을 읽으며 통쾌하게 웃어본 기억이 없는데 이 책은 코믹 만화를 읽는 것처럼 시종일관 키득키득 거렸다. 도대체 <완득이>가 어떤 내용이길래 그렇게 재미있게 읽냐며 8살 딸이 물어 보길래 줄거리를 이야기 해주었더니 ㅡ슬픈 내용이네요.ㅡ그런다.  그렇다. 이 책은 재미있고 간결하게 읽히지만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웃으며 책장을 덮은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장애인, 이주 노동자, 국제결혼, 입시위주의 학교 문제...등을 유괘하게 그려낸다. 내 주위에도 간간이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건만 사실 나도 모르게 괜한 우월감에 빠져 은근히 무관심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 분들도 얼마든지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것,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행복해야 비로소 참다운 밝은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을 또다시 기억하게 된다.

   이 책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완득이의 담임 똥주다. 수급자인 제자 완득이의 밥을 밥먹듯이 뺏어먹고 말끝마다 욕이 섞이고 자신의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는 등 영 제멋대로인 똥주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사회선생님이다. 겉은 늘 거칠고 예의없어 보이고 학교 선생님 같지 않아 보이지만  돈벌이 때문에 할 수 없이 완득이를 혼자 두고 나가는 장애인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물심양면으로 애쓰고 학생들의 장점을 잘 파악하여 용기를 북돋아 주는 따스한 인간미의 소유자이다.

  그리고 두 번째 내 눈에 들어온 사람은 완득이의 아버지였다. 난쟁이로 온갖 어려움과 무시를 감당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어렵게 얻은 아내와 자식에게만은 자신과 같은 삶의 짐을 지워주기 싫다. 그래서 아내가 떠나는 길을 막지 않았고  아들 완득이는 대학 나와 어엿한 소설가로, 자랑스런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캬바레 손님몰이, 지하철 채칼 장사 전국 장이란 장에서 목이 터져라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있다.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살았던 완득이의  베트남  어머니는 국제 사기 결혼으로 마음의 상처가 깊었지만 자신이 낳은 아들을 잊지못해 분홍색 촌스런 단화를 신고 돌아온다.  

  난쟁이 아버지에~ 정신지체 삼촌에~ 베트남 어머니까지 똥주 말대로 가족 구성원 한번 기막히지만 절대 기죽거나 동정 받기를 원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완득이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아무쪼록 인서울을 꿈꾸는 정윤하랑 쭈욱 잘되기를 바라고 TKO승 세 번 연속하여 스승님 꼭 찾아뵙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똥주 어록--

ㅡ가난한게 쪽팔린게 아니라 굶어서 죽는게 쪽팔린거야.

ㅡ어떤 새끼가 웃었어? 지하철에서 채칼 파는게 어때서? 살아보겠다고 하는 장산데 왜 웃어? 몸땡이 멀쩡하면서 집에서 처노는 놈들보다 백배는 나는 사람들이야. 새끼들아!

ㅡ내 몸에 춤 있어 새끼야. 금방 배울거야.

ㅡ아버님이 너한테 금칠은 못해줘도 먹고 자는데 문제 없게 해주셨잖아. 너 나 욕할 자격 없어, 새끼야. 쪽팔린 줄 아는 가난이 가난이냐? 햇반 하나라도 더 챙겨 가는 걸 기뻐해야 하는게 진짜 가난이야. 햇반 하나 푹 끓여서 서너명이 저녁으로 먹는 집도 있어! 문병 오면서 복숭아 하나 안 사오는 싸가지 없는 새끼.

 

  수 년 전 남편과 울릉도를 여행한 적이 있다. 기차 타고 버스 타고 배멀미를 참아가며 도착한 그곳은 너무나 황홀했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깨끗한 바닷물에 곳곳에 세워진 기암절벽, 멀리 갈매기와 함께 보이는 독도, 먹음직스런 피대기 오징어를 파는 좌판 아주머니들.... 말할 수 없이 수려한 경관과 볼거리들이 상당했다. 여행 첫 날 바다와 육지 사이에 놓인 아슬아슬한 절벽 길을 따라 산책을 하다가 검은 안경을 끼고 흰 지팡이를 짚고 조심조심 걷는 시각 장애인 무리를 만났었다. 아니 도대체 뭘 보겠다고 울릉도 까지 배를 타고 왔을까? 보이지 않는데 무얼 느낄 수나 있을까? 무척 의아해 한 적이 있다.

   <기꺼이 길을 잃어라.> 이 책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나의 편견과 무지를 깨기에 충분했다.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고는 있지만 알려하지 않고 아름다움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세상을 좀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보다 적극적으로 바라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세 살 때 폭발 사고로 시력을 잃은 마이크 메이는 어려서부터 도전 정신이 강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며 무수히 많은 어려움과 불편함을 겪지만 자신의 입장을 전혀 불행으로 여기지 않고 일반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풍성한 삶을 살아낸다. 활강스키 세계기록 보유자, CIA정보 분석가, 은행원, 연극배우, 발명가, 기업가라는 멋진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앞을 보지 못하면서도 자전거와 말을 타고 심지어 자동차운전까지 해보았다. 남 부러울것 없이 자신감에 가득찬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어느 날 앞을 볼 수 있다는 수술 제의를 받고 성공 확률 50%,  줄기세포와 각막의 거부 반응, 시클로스포린의 부작용에 의한 암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등의 여러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눈을 뜨면 더 좋고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뇌의 시신경이 반응을 하지 않음으로 또 다른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을 다시 학습하여 고된 훈련을 통해야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쯤 되면 나는 -평생소원이 한번만 앞을 볼 수 있는 거였는데 아내도 보고 아들도 보고 어머니도 내 눈으로 봤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눈을 감았을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 메이는 “길은 있어. 방법은 늘 있지.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간다면 할 수 있어.” 라고 말하며 긍정적으로 미래를 바라본다. 고민은 하지만 실망이나 좌절은 없다. 지금도 더 온전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마이크 메이에게 기립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지금의 메이가 되기까지 항상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 주고 용기를 북돋아준 엄마 오리 진과 어떤 상황에서도 남편을 믿어주고 격려해 준 아내 제니퍼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역시 여자는 위대해!!!

  마이크 메이의 삶을 영화로 만들기로 계약했다니 기대된다. 마이크 메이가 눈을 뜨고 시신경 때문에 고민하며 어느 바닷가 해변을 거닐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고 자신의 발자국이 모래위에 새겨진 것을 발견한다. -발자국은 그의 일부였고 하나하나가 이어져 그에게까지 닿았다.- 이 부분을 영화영상에 어떻게 담을지 사뭇 궁금하다.

 

 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의학전문 기자인 저자 이충헌씨가 정신과에서 실제로 환자를 진단할 때 사용하는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 기준>을 사용해 11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하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쉬운 글로 풀어 놓았다.

처음 책을 읽을 때만 해도 -나는 지극히 정상이므로- 비정상적인 사람들에 대한 지식을 쌓아 때마다 적절하게 대처하며 행복한 인간관계 내지는 트러블이 없는 관계를 지속하여 보다 마음 편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생각이 컸다. 그러나 페이지 수를 더해 갈수록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 존재할 수 없듯이 100% 정상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각자의 부모형제가 다르고 양육과정이 다르고 사회 속에서 처한 상황들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다 다르고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이 성격도 정상 비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는 다른 행동양식과 정서적 특징을 소유한 자가 많기에 그 다름을 좀 더 바로 알고 이해하고 품으려 노력하여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경계성, 히스테리성, 자기애성,  반사회성, 편집성, 분열성, 분열형, 강박적, 회피성, 수동공격성, 의존성 성격의 11가지로 나뉘어있는 성격유형을 - 성격을 갖게 된 동기, 지금의 심리상태,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방법까지 친절하고 세밀하게 알려준다. 문제가 되는 성격은 하나같이 어린 시절 양육환경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충분한 애정을 받아야 건전한 자존감을 바탕으로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쌓여진 마음의 상처가 성인이 된 후에도 치유되지 못한 채 약도 없는 병을 끌어안고 성격 장애로 살아가게 된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인간관계를 이루려면 상대방을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해해주고 너그러우며 참을성 있게 인정해 주어야한다고 가르쳐 준다.

중간 중간 영화를 소개하며 줄거리와 함께 주인공의 정신적 심리적 상태까지 꼬집어주는 해석이 재미를 더했다. 아무 생각 없이 재미가 있었나 없었나 로만 영화를 판가름했던 나에게

모든 영화가 심리영화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지나치기 쉬운 주인공의 성격을 파악하며 정신의학적으로 분석해 놓은 것을 보며 이제부터 영화도 정신 바짝 차리고 봐야겠다는 결단을 했다. ㅎㅎㅎ

책을 읽는 내내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나가 되기까지 길다면 긴 여정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를 지금의 나 되게 만들어준 부모님과 형제와 남편과 아이들 이하 나와 관계된  모든 환경에 깊이 감사하며 책을 덮는다.

그리고 저자가 강조한 말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행복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데 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