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길목에서, 비록 책의 크기는 작지만 속은 무한정 깊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이 끌리는 책을 만났다.

더위에 지친 힘겨운 여름을 뒤로 하고 이제 다시 힘을 얻어야 할 때라고 생각할 때 가끔 펼쳐보는 이 책은

페이지 마다 나 자신에게 도전이 되고 가슴을 쫙 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배달된 책을 뜯어본 첫 느낌은 ‘에게? 이게 뭐야?’ 였다. 사이즈가 눈에 익지 않아서.

혹시나 그냥 책장 여기저기 자리를 잡지 못하고 굴러다니는 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읽기도 전에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한 장 한 장 읽을 때 마다 해이해진 마음을 다스리는 좋은 말들로 인해

세상을 좀 더 멀리 깊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의 눈이 좋아진 느낌이랄까?

부정적인 말들을 줄이게 되고, 조급한 마음이 조금은 느슨해지게 되고, 인생의 크고 작은 고통을 너그러이 맞이할 줄 알게 된다.

게으른 나의 삶을 채찍질 하게 되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기왕 사는 인생 좀 더 활기차게 살아보자는 다짐도 하게 되고

이 책에 들어있는 사람들처럼 나도 자신 있게 살며 후에 멋진 말을 남겨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신에 의해 쓰인 한편의 동화이다.>는 안데르센의 말을 빌려 지금부터라도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해피엔딩인 작품을 만드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웃지 않은 날만큼 헛된 날은 없다.>는 커밍스의 말처럼 매일을 웃음 가득한 날로 채워야겠다.

올바른 시각으로, 눈앞의 일보다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먼 미래를 내다보며 여유로운 삶을 즐겨야겠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결국은 희극 안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 위로를 받는다.

 

인생의 모든 문의 열쇠는 바로 나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요즘은 성형수술이 일반화 되어 얼굴을 고쳤다고 해도 비밀이나 흉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돈만 있으면 하고 싶다는 추세로 성형으로 얼굴이나 신체를 다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다 보니 얼굴에 개성이 없어지고 외모만을 중시 여기는 풍토가 자리 잡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는데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은비는 자신이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여 늘 자신이 없는 생활을 한다. 친구에게도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발표도 잘 못한다. ‘비록 얼굴은 예쁘지 않지만 대신 난 잘하는게 많아.’ 라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친구와의 관계가 두렵고 학업도 즐겁게 하지 못한다.

 

이런 은비의 고민을 일기장을 통해 본 은비의 엄마가 지혜로운 결단으로 일을 진행하여 결국 은비에게 좋은 교훈을 심어주게 된다. 나 또한 3학년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우리 아이가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때에 은비 엄마와 같이 지혜로운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가끔 아이의 일기장도 슬쩍 봐야겠다는 생각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부모가 항상 아이에게 긍정적인 말로 용기를 북돋아 주고 엄마가 먼저 모범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니까 늘 아이가 부모의 모습을 보고 삶을 수정해가며 살아갈 수 있도록 믿음직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멋진 부모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엄마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마음에 와 닿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았다.

“은비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거야. 너를 소중하게 여기고 더 사랑해 봐. 그리고 늘 자신감을 가지고 친구들에게 따뜻하게 대해 줘 봐. 친구들이 너에게 다가오지 않더라도 내가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어주고 조그만 것이라도 건네주고 그래봐. 그러면 너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더욱 많아질 거야. 그리고 네 모습은 더욱 더 예뻐질 거야.”

 

먼저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과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을 은비 엄마를 통해 배웠다. 그것이 성형수술을 하지 않고도 가장 예뻐지는 비결임을 알았다. 한창 예민한 때인 지금 우리 딸아이에게, 재미있는 이야기이지만 뭔가 가슴속에 울림으로 남는 좋은 책을 나누게 되어 기쁘다. 딸아이가 책을 받자마자 한 번도 엉덩이를 떼지 않고 읽었다.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는지 정말 재미있었다고 2편은 없냐고 한다. 이럴 때 엄마로서 참 뿌듯하다.

참 이상한 일이다.

같은 내용이 아이의 교과서에 나와 있는데 교과서를 보면 이해가 잘 안되던 내용들이 동화책에서는 눈에 쏙쏙 들어온다.

교과서도 이렇게 재미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불만 섞인 기쁨을 토해낸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이야기를 토대로 진행되는 도형이야기는 읽다보면 어느새 도형을 숙지하게 되는 신기한 능력이 있다.

 

벌거숭이 임금님을 읽다보니 선분, 직선, 곡선을 알았고,

라푼젤 이야기를 통해서 입체도형을 배우게 되었고,

아기돼지 삼형제에게 삼각형 사각형 원을 배울 수 있었고,

헨젤과 그레텔이 있던 과자의 집에서 규칙에 맞는 배열을 재미있게 알 수 있었다.

이야기 끝부분에 정리되어 있는 요약이 이해하기 쉽게 콕 집어 설명이 잘 되어 있다.

책 속 부록으로는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으로 재미있는 수학놀이 하는 방법을 살짝 엿볼 수 있어 시간 날 때 아이와 함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게 수학의 개념을 익히는 것이 집안에서도 가능한 것임을 보고

그동안 아이가 못하는 것만 탓했지 엄마로서 너무 게으르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는 재미있는 책은 몇 번이고 다시 본다.

이 책을 받아서 꼼짝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보더니 책상 바로 옆 책꽂이에 꽂는다.

조만간 또 읽겠다는 뜻이다.

몇 번이고 책꽂이에서 뽑아서 읽고 수학의 개념이 편안하게 익혀지기를 바랄뿐이다.

동생에게도 물려 줄 수 있어서 이 책은 오랫동안 우리 집에 머무르게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