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태 할아버지와 넝마씨는 사실 나도 한 번 본 적이 없다.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가끔 나를 놀릴 때나 겁 줄때 사용했던 인물이다.

나 또한 아이들이 밤늦도록 잠을 안자거나 말을 안 들을 때,

“망태 할아버지가 지금 잠 안자는 아이들 잡으러 온다.”며 겁을 주면 효과를 좀 보았던 인물이지만 직접 본 적은 없다.

아이가 망태 할아버지가 뭐냐고 갑자기 물었을 때 대답을 잘 못했기에 책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겠구나 싶었는데 그냥 창작 이야기의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이지 정통적인 망태할아버지는 아닌 것 같았다.

 

나무초등학교에 다니는 <도톨>이라는 아이들 잡아먹기 위해 아이가 다니는 길목에서 망태할아버지와 넝마씨가 갖가지 과자로 유혹을 해 보고 화려한 장난감으로 꼬드겨 보지만 아이를 잡는 일에 실패한다.

마지막 작전으로 멋진 자동차를 타고 나타나 아이를 유혹해도 넘어 오지 않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겠다며 계속 아이를 따라간다.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 배가 고프다는 힘없는 말에 아이의 마음이 열려 아이 스스로 집의 현관문을 열어주고 냉장고의 음식을 꺼내주게 된다.

아이가 좋아하는 여러 음식에 밥, 찌개까지 다 꺼내주지만 망태할아버지와 넝마씨는 밥과 찌개만 먹고 돌아간다. 도토리 세 개를 남기고...

 

우리 딸아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한 줄 요약해서 적어 놓은 것을 보았다.

<나는 모르는 사람을 절대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써 있다.

도톨이는 배가 고프다는 가엾은 사람을 도와주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어오게 했지만 현실은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 참 가슴 아프다.

가엾기는 하지만 도와주면 안된다? 이건 아닌데...

이렇게 가르치다간 아이의 도덕성이 참 많이 흔들릴 것 같다.

아이들 같은 순수한 세상에서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예수님 탄생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누구든지 일단 어린 시절 기억 속에 기쁜 추억이 자리하는 그런 날이 아닐까.

산타할아버지의 방문에 가슴이 설레고 집집마다 크고 작은 파티로 기분 좋아지는 날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눈이라도 내리면 10점 만점에 10점으로 최고의 날이 되는 것이다.

 

어른이 되고 아이 엄마가 된 지금의 크리스마스는 어렸을 때처럼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산타할아버지는 바로 엄마아빠가 된 나의 몫이어서

아이들 선물 구입하러 쇼핑센터에서 시달려야 하고,

케이크에 과자꾸러미에 이것저것 준비하다보면 지갑이 홀쭉해지고,

거기다 눈까지 내리면 모든게 지저분해져 불편하기 짝이 없다.

아이와 어른의 차이가 왜 이렇게 큰지 웃음이 나온다.

 

타샤 튜더의 삶을 들여다보니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뭐든지 닥치면 하고 그때그때 선물이나 먹거리를 돈으로 해결하는 나와는 너무 다른,

그 날을 위해 오랫동안 정성으로 준비하는 타샤 할머니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벅찬 가슴을 안고 행복해 할 가족과 친구들을 상상하면서

리스를 만들고, 던디 케이크, 진저브레드 장식, 진짜 나무로 크리스마스 트리 꾸미기, 아기자기한 목공예 동물 인형들에 직접 그린 카드까지

쇼핑센터에서는 돈 주고 사려해도 살 수 없는 정성어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타샤의 모습이

마치 동화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 같았다.

동화 작가로서 동화처럼 살다 간 그녀의 인생이 부럽기도 하고 위대해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나도 뭔가 가정의 전통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스한 분위기의 초도 준비하고 싶고, 정성을 담은 쿠키도 만들어보고 싶다.

하고 싶은 것 중에서 전통을 찾는 것도 좋은 생각일 것 같다.

이 책은 겨울이야기인데 춥지 않고 오히려 무척 따뜻해지는 느낌이 가득하다.

나도 타샤처럼 천천히 과정을 즐기며 매 순간 정성을 다하여 사는 삶을 꿈꾸어본다.

아무생각 없이 방심하고 있다가 닥치면 허겁지겁 대충 때우는 인생이 아닌

오래도록 준비하며 그 날을 기대하고 바라며 지금 최선을 다하고 즐거워하는 내가 되기로 2010년의 목표를 세웠다.

타샤 할머니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차이를 이해하는 프랑스식 성숙한 배려>

 

책의 앞 뒤 겉표지부터 웃음이 나오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지는 책 <알몸으로 학교 간 날>을 읽은 우리 아이들의(9세 여아와 6세 남아) 반응은 “부끄럽다”였어요.

빨간 장화와 책가방만 메고는 학교에 갈 수 없다는 거에요.

사람들이 놀릴까봐 알몸으로 학교 가는 일은 상상하기도 싫다는군요.

 

이렇게 끔찍한 일을 겪은 아이가 있어요.

아침에 많이 늦어 서두르는 바람에 옷을 챙겨 입지 못하고 학교에 온 피에르에요.

피에르도 처음엔 부끄러워 교문을 들어서기 망설였지만

친구들의 변함없는 모습과 선생님의 자연스러운 배려에 용기를 얻어

재미있는 학교생활을 하게 되지요.

왜 옷을 입고 오지 않았느냐고 놀리는 친구도 없고 야단치는 선생님도 없어요.

한 아이의 인격 자체를 존중해 주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통해

다르지만 틀리지 않은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우리는 너무 틀에 박힌 교육환경에 놓여 창의적 사고가 부족하지 않나.

어른들의 고정관념 때문에 아이도 어른과 똑같은 틀에 박힌 생각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겉모습만으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결정짓는 실수를 얼마나 많이 하며 사는가.

친구나 이웃이 곤란에 처했을 때 진심으로 손잡아 줄 용기가 있는가.

진정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등을 생각하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냥 재미있는 동화인것 같은데 생각하고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는 놀라운 책이라고 우리 딸이 감탄을 해요.

정말 쇼킹하고 재미있는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