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개의 키워드로 살펴보는 2009 출판계.
 
 
   259호 기획회의의 특집 주제는 30개의 키워드로 2009년 출판계를 돌아보기였다. 미국발 자기계발서의 몰락과 구어체 표현의 글이 늘어나고, 소통이 중요시 되고, 연예인 책과 읽기, 쓰기, 편집자를 위한 책이 주목받았던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인터넷 서점의 판매의 증가로 인한, 오프라인 서점의 쇠퇴라 생각한다. 오프라인 서점과 인터넷 서점이 효과적으로 잘 어울릴 때 가장 바람직한 모습인데, 지금과 같은 흐름으로 지속된다면, 오프라인 서점도 큰 위기를 겪게 될거란 생각을 했다.
 
  2009년을 돌아보니,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의 서거로 인한, 추모 열풍, 미디어법, 4대강 살리기, 세종시법 등 정치적으로 많은 논란이 드는 사건들, 희망은 없고, 실망과 원망이 남아있는 사회에서, 희망의 싹을 어디에서 찾고, 가꿀 것인지, 88만원 세대에 이은 77만원 세대들과 연대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다룬 책들도 많았다 생각한다.

 
  
# 펄 벅,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읽다
 
 
  연재물에서 눈길가는 글은 체험을 이기는 붓질이란 제목의 펄 벅이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읽은 사연을 적은 글이다. 체험은 논리에 앞서지만, 직접적인 이해관계와 마주한 1927년 난징 사건에서 제국주의의 함선의 도움을 받았지만, 중국인의 시선에서, 그들을 위로하고, 제국주의의 행동을 비난했던 펄벅의 사연은 감동적이었다. 억압받는 자의 심정을 잘 헤아렸기 때문이었을까. 정신지체 아이를 키우고, 중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여성이기에 차별받은 삶을 살았던 그녀에게 삶의 위로를 준 『모비딕』이 새롭게 보였다. 자신을 물어뜯은 것은 모비딕이 아니라 자신의 탐욕이었음을 깨닫지 못한 자의 무모한 복수심과 자신을 파멸시킬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는 집요한 욕망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2주에 한 번, 출판계의 흐름과 기획과 유통, 책의 뒷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획회의가 국내에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바램이 있다면, 조금 더 다양한 책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말하고 싶지만, 발언권이 없는 이들을 대변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분야별 전문가 리뷰에서는 『클래식 중독』,『블랙홀 교향곡』,『소설로 만나는 중세 이야기』가 눈에 띄었고, 출판사 서평에서는 『천재의 시간』,『오래된 운명의 숲을 지나다』,『차폰 잔폰 짬뽕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역사와 현재』에 주목했다. 한 편의 글에는 그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과 풍경이 드러난다. 책을 이야기하는 글에서, 책의 모습보다 책을 바라보는 글쓴이의 시선이 더욱 도드라지게 보였다. 글에는 글 쓰는이의 설득하려는 노련함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했을 때, 글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절망과 고통에 빠져있는 20대의 책들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다. 마케팅과 취업 스펙을 위한 요소가 아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책들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누군가의 삶에 대해 걱정하고, 따스한 시선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더 풍요로워진다고 믿는다. 아니,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그런 시선이 많아져야 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