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 뛰게 하는 책이 있다.

 

 

  가슴 뛰게 하는 책이 있다. 경제학과 세평이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다는 걸 우석훈 박사의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라는 책을 통해서는 경제,경영 서적도 충분히 문외한이 공감할 수 있도록 책 소개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음을 배웠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을 때, 포기하지 말라고 외친 글쓰기 책들은 지치고 힘드는 독서와 글쓰기의 과정을 버티게 하는 소중한 책들이다. 과학 분야의 책은 가슴을 뛰게 하는 책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 수학과 논리라는 생각하지만 해도 머리가 딱딱해지는 책은 감정을 설레게 하기 보다 감정을 억누르게 만든다.

 

  투명인간, 순간이동, 우주횡단, 꿈만 같은 이야기이다. 조선 말기에, 국민 모두가 투표하여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을 실현하는 일 만큼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저자 역시, 당장은 가능한 일이 아니란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의 불가능에 대한 인정은 '지금 당장'일 뿐, 현대 물리학의 발전 속도로 봐서 100년 200년 안에 구현이 가능한 일과 물리법칙과 위배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위배되지 않으면 먼 미래에 가능한 기술, 현재 알려진 물리학 법칙에 위배되어 불가능으로 판명된 일로 나누어 미래를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 과학자들의 책은 딱딱하다는 편견을 버리다.

 

 

  과학자들은 글을 딱딱하게 쓴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많지는 않은 200권 정도의 과학과 관련된 책을 읽었지만, 저명한 사람일수록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글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다. 간혹 혜성처럼 등장하는 글도 쉽게 잘 쓰는 과학자들을 통해 멀어져가는 과학에 작은 끈은 쥐고 있었다. 물리학 부분에서는 그런 인물이 많지 않았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며 물리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새로 배웠다. 학창시절, 과학시절에 배운 개념을 연장한 기술들을 설명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이해되고, 기술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되고 있는지 머리에 쏙쏙 쉽게 들어온다.

 

  왜 단시간 내에 불가능하고, 왜 먼 훗날을 기약해야 하는지, 왜 불가능한지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투명체, 공간이동, 염력, 로봇, 외계인, 우주선 등 물리와 그다지 관계가 없어 보였던 초자연적 현상과도 연관된 부분들이 물리학에 면밀하게 다루어지고 있고, 다양한 가설과 아이디어를 통해, 조금씩 기술이 발전되고 있는 현실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지구와 닮은 행성을 찾는 일이 왜 어려운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하고 살아남는데 도움이 된 우연한 사건들은 강한 자기장과 적절한 자전속도, 은하수의 중심으로부터 적절한 거리 등 매우 복합적인 요소들이 필요해서, '이전에 은하 안에서 문명이 발견될 확률'이 실제보다 크게 과장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현재의 과학이 어디까지 발전하였는지 흐름을 알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 물리학의 어려운 개념들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천사와 악마 등 과학적 사실을 이용한 소설들이 현실에서는 어떠한지, 어떤 과학적 상상력이 우리를 자극하는지도 알게 된다. 현재와 미래를 함께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과학에 관한 더 많은 책들이, 저자의 다른 책들이 많이 출간되기를 기원한다.

불가능은없다, 비이, 물리학, 우주여행, 리뷰

 
#  콩고, 마운틴 고릴라, 콜탄, 탄탈 콘덴서.
 
  뜨거운 햇살이 구름에 가린 이른 아침에 어머니와 집 근처 뒷산에 올랐다. 어머니는 두 번째 봉우리에 다녀온다고 하셔서, 첫 번째 봉우리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핸드폰과 집 열쇠도 어머니가 지니고 있었기에, 내려다보이는 오밀조밀 모여있는 아파트와 집들과 숲으로 둘러싸인 맞은 편 산들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맑은 공기를 마시는 일도, 구름이 사라지고 햇살이 강한 하루가 느껴질 때쯤 올라오는 등산객에게 시간을 물었다. 왕복 40분 거리인데, 한 시간을 기다렸음을 알게 되자, 집으로 먼저 내려왔다. 
 
  기다림에 익숙하지 못한, 핸드폰 없이는 하루도 견디지 못하는 현대사회에 살고 있다. '시간이 돈이다'란 글귀가 삶을 지배한다. '언제 잘리지 모르는 구조조정'과 선택되지 못하면 안된다는 불안이 만연한 사회에서 견디고 있다. 평생 한 번 땅을 밟을지도 모르는 콩고와 마운틴 고릴라, 콜탄과 탄탈 콘덴서는 책을 읽기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다이아몬드와 너무 많은 자원이 있지만 힘이 없어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에 의해 황폐화되어가는 아프리카 대륙에 관한 이야기만 떠올랐지만, 나와 관계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핸드폰과 컴퓨터 등의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있다면, 탄탈 콘덴서의 사용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탄탈 콘덴서의 탈탈은 콜탄이라는 물질에서 만들어지고, 콜탄을 채취하는 일은 매우 쉽다. 콜탄은 민주 콩고 공화국의 반군들이 점령하며 선진국에서 자원을 파는 대신에 사람들을 강간하고 살인하는 무기와 바꾼다. 내가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동안,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내전으로 인해, 사람들이 끝없이 죽어가고 있다. 소설을 통해, 지구 반대편의 현실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타인의 삶을 구조조정하는 살인 시나리오를 쓰는 컨설턴트의 이야기를 읽으며 세계경제의 모순과 직면했다.
  
 
#  『아내가 결혼했다』가 떠오르다.
 
  축구와 중혼이라는 거리가 먼 두 소재로 일부일처제와 결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아내가 결혼했다』 를 기억한다. 거리가 먼 두 소재를 긴밀하게 이어낸 작품을 또 만나는 일은 즐겁다. 타인의 삶을 비간접적으로 간여하는 죽음의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와 아프리카 대륙의 콩고에서 죽어가는 사람들과 킬러의 문화사적 이야기가 촘촘하게 잘 이어졌다.
 
  페이퍼 컴페니에서 회사의 지시를 받고, 의뢰인이 정한 고객의 살인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가 마주하는 사랑과 도피, 선택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가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현실과 마주한다. '더 많은 돈'에 끌리는 삶과 '어쩔 수 없잖아'라는 자기합리화라는 말을 통해, 현대사회를 이끌어가는 삶의 방식과 대면하게 된다. 진정한 구조는 결코 조정되지는 않는다. 사라지는 건 늘 그 구조의 구성원들 뿐이다라는 말이 머리속에 계속 남아있다.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상황에 떨며,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과 마주한다.
  
 
#  웃으며 시작했다가, 고민에 빠지게 하는 소설.
 
 
  소설은 재밌어야 한다. 삶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은 알차다. 독특한 일을 하는 화이트 칼라 킬러의 삶을 들여다보다, 세계의 시각에서 지구의 경제상황과 마주치게 하는 소설이다. 웃으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지금 잘 살고 있는걸까하고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노동의 흔적이 없는 고운 자신의 딸의 손을 보며, 피비린내에 겨운 행복을 느끼는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축구공을 만드는 아프리카 어린아이의 손과 제 1세계의 풍부한 삶의 질을 위해 어린 나이에도 일을 하는 커피농장의 어린아이의 거친 손도 떠올랐다. 그리고 많이들 하는 변명, 어쩔 수 없잖아라는 변명도 떠올랐다.
 
  난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갈수록, 생각도 깊어진다.
 
 
  "그래서? 내가 핸드폰 바꾼게 잘못됐다는 거야?"  
 
  백미러로 찡그린 그의 표정이 보였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아니, 그게 아니야. 그냥 이 상황을 말해주고 싶었어. 뭔가 말도 안 되잖아, 이런 건. 어떤 생각인지 그저 상식적인 의견을 듣고 싶어."
 
  "의견은 무슨, 얼어 죽을. 그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사는 건 그쪽 사정이고,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지들이 총질하고 죽는 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그건 그들의 사정일 뿐이었다, 어쩔 수 없는. 그게 상식이었다.
 
  "나라고 핸드폰 바꾸고 싶겠어?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리면 미칠 거 같아. 뭐라도 질러야 숨통이 트인다고. 그리고 할부 갚아야 하지, 아주 족쇄라고, 쳇바퀴야. 나도좋아서 이딴 거 지르는 거 아니야. 로또라도 당첨되면 모르겠다. 여유가 되면 콩고 사람들을 도와주고 하겠지만 당장은 나 먹고 살기도 죽겠어. 넌 컨설팅해서 떼돈을 버니까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내 모가지 간수도 힘들다고. 콩고 놈들은 바나나나 따먹으로고 그래. 걔들은 카드 값은 안 갚아도 될 거 아니야."

컨설턴트, 세계문학상, 비이, 리뷰, 구조조정

‘희망’의 다른 이름 
‘장영희’의 1주기 유고집 출간 !

장영희를 기억하는 것은 희망을 믿는 것이고,
그 믿음은 다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힘이다.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의 글로 위로받고 살아가는 힘을 얻었던 이들과
그를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희망선물이 될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있는 글맛으로, 익숙하지 않은 영미문학을 여운 남는 이야기로 풀어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서강대 영문학과 장영희 교수의 1주기를 맞아
생전에 신문에 연재되었던 미출간 원고 중 오래 두고 곱씹고 싶은 글들만 모아
문학의 향기 짙게 배어나는 책으로 묶다.

   1부 장영희가 사랑한 사람과 풍경
_장영희의 일상과 생각이 녹아 있는 에세이와 칼럼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조선일보>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에 연재된 문학에세이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 29편.

   2부 장영희가 사랑한 영미문학
_장영희가 평생 사랑한 영미시와 영미문학 에세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조선일보> ‘영미문학 속 명구를 찾아서’,
‘영미시 산책’에 연재된 영미문학 에세이 30편.

   3부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1주기에 부치는 시 _이해인(수녀, 시인)
1주기에 부치는 편지 _박완서(소설가)
사진으로 추억하는 장영희
장영희가 걸어온 길 (독특한 구성으로 편집된 장영희의 삶)

1주기 특별판 미니CD 수록 _장영희 시 낭독 육성 및 창작 추모곡 



장영희 |
1952년생. 서강대 영문과 졸업. 뉴욕주립대학 영문학 박사. 컬럼비아대학에서 번역학을 공부했으며, 서강대 영미어문 전공교수이자 번역가, 수필가, 칼럼니스트, 중․고교 영어교과서 집필자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와 영미시 에세이 《생일》, 《축복》의 인기로 ‘문학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었고, 첫 수필집 《내 생애 단 한번》으로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했다. 역서로는 《종이시계》, 《슬픈 카페의 노래》 등 다수가 있다. 세 번의 암 투병 중에도 항상 밝은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글들을 전하고, 200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에세이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남긴 채 2009년 5월 9일 57세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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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모집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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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을 선정해서 장영희 1주기 유고집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도서를 보내드립니다.

모집 기간 : 4월 26일~ 5월 9일
당첨자 발표 : 5월 11일

* 당첨된 분들은 인터파크에 리뷰를 올려주세요.
(리뷰 작성 기간 : 5월 2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