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언제 벼랑으로 떨어질지 모를 위태위태한 풍경 속의 아이들을 종종 만날때가 있습니다.  낭떠러지를 바라보는 것만도 아찔한 지경인데, 실제로 그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이에게 그 기억이란 어떤 존재일지는 제 상상의 범위를 벗어난 문제일겁니다.

삶을 만나다는 특명아빠의 도전, 긴급출동 SOS24등의 프로그램의 PD가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책으로  펴낸 내용이다.  띠지를 빼고 보니 하얀 표지에 그려진 나뭇잎의 모양이 참 인상적이다.  방송국 PD라는 직업상 그가 만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책속에 들어있다.

 

긴급출동 SOS24에 나왔던 내용중 50년간 노예로 살아왔던 이흥규할아버지의 이야기도 나온다.  방송후 네티즌에 의해 밝혀진 가해자의 주소와 인적사항까지 알려졌던 일이 나온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할아버지의 구원을 진심으로 응원했던 동네사람들마저 그 마을에 살고 그걸 오랫동안 지켜봤다는 이유로 갱생불가능한 악마가 됐습니다.   이흥규 할아버지가 살던 마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하는 분들 자신도 그 이웃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아득히 모르는 가운데 가해자의 일원이 되어 갈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나조차도 이웃과는 잘 모른다.  그집에 쓰레기를 투척했다는 글, 그 마을 면사무소에 갔다는 사람의 글 모두 인터넷에서 읽었던 적이 있었지만 나또한 마을 전체 사람을 탓하기에 바빴던거 같다.

 

대학로에서 구원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해 얼어죽은 조선족 가장의 이야기나 길거리에서 매맞는 아내를 모두 모른척했지만, 두려워서 떨면서 나서주었던 한 아가씨의 이야기는 정말 느끼는 점이 많았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난 어찌 했을까? 내가 길거리에서 남편에게 맞는 사람을 발견한다면 어찌했을까?

나또한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중에 한사람이였을지 모른다. 

 

전에 유니가 자살했을때  PD의 글이라고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유니의 이야기는 그때 읽었던 그 글이였다. ’산하의 썸데이 서울"이라는 블로그에 올린 글을 누가 퍼와서 알려졌던거 같다.  그전에는 유니에 대해서 별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자살하고 나서 알려진 이야기들로 그녀의 실제 모습을 알게 되고, 참 안스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가 참 이뻤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익명이라는 인터넷을 이용해서 많은 사람들은 상처되는 말을 하고 있는 듯하다.

악성댓글로 상처를 주고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정말 우리 모두는 가해자의 일원이 되어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모른척하는게 편하다는 생각으로 모두들 그런 상황들을 모른척하게 된다.  그 조선족 아저씨에게  누군가가 도움을 주었다면 지금쯤은 밀린 월급을 받아 고향에서 잘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길거리에서 매맞는 아내는 파들파들 떨면서, 이빨을 딱딱 부딪치면서  신고한다고 나섰던 그 아가씨 아니였으면  자살했을거라고 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비극에 애써 눈돌리거나 감지 않는 자상함을 조금씩만 더 가져 준다면, 그것이 이세상을 선한 사마리아인들의 세상으로 바꾸는 첫발이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취재중 만난 여러 모습의 삶을 만날수 있었다. 부부의 따뜻한 이야기, 마음따뜻한 보디가드 이야기, 아이를 잃어버린 아버지에게 장난전화를 하는 사람부터, 양식장의 고기가 얼어죽어서 망연자실한 양식장 주인에게 싼값에 생선을 사가는 사람들, 빛을 받으려고 왔지만 차마 말을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세상에는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이책을 보면서 느꼈다.  내자신은 어떤 모습의 사람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좀더 나의 삶을 사랑하고 그리고 다른이의 삶도 사랑해줄수 있는 내가 되도록 노력해야 겠다. 마음 따뜻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