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답지 못한 어른들 때문에 부끄러울 때가 종종 있다. 나역시 혹여 책잡힐 행동을 한 건 아닌가 주위를 돌아본다. 나이가 들수록 푸근하고 여유가 있어야 되는데 제 틀에 갇혀 특유의 아집으로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건 아닌가 걱정스럽다.
껌을 씹었다는 이유로 3주가 넘도록 벌청소를 하고 있는 '미나'는 껌이나 과자를 먹는 아이들을 찾느라 눈에 불을 켠다. 2학년 전 반을 모두 훑어 겨우 껌씹는 아이를 찾아냈건만 으앙 울음을 터뜨리는대다 친구들이 편을 드는 바람에 봐주고 말았으니 또 허탕이다. 깨끗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교장 선생님의 확고한 신념(?!)때문에 아이들은 벌청소에서 벗어나려고 친구를, 후배를 일러바치는 고자질쟁이가 되어야 한다. 매일 아침 쓰레기를 줍고 껌 떼는 일이 힘들지만 기꺼이 <껌 좀 떼지 뭐>를 외치며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미나의 모습이 고맙고 기특할밖에.
<북 치는 아이>의 '승학이'는 할머니와 단둘이 갯마을에서 살고 있다. 부모가 없어서 불쌍한 아이라고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죄다 털어 놓는 할머니가 못마땅한 승학이는 풍물 전수를 온 대학생들이 궁금하면서도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둥, 둥, 두둥, 둥 가락을 물고 늘어지며 승학이와 승현이 누나가 북소리를 주고 받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부디 굿거리처럼 느려도 끈질기게, 휘모리처럼 힘있고 당당하게 성장해가길 바라며...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라는 말로 숨통을 죄는 담임 선생님때문에 '동민이'는 미칠 지경이다. 쉬는 시간이라도 모여 있으면 혼나는 데다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국어 토론 수업도 연기되고 말았다. 이게 다 너희들을 위해서 그런다는데 도대체 뭘 위한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선생님은 우리들이 벙어리가 되기를 바라는 걸까? 끝끝내(?!) 조용한 아이들을 보며 선생님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살아가다 보면 수 없이 많은 유혹 앞에 서게 된다. 잘못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릇된 선택을 하는 건 욕심때문일까? '휘빈이'와 '준홍이'는 축구공을 갖다 놓으러 갔다가 1학기 기말고사 시험지가 펼쳐진 것을 보게 된다. 선생님... 아무것도 못 봤어요....
<천왕봉>은 휘빈이와 준홍이가 벌로 선생님과 지리산을 오르며 삶이란 산을 오르듯 한걸음 한걸음씩 걸어가야 된다는 걸 깨닫는 이야기다. 진짜 공부란 마음이 흔들리는 걸 이겨 내는 것이라고...
<껌 좀 떼지 뭐>는 제 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4편의 단편이 실린 동화집이다. 간결하고 압축력 있는 단편 속에 순수한 동심을 재미와 감동으로 맛있게 버무린 솜씨가 매력적이다. 어른보다 훨씬 나은 동화 속 주인공들을 보며 우리 아이들도 책을 통해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성장해 가기를 바라며 자녀와 함께 읽기를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