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독서토론회(은광)
박완서님의 ‘친절한 복희씨’ 를 읽고
작성자: 김경란
복희씨~
지지리도 가난한 오남매의 집안에 장녀로 태어나 겨울이면 흐릿한 전등불 밑에서 살찐 이를 죽이던 아련한 기억을 추억을 갖고 있군요. 19살의 나이에 30이 훨씬 넘은 초혼도 아니고 1째 부인은 사망, 2째 부인은 고부간의 갈등 쫒겨나고 지금의 남편이자 주인아저씨와 원하지 않는 강간(엄밀히)으로 맺어진 인연, 전처의 자식까지도 자기자식 못지않게 더 보살펴 주었던 복희씨, 당신의 삶은 제가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을 초월한 그 이상의 삶이었습니다.
단지 저는 큰 며느리의 입장정도로만 당신을 만날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당신의 삶의 여정 속에서 하나 둘 저 역시 압도당하듯 빨려 들어가 이제 당신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답니다.
자신이 낳진 않았지만 정성으로 키운 맏이와 그리고 4남매였지만 정작 손자손녀를 보게 되고 며느리들이 들어오면서 자식에 대한 애정이나 관계구도도 조금 달라졌다는 말은 정말 인상에 남았어요. 똑똑하고 할말 다하는 둘째 며느리보단 오히려 흠도 많고 덤벙대기(실수)까지 하며 의무에도 충실하지 못하는 맏며느리에게 이상한 공범자 같은 맘을 갖게 된다는 그 말의 의미를 저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저희 시어머님도 며느리하기에 따라 자식도 달라 보이고, 그 관계도 전과는 판이하게 변화한다는 것을 늘상 말씀하시고 또 나눠 그맘 십분 이해됩니다.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마음에 있는 것이지 마음 떠난 행위는 오히려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지요.
어찌되었건 간에 지금은 중풍으로 한쪽마비까지 일어난 남편의 병수발을 하며, 묵묵히 자신의 인생을 걸어온 당신의 삶에서, 아니 좀더 솔직히 말하면 당신 자신을 어린궁녀에 비유하고, 남편의 버벌거림 속에서 고소함을 느끼며, 그 몸을 하고서도 비아그라를 찾는 남편에게 경멸감을 넘어 결국에는 살의까지도 느끼는 자신의 심정과 중학교 밖에 못 다닌 자신의 무식함에 자식들을 따라 동화책도 같이 읽고, 소설책을 읽을 땐 자신도 끊임없이 공부하는 악바리 근성까지 보이며 자식들 대학에 다 보내놓고 보니 달성한 것 뭔지도 모르겠고 슬픔만 남았다는 그 심정을 그리 침착하면서도 성의 있게 표현하고 있는 것에 나는 말할 수 없는 무게감을 느꼈습니다. 함부로 한 인생을 판단하지 말자. 정작 제 자신도 노인 어르신을 대할 때 나만 혼자 세상 다 안 것처럼 나불거리며, 고민하며, 대화자체에서도 가려 끼려는 오만과 편견의 모습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는 것을요. 많이 회개합니다.
만일 저 같았다면 아무도 모르게 시집올 때 숨겨온 먹으면 죽을수도 있다는 그 아편을 남편에게 조금씩, 아님 비아그라를 빙자하여 먹이지 않았을까 잠시 상상도 해 보았을 것 같은데, 한강다리로 가 하늘높이 비상하는 환을 통해 환희로 지켜보는 그 마지막 선택에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이 시대에 지나간 어머니들의(할머니들) 삶과 가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