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현대인들은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지구촌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된 말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양지(陽地)만 크게 도드라진다. 반면, 음지(陰地)따윈 안중에도 없다. 이런 이중성은 어딘지 불편하고 불합리한 느낌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 이 순간, 지구촌 어느 지역에서는 극도의 기아(飢餓, famine)에 시달리고, 그 반대편에서는 음식에 대한 웰빙을 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자네 셰퍼의 <웰빙전쟁>(알마, 2016)은 앞서 살핀 후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자신이 먹는 음식에 위협을 느끼는데, 그것의 가장 큰 우려는 식품회사가 음식에 첨가한 온갖 물질에 서서히 중독되고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즉 자신이 먹는 음식의 질을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곧 자연의 맛을 간직하던 과거로 돌아가기를 꿈꾸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한 것이 있는데, 실제로 오늘날처럼 음식이 매우 안전하고 다양하고 풍부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고 글쓴이는 역설한다.
독일 국민 가운데 자발적으로 음식금욕주의자가 된 사람들의 비율은 적잖은데, 이런 사실은 숫자가 잘 증명해준다. <슈피겔 온라인>의 위탁으로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23퍼센트가 특정 음식을 멀리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자기 몸이 이러한 음식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라고 한다. 11퍼센트는 식품 속에 들어 있는 히스타민 때문에 적포도주, 치즈, 다양한 종류의 어육가공품을 절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히스타민 불내성의 실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학계에서도 확실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웰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처럼 음식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상적 건강은 저절로 나타나는 게 아니다. 그러한 발전을 촉진하는 수많은 행위자가 존재한다. 그 중에 우선 국가를 예로 들 수 있겠다. 1900년경 독일은 식수 공급을 향상시키고, 근로자 보호를 재조정하고, 시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투자했다. 그리고 20세기가 지나면서 질병, 상해, 고령자에 대한 보장은 거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었고, 의료 서비스 품질도 점점 더 향상되었다. 이를 위해 국가가 차근차근 기본 조건들을 최적화하고, 모든 시민이 가능한 한 보다 나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 약자들을 보호해나가면서, 오늘날 국가는 국민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더욱 장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세기로 넘어오면서 독일에서는 사회국가적 배치에 근본적인 개혁이 일어났으며, 본질적으로는 책임의 구조 개편에 있다고 글쓴이는 설명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날 음식은 우리의 몸과 영혼을 돌보고, 신분의 상징으로서 타자와 구별 짓는 데 이용되고, 또 대체종교의 하나로 우리가 높이 우러러보는 단순한 음식물 섭취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좀 색다르게 도달하기 위하여 늘 무엇인가 하면서 자기 최적화 세계 안에 살고 있다. 그래서 체중 감량을 위해 피트니스 스튜디오에 가고, 직장에서는 자기주장을 보다 잘 관철시키기 위해 수사학 강의를 듣고, 또 외국어 실력을 되살리려고 안식년을 미국에서 보낸다. 이것은 모두 가능한 일이다. 단 이 모든 것을 언제나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행한다면 다른 뭔가를 쉽게 잃어버릴 수 있다. 따라서 음식을 목적에 맞게 최적화하는 사람은 그것을 단지 자기 자신을 위해 이용할 때 어떤 쓸모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글쓴이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이 스스로 자신에게 부과한 무첨가 음식을 전혀 아무렇지 않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글루텐이 함유된 빵을 먹거나 구석기 식단에 어울리지 않는 치즈 한 조각처럼 단 한 번이라도 자신만의 규칙을 어겼을 때 벌어질 수도 있는 최악의 경우 언제나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밝혔듯 우리가 식품업체에 대한 아주 큰 불신과 또 죄책감을 갖고 그 원인을 샅샅이 파헤치려한 것은 스스로 과도하게 높이 설정한 기대에 대한 좌절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먼저 음식에 대한 우리의 지나친 요구를 낮추는 일부터 시작할 것을 글쓴이는 제안한다. 차분하게 여유를 가지고 아무 두려움 없이 즐기는 식사야말로 우리 몸을 가장 건강하게 지켜줄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 펼치는 웰빙전쟁도 좋지만, 우리들의 현실과 반대편에서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지구촌의 어느 지역민들을 생각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도 웰빙전쟁 못지않게 아름답고 값진 삶이 아닐까 싶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지 않던가? 지나친 정보와 상상은 음식에 대한 불신 요소를 제공할 뿐이다. 따라서 모든 행복의 근원은 강한 믿음과 무한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웰빙전쟁으로부터 기꺼이 탈출할 수 있으리라.
-2016.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