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여, 야망을 가져라

 

 미국 클린턴 대통령 부부가 차를 타고 가다가 기름이 떨어져서 주유소에 들르게 되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주유소 사장이 힐러리의 옛 남자 친구였다. 돌아오는 길에 클린턴이 물었다. “만일 당신이 저 남자와 결혼했으면 지금 주유소 사장 부인이 돼 있겠지?” 힐러리가 바로 되받았다. “아니, 저 남자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 있을 거야.” 21세기의 여성은 버지니아 울프가 강조하는 두 가지를 이미 가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여자라 불리는 힐러리는 모든 여성이 세상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할까?

『자기만의 방』(이미애,민음사,2006)을 통해서 버지니아 울프가 역설하고자 한 것은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일정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논지를 의식의 흐름 기법을 반영한 에세이 형식을 통해 전달한다. 그래서인지 책이 마치 그녀가 강연을 들려주는 것을 기록한, 일종의 강의 녹취록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내용 전개 방식이 강의를 들을 때 강연자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도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는 것과 비슷하다는 점이 불편하다. 자칫하면 주제와 관련이 없는 잡다한 내용이 산만하게 나열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식은 독자에게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형식의 불친절함에도 불구하고 내용의 구성력은 놀랍다. 작가는 역사적, 문학적 지식을 논리적 근거로 하여 유명한 여류 작가들의 개인적 특징과 그들의 작품을 분석하여 제시한다. 나아가 당대 현존 작가들의 한계를 그들과의 비교를 통해 지적한다. 이 와중에 그녀는 틈틈이 설정된 상황을 섬세한 묘사한다. 글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버지니아 울프의 탁월한 표현력은 딱딱한 주제를 조금 쉬이 따라 갈 수 있게 도와준다. 작가가 이처럼 훌륭한 문학적 표현력과 논리적 비평능력을 가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런던에서 태어나 문예 비평가이자 사상가였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 밑에서 당대 최고 수준의 지적 문화를 향유하며 성장했다. 그녀는 1907년 <타임스> 문예 부록에 서평을 실으면서 영국 모더니즘의 대표적 작가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소설가로서 그녀는 내면 의식의 흐름을 정교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 현대 사회의 불확실한 삶과 인간간계의 가능성 탐색했다고 평가된다. 이처럼 비평가와 소설가의 면모를 모두 지닌 그녀는 가부장적 사회제도에서 여성이 작가가 되는 것의 어려움을 분석력과 상상력을 가지고 전개한다. 작가는 단순히 사회적 제도의 모순에 대한 비판을 늘여놓지 않는다. 그녀는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에 대한 심오한 탐구를 보여준다.

 버지니아 울프는 “비록 가난한 무명인의 처지에서라도 ‘그것’을 위해 일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그것’이란 바로 다음 세대 여성이 돈과 자기만의 방을 확보함으로써 성취할 물질적, 정신적 독립이다. 오늘날 여성은 작가 시대의 여성이 상상할 수 없던 것들을 누리고 있다. 교육의 확대, 과학 기술의 발전, 그리고 인권 신장 등으로 오히려 남성들이 일자리와 학력 경쟁에서 역차별을 주장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유리천장’, 즉 여성의 사회 고위층, 지도층으로의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아직도 존재한다. 오늘날의 여성이 미래 세대의 여성을 위해 힘쓸 것은 세상의 중심에 서겠다는 야망을 갖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facebook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최고업무집행책임자) 셰릴 샌드버그는 TED 강연에서 남성이 세계를 경영하는 이유는 능력이 아닌 야망이 여성의 그것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통해서 현재 여성이 자연스레 누리고 있는 이것이 어떤 역사와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있다. 이로써 미래 세대가 여성이 사회를 주도할 수 있음을 당연시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다. 이에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커다란 야망을 품었을 때라야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