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무리.
- 젊거나 나이 먹거나 세월은 똑같이 소중한 거랍니다. 젊은 날을 잘
보내세요.
- 어른이나 애들이나 왜들 그렇게 먹구사는 일을 무서워하는 거야.
나는 궤도를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 거야.
- 누군가 내면에 지닌 것과 외면에 나타나는 게 다르다는 것은 그가 세계를
올바르게 대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지.
- 저는 학교에 다니기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하고는 두려움에 몸이 떨리기도 하지만
미지의 자유에 대하여 벅찬 기대를 갖기도 합니다.
- 나는 나중에 베트남에 가서 산과 바다의 아름다운 경치가 얼마나 밋밋하고 의미가
없는지 알게 되었다. 어디에서나 기억은 거기 있는 사람과 함께 남는다.
- 눈에 보이는 것만을 숭배하는 자는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오로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한 것에만 빠져 있는 자는 그 보다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게 되리라.
파멸하는 것과 파멸하지 않을 영원한 것, 이 두 길을 더불어 갈 때 그는 파멸하는
것으로써 죽음을 건너고 파멸하지 않을 영원한 것으로써 불멸을 얻으리라.
- 목마르고 굶주린 자의 식사처럼 맛있고 매순간이 소중한 그런 삶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내가 길에 나설 때마다 늘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 나는 무표정하게 거울 속의 나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내가 오늘 널 보내버릴 거다.
- 비어 있는 서쪽 하늘에 지고 있는 초승달 옆에 밝은 별 하나가 떠 있었다.
그가 덧붙였다.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
나는 어쩐지 쓸쓸하고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감상.
‘개밥바라기별’ – 금성이 새벽에 동쪽 하늘에 나타날 적에는 ‘샛별’이라고 하지만,
식구들이 저녁을 다 먹고 개가 밥을 줬으면 하고 바랄 지음에 서쪽 하늘에 나타날
때에는 ‘개밥바리기별’이라 불린다고 한다. 주인공의 생각처럼 어쩐지
쓸쓸하면서도 이쁜 이름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6.25 전쟁 후 사회가 점점 기틀을 잡아가기 시작하며 한창 혼란스러울
그 때를 배경으로 한다. 그 때의 고등학생 무리들 유준, 인호, 정수, 상진, 선이,
미아등이 나오며 각자가 1인칭 화자의 입장에서 한 번씩 말을 하기 때문에 살짝
누군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그래도 소설을 이끌어가는 중심 인물은 유준으로 혼란스러운 사회와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혼란을 겪고 있다. 작가는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다만 작정해 둔 귀한 가치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주인공들을 그렸다고
한다. 그 모습들이 주인공의 면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제도권을 거부하고 자신이
피부로 느끼는 삶을 진정 살아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유준. 그저 반항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길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이리저리 부딪히는 모습이
안쓰럽게 비치기도 하지만 그의 가슴속에서 뭔가가 끓고 있다는 에너지도 느껴지는
것 같다. 주인공들이 한창 사춘기를 거치고 성인이 되는 성장 소설을 그리고
있지만, 보고 있자니 지나가 버린 세월에 대해 후회를 하기 보다는 앞날에
대해 나도 이리저리 더 부딪혀 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