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은 진 일주일이 좀 지난 것 같고, 책장을 덮는 순간 리뷰를 쓰고 싶은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아 리뷰를 지금껏 미루고 있던 작품이다.

(사실 안 쓰려고 했는데 오늘 갑자기 쓰고 싶은 변덕이 생겼다..-_-;;)

더글라스 케네디 아저씨 작품 중에선 제일 재미를 느끼질 못했기 때문이다.

빅픽처 – 모멘트 – 파리5구의 여인 – 위험한 관계 순으로 읽었는데,

나는 딱 이 순서대로 재미를 느꼈다.

 

그래도 빅픽처가 워낙 개인적으론 와닿는 부분이 많아서 작가에 대해선 반감은

없고, 다음 작품이 나오면 읽어볼 생각이지만 위험한 관계는 너무 극과 극으로

치닫는 느낌과 더불어 결말이 뻔한 듯 싶은 내용이 전개가 되어 나를 지루하게

만들었다.

 

초반 주인공은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위험한 행동을 보인다. 그 과정에서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의 행동을 하고 있다. 물론 나는 산후 우울증의 특징과

그 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전문 지식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렇지만 모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런 장면을 계속 노출시켜 주다가 나중엔

집착(?)을 하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에 크게 공감을 하기 어려웠다.  

 

더불어 아기 아버지도 아기에 대한 부정이 작품 전반에서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버지는 물론 다른 목적으로 아기를 원하지만 부정의 부재가 그 들의 싸움에

내가 몰입되는 것을 방해했다.

 

그리고 하나 더 집중을 방해했던 요소는 군데군데 묻어있는 미국과 영국의 문화

비교이다. 한 두번 언급해도 충분하지 싶은 그 비교를 무던하게 참으로 꾸준하게

곳곳에 흩트려 놓으셨다. 우리나라 소설에서 한국, 일본을 비교해서 몇 번을 얘기

한 들 그 외 나라에서는 과연 귀를 기울여서 들을지 의문이다. 

갈무리.

- 정말로 삶의 중심이 되며,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 "모두 병들었는데도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아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아픔을 느끼거나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 나는 일기장을 열고 그 사람에게 총을 쏘아댔다. 그리고는 얼른 덮었다.

   아무도 내가 총을 쏜 줄 몰랐지만, 나는 속이 후련했고 오히려 웃으며

   그 사람을 바라볼 수 있었다.

- 아무리 병들고 가혹해거나 제도에 길들여져 있다고 해도 인간들은 누구나

   숨쉬는 가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가슴의 소리는 누군가 들어줘야만 한다.

- 겸손이란 "나는 못해"가 아니라 "나는 할 수 있어.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일도

   있어. 나에게도 실수 할 권리가 있어"라고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감상.

우선 제목이 너무 좋았다. 내 마음을 만지다. 그냥 읊어보는 것만으로 왠지

촉촉해지고 따스해지는 그런 느낌이 든다. 실제 책 내용도 그런 느낌을 계속

가지도록 해 주었다. 잔잔하면서도 한 번씩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글쓴이는 문학치료사이다. 마음속에 있는 응어리들이 글쓰기를 통해 뱉어내

지면서 치료가 되는 이른바 '문학치료'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생소한 분야이긴

하지만 글을 쓰다보면 이런 저런 생각도 하게 되고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말도

글로는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문학으로 치료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믿음이 생긴다.

나 역시도 한 번 비공개로 '욕' 게시판을 만든 적이 있었다. 달랑 두 개의 포스팅만

했을 뿐이지만 그게 어느 정도의 '욱'하는 맘을 추스리는데 도움을 주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스스로가 보기에도 조금 민망한 부분이 있어

그냥 없애버렸다. 앞으로 내면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놓는 방식을 조금 더 연습해서

다시 부활시켜봐야겠다. 다만 시간이 흐른뒤 볼 때 민망한 것이 좋은지 안 그런게

좋은진 아직 아리송하다.

요약.

와이프와 어린 딸이 있는 와타나베는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는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스스로도 자신의 가정에 만족을 하고 있으며, 행여나 이 가정에 위해가

될 만한 요소 이를테면 불륜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고 있다.

그러나 꿈을 꾸지 않는다고 항상 현실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바로 같은 회사

비정규직으로 들어온 아키하와 우연찮은 기회를 통해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한 것이다.

첫눈에 반한것은 아니지만 아키하를 만난 이후로 와타나베는 달콤한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현실과 그 꿈에서 방황을 한다.

그러던 와중에 아키하가 살인 용의자로 몰려있는 뜻밖의 사연을 알게되는데...

 

갈무리.

- 이것은 지옥이다. 감미로운 지옥. 여기서 도망치려 아무리 발버둥쳐도 내 속의

악마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 운명의 상대와 연결된 빨간실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

다만, 두 사람이 함께 자아내는 거야. 헤어지지 않는 상태로 죽었을 때 완성되는

거라고 그때서야 빨간실로 이어지는 거야.

- 변함없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면서도, 앞으로 남은 인생을

생각할 때 마다 불현듯 눈 앞이 캄캄해져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말도 안 되는 이유지.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했는데, 서로의 행복을 위해 헤어지다니.

- 불륜은 불륜으로 끝내야 한다.

 

감상.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비록 불륜이긴 하지만 초반에는 연애에 빠진 모습을

유쾌하게 잘 그려내었고, 끝부분엔 도대체 일이 어떤 식으로 벌어졌는지에 대해

긴장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은 누군가의 죽음과 불륜이라는 각각의 다른 주제를

결국에는 하나의 접점으로 통합을 해서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단지 조금 늦게 만나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혼이라는

약속과 의무 앞에서 불륜은 그렇게 단순한 연애놀음만은 아닐 것이다.

당사자는 그 순간 마음이 가는대로 한 행동이 훗날 그 가족 및 주변 사람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행복해 질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 가까운 사람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어 버린다면 우선은 멈춰 서보는

절제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