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좋아하게 된 지 10년 정도 되었나 봅니다.
그 전까진 그 흔한 믹스커피조차 즐겨 마시질 않았는데
식후의 입가심을 위해, 그리고 식곤증을 이기기 위해
우후죽순 생겨난 카페들의 가격경쟁에
값싼 천 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버릇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제 커피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요?
2~3년 전까지는 핸드드립, 에어로프레스, 워터드립 등의
다양한 커피 제조법을 활용하여 저만의 커피를 마시곤 했지만
현생에 찌든 지금은 2~3분이면 간단히 커피가 제조되고 관리도 쉬운
네스프레소 머신으로 타협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맛있다는 카페는 꼭 한 번씩 찾아가 볼 정도로
아직 커피에 대한 열정은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인
이자키 히데노리라는 바리스타가 저자입니다.
저자가 일본 분이라서
우리나라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감수를 보신 박상호 님과 번역을 하신 전지혜 님이 신경을 많이 쓰셨는지
전혀 그런 부분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무려 평창수와 아이시스 생수의 설명까지 덧붙여 놓으신 걸 보고 감탄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란 무엇일까요?
커피는 기호식품으로 분류되어 있듯이
굉장히 취향을 많이 타는 음료입니다.
같은 커피를 가지고도 누군가는 최고의 커피라 칭하고
또 누군가는 고개를 저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저만 해도 세월의 변화에 따라 입맛이 변했으니
상당히 주관적인 부분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맛있는 커피란
지금 내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커피가 아닐까요?
더군다나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들이 모이는 대회에서조차
해마다 유행하고 점수를 잘 받는 커피의 취향이 변해간다니 말 다했습니다.
이 책은 교과서적으로 커피의 정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잘 맞는 커피를 찾고,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이제 막 자신만의 커피를 만들어 보고싶는 초보분들부터
최고의 바리스타 기술을 배워보고 싶은 숙련자까지
다양하게 입맛을 맞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책의 앞부분에는 커피의 기본부터 차근차근 설명되어있기에
초보분들이 읽어보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의 2/3 지점부터는 본격적으로 저자의 비법들을 풀어놓기 시작하는데
물의 유속부터 경도까지 체크를 하는 것을 보고
역시 프로는 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금 꿈틀꿈틀 올라오는 커피에 대한 열정으로
찬장 속에 잠자고 있는 드립 기구들을 살펴보게 됩니다.
주말의 커피 한 잔과 디저트 한 조각은 삶에 있어서 큰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을 보고 나만의 커피를 만들어보며
다시 한 번 인생에 감성 한 조각 넣어봐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