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아시아는 바람 잘 날이 없어 보인다.
최근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갈등,
중국 내적으로의 홍콩 문제, 더하여 러시아도 종종 시선을 집중시키곤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이 책에
관심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전쟁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상황이라니….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들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는 나에게는
갈림길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에 더하여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어떻게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2차 세계대전과 독일을 생각하면 누구나 히틀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가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장본인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물론 이제까지 그렇게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큰 사건이 일어나는 데는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빗방울이 모여서 강을 이루고 바다가 되듯이
사회 각계각층의 생각과 행동들이 모여서 하나의 사건을 이루는 것 같다.
히틀러의 야망만으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기업가들의 정경유착, 오스트리아 국민의 마음 등 셀 수 없는 것들이 모여서
2차 세계대전이라는 큰 바다를 이룬 것이다.
하나하나 보면 그 영향력이 미비하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결과를 보자면 마치 기계의 부속처럼 한가지씩 역할을 했으리라.
현재의 우리나라와 주변국들의 상황을 보고 있자면 어지럽기 그지없다.
도저히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하지만 이것들도 여러 사람의 생각과 행동의 결과로 생기는 일들일 것이다.
어렵지만 이 흐름이 흘러가는 방향을 놓치지 말고
잘 지켜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는 취향이라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끊임없이 나열되어있는 수식어들이
집중을 방해하는 느낌이 들었었다.
권위 있는 상을 받으려면 이렇게 글들을 화려하게 꾸며야 하는 것이냐는
부정적인 느낌도 들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집중을 할 수 있게 된 시점에서는
눈앞을 아른거리던 수식어들이 내 머릿속을 감싸고 돌아서
책의 느낌을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작가의 집필스타일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후에는
그것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한동안 소설 읽는 재미를 더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