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를 연료로 하는 버스를 확대한다거나 태양열 주택의 에너지 효율이 높아졌다는 등의 기사를 읽으면 지구를 살리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움직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과연 그것이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종종 들곤 한다. 천연가스라는 것도 어차피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고, 태양열이나 조력·풍력 등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데에는 높은 비용과 낮은 에너지 효율이라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를 개발하고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지구, 그 후>(에이지21, 2009년)를 읽으며 그 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지구의 환경과 미래를 생각한다는 대의명분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그린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그 후>에는 많은 기업들이 지구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갖은 어려움에도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종종 그러한 기업들이 소개되기도 한다. 굴지의 대기업들도 하지 않는 일을 해나가는 기업이나 사람들을 보면 언제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높은 장벽에 부딪혀야 했다. <달라지는 세계>(지식공작소, 2008년)에서 본 브라질의 호사도 그러한 경우에 속했다. 그는 전기료가 지나치게 비싼 국영 전력회사에 맞서 농촌에 전기를 보급하기 위한 사회적 기업을 운영했지만, 전력 수요를 빼앗길 것을 우려한 전력회사는 이를 방해했다. 그의 끈질긴 노력이 없었더라면 그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을 것이고, 농촌의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미래 에너지를 창출해 내려는 이들의 시선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는 사실 또한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태양 에너지, 풍력 에너지 외에도 바이오 원료, 해양 에너지, 지열 에너지 등 환경을 헤치지 않고 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발굴하려는 노력들이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었다. 지금은 비용의 문제와 기존의 시스템을 함께 이용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상용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비용과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만 있다면 손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책의 표지에 ‘지금으로부터 20년 후, 서른다섯 살의 누군가는 열다섯 살 때 읽은 이 책 덕분에 억만장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행간의 의미가 이제야 명확히 이해가 된다. 당장 그린 에너지가 많은 부를 가져다주지 못하지만, 20년쯤 지난 후에는 분명 소중한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는 장밋빛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허무맹랑한 추측만은 아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그렇게 되어야 지구가 살고 우리가 살 수 있다.

<지구, 그 후>를 읽으며 주목한 한 가지 아이러니는 책을 덮은 후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대체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여러 가지 대안들 중 복합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거꾸로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들이 있다. 가령 바이오연료를 많이 생산하게 되면 식량 문제와 충돌하게 되고, 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시키는 화석연료의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는 제임스 러브록이 <가이아의 복수>(세종서적, 2008년)에서 언급한 점을 상기시킨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인데, 그는 아직까지 이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가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지금이라도 당장 사용이 가능한 원자력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는 수소에너지를 사용하면 되지만, 수소에너지가 상용화되기까지의 시간 동안 화석연료의 사용이 많아진다면, 가이아의 복수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이상기후 현상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 지구 환경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위기의식은 영화로도 표출되고, 탄소 배출량 거래제와 같은 제도들을 만들어내었다. 그러나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미래의 그린 에너지를 창조해 내기 위한 노력들 덕분에 우리의 미래가 아주 절망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노력들이 제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더 많이 뒷받침 되었으면 좋겠다.

** 좋은 글귀

“기술과 자본이 만날 때, 그때가 바로 바퀴가 도로를 달리기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다. - 비제이 바이티스와란” (55쪽)

“따라서 탄소를 많이 배출시키는 활동과 환경적으로 보다 건전한 활동 사이의 간격 차이를 없애거나 줄이는 기후변화 정책으로 온실가스의 방출에 따르는 환경비용을 내면화해야 한다. 시장 메커니즘에 어울리도록 만들어진 탄소 배출량 거래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요를 가장 크게 자극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57쪽)

“게다가 바이오연료 생산에는 주목해야 할 아이러니가 있다. 기후 친화적인 운송연료를 개발하는 이들 바이오연료 기업들은 오히려 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시키는 화석연료의 수요를 증가시킨다.” (98쪽)

“바이오 연료의 식품생산을 감소시키고 가격을 폭등시키며, 특히 아프리카처럼 기아로 고통받고 있는 지역이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수백만 명의 빈곤계층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브라질에서도 설탕 생산량의 절반이 이미 연료를 생산하는 데 쓰이고 있다.” (102쪽)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프로젝트를 ‘세탁’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잃게 될 것을 사실적이고 정직하게 이야기하자는 것입니다.” (161쪽)

by 꽃다지, 2009년 3월 27일

** 좋은 글귀

“자신의 무의식의 능력을 신뢰하면서, 일일이 글자를 읽지 않고 책장을 넘겨가는, 즉 ‘눈이 책을 스윽 훑어보게 하는’ 방식을 몸에 익혀두는 것이 좋다.” (21쪽)

“시민의 독서생활에 있어서 도서관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절대 반대다. …… 독서는 정신적 식사다. 자신이 읽을 책 정도는 스스로 골라 스스로 사고 늘 곁에 두면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 (93쪽)

“기억 능력만이 아니라 사유 능력 또한 그 본체는 무의식 밑에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인간의 지적 능력 증진의 요체는 무의식의 능력을 함양하는 데 있는 것이지, 어떤 의식적인 잔재주를 익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153쪽)

“스스로 자신의 방법론을 얼른 발견하라.” (227쪽)

by 꽃다지, 2009년 3월 27일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여러 권의 자기계발서 들을 읽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비슷하고 반복되는 내용의 자기계발서 들에 싫증이 났다. 특히 일본 번역서의 자기계발서와 국내 유명 저자들의 자기계발서는 되도록이면 읽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미국의 경우는 좀 달랐다. 각 분야 전문가에 의해 쓰인 자기계발서는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고, 학술적이거나 철학적이었다. 최소한 무언가 하나는 남길 수 있었고, 내 생활을 좀 고쳐보겠다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었다.

이번에 오랜만에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시크릿>, <마지막 강의>를 출판한 살림출판사의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살림, 2009년)가 바로 그 책이다. <시크릿>이나 <마지막 강의>를 읽어보지 않았기에 도대체 어떠한 부분들이 독자를 사로잡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가 무엇으로 독자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책은 번역서가 아니다. 그간 보아온 경제·경영·성공학 분야의 저자가 아니라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인문학자가 쓴 책이다. 그래서 새로운 형식에 대한 기대도 컸다.

책은 기대 이상으로 새로움을 주었다. 소설을 읽듯 거침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최초로 캅베드를 전해받은 아리의 성공담이 화자의 이야기 속에 액자 형식으로 포함되어 현재와 과거를 잇고 있다. 또한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리의 성공담은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흥미를 더하며 세계 경제사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여 신뢰를 준다. 팩트(인물, 경제적 사건)와 픽션(아리)이 절묘하게 구성되어 스토리텔링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것저것 많은 것을 독자에게 가르치려 하지 않음으로써 주제를 확실히 부각시키고 있다. 대개의 책들이 많은 것을 독자에게 알리려 한다. 그래서 내용들이 매우 인위적이고 억지스럽게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는 최소한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각인될 수 있도록 한다. “더 많이 공경할수록 더 많은 수확을 얻는다.”(47쪽)는 철학이다. 이는 자기계발을 위한 지침이 아닌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철학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이다. ‘공경’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반복적으로, 그리고 점차 세부적으로 핵심 내용을 전달함으로써 한 가지만은 확실히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경의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공경하는 대상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둘째는 공경하는 대상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셋째는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마치 그런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55쪽)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가 이야기하는 아리의 일생은 어쩌면 허황되게 들리지도 모른다. ‘공경’이라는 내용 하나만으로 기적을 이룰 수는 없으니 말이다. 상황과 시간과 조건 모두가 맞아야 한다고 변명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두가 아리처럼 될 수도 없고, 아리처럼 될 필요도 없다. 아리처럼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의 척도도 아니다. 이 책에서도 그를 따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공경’의 마음만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아리처럼 거부가 되지 않더라도 명예롭거나, 친구를 더 많이 두거나, 지혜롭게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 결정적인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아리의 부정적인 모습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화자의 아들이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에 비유되었던 이유도 생각해야 한다. 부를 사회에 환원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의 철학이 마지막까지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이유이다.

by 꽃다지, 2009년 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