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년들의 자살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일까?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은 이미 예견된 바나 마찬가지다.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한 발 내디딜 곳은 어디에도 없다. 꿈은 고사하고, 하루 밥 벌어 먹고살기조차 힘들다. 그런데도 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줄 곳이 없다. 사회는 오로지 일방통행만을 강조한다. 일방통행로의 끝은 벼랑임을 알면서도 가혹한 입시와 사회의 규정된 틀로 이들을 안내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사회적 강요를 과감히 깨치고 나와야 한다. 삶에 대해 스스로 진지하게 성찰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사회적 통념을 거스른 정신병자 취급을 받더라도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서야 한다.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내 심장을 쏴라>(은행나무, 2008년)를 읽으며 젊은이들의 자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수리희망병원의 두 주인공, 승민과 수명의 좌충우돌기는 결국 우리 세대의 슬픔이자 비극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승민과 수명은 그 질곡의 시간과 공간을 과감히 깨뜨리고 보란듯이 운명의 문을 열어젖힌다. 세상을 향해 가슴을 활짝 펴고 질주를 시작한다. “나야. 내 인생을 상대하러 나선 놈, 바로 나”라고 당당히 외치며!
정신병원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고 한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수명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가족 간의 유산 싸움에 휘말려 납치된 승민은 후자에 해당한다. 그래서 승민은 입소 첫날부터 탈출을 시도한다. 우연찮게 공범으로 몰린 수명은 그 뒤로도 계속 승민과 얽히게 되고, 그를 통해 자신을 찾아가게 된다. 수명과 승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수리희망병원의 이야기는 다채롭고 흥미롭다. 작가가 직접 체험하며 겪은 일들을 소개로 하기에 생생하게 전개된다. 그리고 소개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은 엉뚱하면서도 순진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망막세포변성증을 앓고 있는 승민은 우리 세대의 슬픈 자화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의 이기와 욕심으로 인해 갇힌 자이다. 납치된 승민의 소박한 꿈은 정신병원에 갇혀 버렸다. 그러나 그의 꿈만은 갇히지 않았다.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승민의 의지는 그래서 대단하다. 그리고 수명의 병은 우리 모두가 앓고 있는 병인지도 모른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회가 안내하는 길을 착실히 걷고 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선 소리가 이탈을 염려한다. 부모가 바라는 대로, 사회가 바라는 대로 걷지 않으면 미친 놈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살기가 얼마나 힘든가. 강요된 사회의 시선과 낯선 목소리가 여전히 우리를 옥죄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또한 수명과 승민처럼 두 팔을 활짝 벌려야 한다.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내 심장을 쏴야 한다.
by 꽃다지, 2009년 5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