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로또라도 당첨되어서 어느 날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다면 행복할까? 사회적 명망을 얻는 지위에 오르게 되면 행복하게 될까? 아니면 부귀와 명예를 다 버리고 산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벗하여 살면 행복이 찾아오는 것일까? 내 작은 바람은 우리 가족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작은 소망조차도 쉽지가 않다. 개인적인 원인도 있지만, 사회적으로도 함께 풀어야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내가 만들어갈 수 있는 행복의 영역이 더 크다는 것을 <고등어를 금하노라>(푸른숲, 2009년)를 읽으며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행복의 문제를 모두 개인의 일로 치환해 버리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없다. 개인의 행복은 개인이 만들어가는 것이지만, 사회적인 여건 또한 중요하다. 가령 20년 전에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개인이 집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10년이 걸렸는데 지금은 10년, 20년이 지나도 집을 마련할 수 없다면 전반적으로 행복의 지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사회의 문제로만 돌리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언제나 불행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물질의 행복보다 더 중요한 정신의 행복을 추구하고,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만족할 수 있다면 어떠한 이들보다 삶이 행복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임혜지 씨와 그의 남편은 세상 사람들이 행복의 가치라고 여기는 부분들을 과감히 포기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근검절약하며 소비를 줄임으로써 돈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었기에 주 근로시간을 준수할 수 있었고, 그 여가의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갔다. 가족의 행복이 우선이라는 가치를 명확히 세우고, 이를 실천한 것이다. 물론 한국이었다면 조금은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독일이었기에, 그래도 잘사는 나라였기에 돈보다는 가족과의 시간을 선택하는 이들 부부의 삶을 더 용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잘사는 나라고 사회의 가치가 개인의 삶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모두가 임혜지 씨 부부처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절약하며 살기 때문에 돈이 더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남들 눈에는 별 볼일 없을지라도 우리 스스로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기에 승진이나 출세에 욕심을 내지도 않는다. 더 이상을 성공을 바라지 않는데, 가족과 함께 하는 점심시간의 행복을 포기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80쪽)
임혜지 씨 부부의 삶에서 배운 또 다른 중요한 가치는 아이들의 교육관이다. 그들은 아이들의 삶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공부가 아이들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적다는 생각을 가지고 교육했다. 내가 바라는 교육 역시 이와 닮아 있기에 주의 깊게 읽었고, 우리 아이들을 그들처럼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물론 난관은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고 아이들을 옥죄는 상황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부담을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의지가 아닌 아이들에 입갈 생각이다.
“우리 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이 우리 품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고유한 특성과 재주를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간 열중해서 노는 와중에 자신이 원하는 것,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서 계발해왔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내 아이들이 그렇게 중대한 과업을, 그 나이에, 자기 힘으로 이룩했다는 자신감을 안고 세상으로 걸어 나가 어렸을 때 자긍심 지수를 학교 성적에 두지 않았듯이, 커서도 행복 지수를 부귀나 영화에 두지 않는 현명하고도 소박한 인생을 살기를 기원한다.” (97쪽)
<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읽다보니 헬린 니어링 부부가 떠올랐다. 임혜지 씨 부부가 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는 것은 아니지만, 니어링 부부가 살았던 삶의 방식을 도시 속에서 실천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혜지 씨 가족이 언제나 행복하길 기원한다.
by 꽃다지, 2009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