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그 일을 꿰뚫게 된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각 분야의 달인들이 소개되는데, 달인들이 펼치는 놀라운 능력에 입을 다물 수 없다. 자신이 하는 일이 몸에 배어 느낌만으로도 양과 질적인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읽은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다산책방, 2009년)의 주인공들은 서점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점원들이다. 무언가 놀라운 달인의 능력을 갖고 있을 법하지 않은가. 세후도 서점의 이 직원들은 놀랍게도 추리의 달인들이었다.

서점에서 오래 근무를 하다보면 서가의 어디쯤에 어떠한 책이 꽂혀 있는지, 어떤 책들이 판매되었고 어떠한 책들이 절판되었는지 이름만 대면 바로 알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작가인 오사키 고즈에가 서점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기에 서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알고 있었다. 작가는 이를 소설화하면서 상상력을 더해 서점에서 발생한 기묘한 사건들을 재미있게 추리해내는 멋진 주인공들을 탄생시켰다.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에는 총 다섯 편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주인공들은 대략의 설명만으로도 책을 알아맞히는 기본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책을 통해 발생한, 책과 연관이 있는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환자가 요청한 기이한 암호를 바탕으로 구해달라는 메시지를 추측해 돕기도 하고, 20년 전 죽은 고등학생에 대한 추리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밝혀내기도 하며, 잡지를 읽은 여자의 사진이 잡지에 삽입된 의문의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평범할 것 같은 서점 직원들이지만, 같이 머리를 맞대어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갔다.

이 책의 매력은 서점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아마추어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뛰어난 추리력보다는 함께 머리를 맞대어 주고받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명탐정 홈즈걸은 책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명탐정 홈즈걸의 명성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by 꽃다지, 2010년 1월 3일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세계사, 2009년)를 읽으며 국내에서 개봉되었던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자꾸만 떠올랐다. 정우성과 손예진이 열연한 이 영화에서 손예진은 기억을 잃어가는 희귀한 병에 걸린다.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의 행복한 보금자리는 점점 눈물로 얼룩져가고 끝내 손예진은 요양소에 입원한다. 기억을 잃어가는 병이라니! 끔찍도 하다. 일상적인 기억은 물론 자신이 다니던 회사, 가까이에 있는 사람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만약 내 부모가 내 아내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가슴 답답한 일인가. 영화에서 손예진이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은 보는 이들을 자꾸만 슬프게 만든다.

이 책의 주인공 앨리스 역시 조발성 알츠하이머라는 희귀한 병에 걸렸다. 잘나가는 하버드대학 교수에게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걸릴 것이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건망증으로 시작된 병은 점점 깊어져갔고 놀랍게도 조발성 알츠하이머로 밝혀졌다. 나이가 좀 들어서야 걸리는 병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50대 초반의 앨리스에게 악몽과도 같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앨리스는 자신의 병을 강하게 이겨내려 노력했다. 끝내 병의 진전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병에 대해 환자의 입장에게 이야기할 만큼 강한 정신력을 보였다.

다른 소설이나 논픽션은 대게 제3자의 입장에서 병의 증상들을 설명한다. 이 책이 남다른 이유는 환자의 입장에서 병의 전개를 관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병의 진행과정과 병에 대한 단상을 환자의 입장에서 돌아보며 아픔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어찌 보면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기록물을 보는 것과도 같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병하고 진단을 받고 병이 악화되는 과정들이 논픽션처럼 전개된다.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병에 대처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진솔하게 엿볼 수 있는 책이다.

by 꽃다지, 2010년 1월 3일

 

 

그동안 추리 소설은 잘 읽지 않았다. 셜록 홈즈 시리즈나 최근 <수상한 미술관>을 읽은 것이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39 클루스 1 ; 해골이 쌓인 미로>(와이즈 아이, 2009년)가 출간돼 추리 소설을 다시 접했다. 해리 포터를 잇는 액션 어드벤처 추리소설이라는 문구가 주의를 끌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39 클루스! 단어를 그대로 풀이하면 39개의 단서다. 내용을 보지 않더라도 39개의 단서를 찾는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단서는 누가 찾아 갈 것인가. 명문가인 카힐가의 열네 살 에이미와 열한 살 댄이 바로 주인공이다. 소설은 에이미와 댄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그레이스 할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레이스 할머니는 카힐가 사람들에게 하나의 유언을 남기는데, 100만 달러를 유산으로 받을 것인지 100만 달러를 포기하고 게임에 참여해 승자가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을 것인지를 제시한다. 부모가 모두 죽은 에이미와 댄에게 100만 달러는 커다란 돈이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학비 걱정 살아갈 수 있는 돈이다. 그러나 에이미와 댄은 모험을 택한다.

단서를 찾기 위한 여정은 처음부터 험난했다. 대저택에서 보물찾기 하듯 쉽게 거머쥘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레이스 할머니의 저택이 화재로 소실되고, 경쟁자들을 죽여 없애려는 시도가 공공연히 자행되었다. 무대는 미국을 벗어나 프랑스로 이어진다. 첫 번째 단서는 벤저민 프랭클린과 관련된 것. 박물관을 찾고 도서관을 뒤지며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게다가 이야기의 실타래는 미로처럼 얽혀 있어 예측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에이미와 댄은 뛰어난 모험심과 부모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간다.

1권은 모험이 시작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제 겨우 첫 번째 실마리를 풀었을 뿐이다. 초등학생에 불과한 에이미와 댄이 나머지 단서들을 어떻게 찾아가게 될까. 과연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해리 포터를 능가하는 시리즈가 될 수 있을지. 아직은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지만, 출발은 순조로웠다.

by 꽃다지, 2010년 1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