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526명을 대상으로 업무에 대한 의욕을 잃거나 회의감을 느끼는 ‘직장생활 무기력 증후군’에 대해 조사한 결과(2010.8.6)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중 90.3%가 시달린 경험이 있다고 한다. ‘직장생활 무기력 증후군’의 원인으로는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는 등 만사가 귀찮아진다’는 응답이 34.0%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업무상 스트레스 등 회사관련 일로 출근기피현상’이 나타난다는 직장인도 27.6%로 뒤를 이었다. 직장생활을 하기란 그만큼 만만치 않다. 자신이 원하고, 만족할 만한 직장에 다니는 이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만족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주변의 모든 환경이 자신만 괴롭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직을 고민하고, 적당히 안주할 방법을 찾는다. 불만족스러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앨버트 번스타인은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비상식적인 일에 대처하는 86가지 생존법을 제시함으로써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이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랜덤하우스, 2010)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통해 노하우를 제공한다. 이 책을 처음 접한 이들이라면 누구든 한번 웃지 않을 수 없다. 제목이 강렬한 인상을 주는 원인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러한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데, 다른 사람들은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이다’라는 생각을 누군들 해보지 않았겠는가. 그는 직장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거짓말과 헛소리’, ‘사무실의 비상적인 사람들’의 유형을 소개하고, ‘꼭 알아두어야 하는 직장생활의 법칙’과 ‘최악의 상황들’을 제시함으로써 직장생활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폭넓게 이해하고 대처하는 요령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한 기술’과 ‘존경받는 관리자로 거듭나기’를 통해 직장생활에 슬기롭게 정착할 방법을 알려한다.

 

사실 86가지의 대처법은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만한 일화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제목이야 ‘이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라고 했지만, 따지고 보면 제정신인 사람은 없는 게 된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인지라 다른 사람 또한 나를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종종 자신도 제정신이 아닌 행동을 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한 사실을 깨닫게 되면 반성의 시간을 잠시 갖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가, 자신도 때론 제정신이 아닌 행동을 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비정상적으로 비춰졌을 것이란 생각에 이르는 순간, 이 책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배로 커질 것이다. 나를 비추어 봄으로써 시야가 확대되고 대처 방법을 더욱 다양하게 모색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재치있는 글과 대처방안으로 인해 책을 읽는 재미는 쏠쏠하다. 게다가 역자인 전미옥 CMI연구소 대표의 세심한 배려로 각 장마다 삽입된 도입부는 한국적 상황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사회가 각박해지다보니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디 그래서야 기업이든 사회든 굴러 가겠는가. 이 책을 읽으며 한 번쯤 상대방의 입장에 서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 자신만 제정신이란 자만에 빠질 것이 아니라 자신도 제정신이 아닌 상황을 만들 수 있음을 유의하고, 직장생활의 난관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by 꽃다지, 2010.08.06

 

 

 

여름휴가가 한창이다. 다들 산으로 바다로 분주히 떠나기 바쁘다.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가 놓고 수박을 한 입 베어 먹거나 파도가 넘실대는 해변 비치파라솔에 누워 있을 생각을 하면 떠나기 전부터 설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신나고 재밌을 휴가가 엉망진창으로 꼬이는 분들이 있다. 휴가를 떠나는 날 아침부터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 멀쩡하던 자동차가 말썽을 부리고, 휴가지에 도착해서야 중요한 물건을 가지고 오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영화 <나홀로 집에>에서 매컬리 컬킨을 잃어버린 심정이 그제야 이해가 간다. 떠나기 전 한 번만 체크했으면 되었을 일을….

 

대개의 커다란 실수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 기억만으로 충분하고, 익히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는 자만이 화를 불러일으킨다. 특히나 일상에서 자주 반복되는 일들은 ‘감’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늘 중요한 뭔가를 빠뜨리게 되고, 위급한 상황에서는 당황하여 평소에는 잘 처리하던 것도 놓치게 된다. 휴가를 가면서 체크하지 못한 사항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자동차야 수리하면 되고, 없는 물건이야 마트에 가서 구입하면 된다. 그러나 만약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달린 위급한 상황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사소한 실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과의사인 아틀 가완디는 이러한 사실을 병원에서 수없이 목격했다. A라는 질병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가 갑자기 이상증세를 보인다거나, 수술 중 사소한 것을 체크하지 않아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진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그는 생각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사소한 실수를 줄여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아주 간단했다. 수술 전 한 가지를 체크하지 않은 것이다. A라는 질병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생각 외로 상처 부위가 깊었다. 만약 의사가 한 번만 어떻게 다쳤느냐고 묻기만 했어도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수술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체크하기만 했어도 환자의 상태가 위태로워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체크! 체크리스트!>(21세기북스, 2010년)는 아틀 가완디가 체크리스트의 소중함을 알리고자 펴낸 책이다. 의사인 그에게 체크리스트는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문서였다. 그는 체크리스트의 중요성을 인지한 이후 실제로 체크리스트가 생명을 건진 사례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다른 분야에서는 체크리스트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조사했다. 또한 수집한 사례와 체크리스트에 관한 기본지식을 바탕으로 WHO의 지원을 받아 ‘안전한 수술을 위한 체크리스트가 환자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전 세계 8개 병원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의 결과는 실로 놀라왔다. 체크리스트가 수술의 실수를 줄이고, 환자 회복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이다.

 

인간은 기억의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컴퓨터가 아닌 이상 기계처럼 기억을 재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종이 한 장만으로도 충분하다. 분명이 기억할 것은 능력의 부족을 따지지 말자는 것이다. 나는 절대 빠뜨리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지도 말자. 최고의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능력이 부족해서 실수를 하고,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다. 체크리스트를 통해 예상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할 일도 아니다. 그저 잠시 시간을 내어 체크리스트의 각 항목을 체크하기만 하면 된다. 종이 한 장의 힘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체크리스트는 가능한 모든 단계에서 똑똑하게 처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필요할 때 중요한 정보를 챙길 수 있게 해주고, 체계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주고, 이야기를 나눠야 할 사람들을 잊어버리지 않게 해준다.” (227쪽)

 

“나쁜 체크리스트는 내용이 애매모호하고, 너무 길며, 쓰기 힘들고, 비실용적이다.” (162쪽)

 

“체크리스트가 사람들을 도와주기보다 방해가 되는, 경직된 명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간단한 체크리스트라도 수시로 검토해서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248쪽)

 

by 꽃다지, 2010.08.04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되풀이하는 질문이다. 물질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분명 경제적인 문제는 아니다. 명예와 인기에도 불구하고 자살과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해 못할 일이다. 오히려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한 경우가 많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일까.

 

자기계발 분야에서 뛰어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웨인 다이어는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라고 말한다. 부자가 되라는 주문이나 지식을 많이 쌓으라는 격려, 철저한 계획 속에 목표를 달성하라는 등의 이야기는 절대 없다. 그가 제시하는 행복의 원천은 아주 간단하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이기주의자가 되라는 것. 그는 <행복한 이기주의자>(21세기북스, 2006년)를 통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 것을 주문한다.

 

“있는 힘껏 살아라. 그렇게 살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살아갈 인생이 있는 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인생을 가졌거늘 도대체 무엇을 ‘더 가지려 하는가? …… 잃게 되어 있는 것은 잃는 법이다. 이 점을 명심하라. …… 아직 운이 좋아 인생을 더 살아갈 수 있다면 모든 순간이 기회다. …… 살아라!” (헨리 제임스의 <사계절> 인용, 37쪽)

 

이기주의자가 되라는 것은 자기 멋대로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사람을 밟고 넘어서서 자신만의 만족을 채우라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행복을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다. 이는 역설의 표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아닌 타인의 시선 혹은 관계로 인해 행복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라는 의미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을 인생의 중심에 놓고 살라는 역설인 것이다.

 

따라서 행복한 이기주의자는 ‘자신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현재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이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다. 웨인 다이어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10가지를 제시한다. 행복한 이기주의자는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자신에게 붙어 있는 꼬리표를 떼는 사람이다. 자책도 걱정도 없고, 미지의 세계를 즐긴다. 의무에 끌려다니지 않으며, 정의의 덫을 피하고, 결코 뒤로 미루지 않는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이 방법들은 모두 자신을 사랑하고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한 것이며, 종국에는 인생의 행복을 가져오는 해결책들이다. 다만, 10가지의 방법 중에 ‘정의의 덫을 피한다’ 만큼은 좀 더 생각할 여지를 두어야 할 것 같다. 정의의 덫을 피하는 일은 진짜로 이기적인 수단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자칫 자유와 평등에 대한 회피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행복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개인적으로 <행복한 이기주의자>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책이 제시하는 대부분의 글들에 공감이 가며 주체성 확립에 꼭 필요한 방법들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글을 읽지 않고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행여 행복에 의문이 간다면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도록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

 

by 꽃다지, 2010.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