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중요성이야 새삼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 고전들을 읽기가 쉽지 않기에 고전을 읽으려 해도 이내 난관에 부딪치고 만다.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가?'라는 아주 기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시작하여 '어떠한 고전들을 읽어야 하는가?', '어려운 고전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고전에 필적할만한 현대물은 없는가?' 등의 물음에 휩싸이게 된다. 그래서 열심히 읽어야 할 필수목록을 수집하고, 쉽게 풀어놓은 해설서 등을 물색한다. 이 정도까지 준비해서 그나마 고전읽기에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다면 그나마 성공한 편이다. 대게는 이 과정에서 방대한 분량에 질식하고, 어려운 글들에 난색을 표한다. 그만큼 고전읽기는 쉽지가 않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출간된 크리스토퍼 베하의 <하버드 인문학 서재>(2010년, 21세기북스)는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거나, 고전을 읽고는 싶으나 너무 어려워 접근하기가 어려웠던 독자들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절실한 독자들은 고전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졌던 이들이다. 이 책의 근간이 된 ‘하버드 클래식’은 하버드 총장으로 재직했던 찰스 엘리엇이 은퇴할 무렵(1909년)에 학문적으로 인정받은 고전들을 담아 묶은 인문학 고전 선집이다. 이 선집은 5피트 책꽂이(five-foot shelf)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저자인 크리스토퍼 베하는 애서가였던 외할머니 집에서 이 책을 발견한 후 할머니의 과거에 대해 우연히 엿듣게 되었고, 이 전집으로 지식과 교양을 쌓았던 할머니를 이해하기 위해 1년간 책을 읽고 그 기록을 여기에 담았다.

 

어려운 고전을 읽고 이해해야 했기 때문에 저자의 노력은 상당했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정작 저자는 그 어려움을 아주 쉽게 풀어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책을 읽다보면 한 권의 독서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실제로 그는 한 권 한 권을 분석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일상적으로 접근한다. 그렇기에 독서일기를 읽듯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고전과의 거리감이 상당히 좁아진다. 개인의 신변잡기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본인의 생각과 책의 줄거리, 평가 등이 뒤섞여 있어 지루함 없이 고전과 마주 대할 수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이 책의 기반이 된 하버드 클래식이 모든 고전을 다 포함하지도, 대표하는 것들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전이 낯설었던 이들에게는 하버드 클래식의 고전들이 매우 의미있게 다가오겠으나 지나치게 좇을 필요는 없다. 고전목록을 훑듯 가볍게 읽으며 고전과 가까워지고, 고전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정도만 눈여겨 봐둘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고전과의 징검다리 역할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혹시 주요 고전들을 사전에 충분히, 보다 자세히 알고 싶다면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2009년)을 함께 읽으면 좋다. 이 책은 데이비드 덴비라는 영화 평론가가 칼럼비아대학 학부생들을 위한 필수교양과목인 ‘현대문명’과 ‘인문학과 문학’ 강좌를 청강한 후 그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고전읽기는 쉬운 대상이 아니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쉽게 읽을 수 있는 고전들도 많기 때문이다. 고전에 대한 지나친 선입견을 버리고 천천히, 작은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하버드 인문학 서재>가 고전읽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by 꽃다지, 2010.10.19

 

 

 

 

어린 시절엔 누구나 많은 꿈을 꾼다. 그리고 20대에 들어서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꿈은 희미해져가고 일상에 매몰된다. 과연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고 사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막연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이었지만, 밤하늘의 달을 보며 빌었던 꿈을 향한 염원은 왜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는가? '오늘 하루 행복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엔 더 이상 새로울 것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도 없다. 꿈이 사라진 하루는 무의미한 시간의 연속일 뿐이다.

 

꿈. 꿈이란 우리에게 무엇일까? 마음을 설레게 하고, 순간 순간을 행복에 들뜨게 하는 자신만의 꿈. 자기계발 및 경력관리 전문가인 전미옥은 신간 <스무살 때보다 지금 더 꿈꿔라>(지훈, 2010)에서 마음 속 깊이 묻어둔 이 꿈을 다시 끄집어내어 인생의 에너지로 활용할 것을 주문한다. 20대에게 주문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설령 나이가 쉰살이 넘었어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가슴 뛰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충분히 스무살이라고 조언한다. 그러므로 나이에 상관없이 스무살처럼, 꿈꾸고 꿈꾸고 더 꿈꾸어야 하는 것이다.

 

흔히 나이가 어느 정도 되면 더 이상 꿈꿀 나이는 아니라고들 이야기 하곤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저자가 소개하는 여덟 명의 인물만 보아도 그렇다. 세계적인 작가가 된 조앤 K. 롤링은 해리포터 이야기를 쓸 당시 이혼녀에 싱글맘이었다. 생활보조금을 받으며 4개월 된 딸을 키우면서 쓴 글이 세계적인 소설이 되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광고 천재 이제석은 공부도 잘 못했으며 지방대를 나왔지만, 도전적으로 유학을 떠나 광고를 공부하여 3년간 신인이 받을 수 있는 세계적인 광고상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나이는 더 이상 중요하지가 않다. 하루를 설레는 마음으로 보낼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꿈이 있는 삶이다. 저자가 첫 장부터 '꿈이 있는 인생은 다르다'라고 설파하는 까닭이다. 꿈이 있다면 하루 하루가 남들과 같지 않다. 꿈은 기회를 만들어내고 가슴을 설레게하고 하루를 행복하게 한다. 그렇게 꿈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꿈은 먼 미래가 아닌 현재진행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준비해야 한다. 꿈만 있다고 해서 모두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닐 수 있다. 단지 꿈꾸지 않았기 때문에 이룰 수 없었던 것일 뿐이다.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자신에게 꿈을 꿀 수 있는 힘이 있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知의 편집'이란 말을 참 좋아한다. 이는 마츠오카 세이고가 즐겨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知의 편집공학>과 <지식의 편집>이란 책을 통해서 왜 지식을 편집해야 하는지를 설파하고 있다. 그는 '知의 편집' 과정을 일종의 놀이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知의 편집'은 왜 중요할까? 그것은 받아들인 지식을 더 풍부히 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많이 하거나 독서를 많이 해서 많은 양의 지식이나 정보를 받아들인다고 그 사람이 가장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지식은 극단의 독선과 아집으로 변질될 확률이 많다.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지식의 편집 과정은 사고(사유)의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받아들인 지식을 음미하고 사고하고, 다른 사람의 견해와 비교하며 자신의 관점을 정립해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독단과 독선이 들어설 자리가 많지 않다.

 

일본 지식계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다치바나 다카시 역시 ‘지의 편집’을 중히 여긴다.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다독을 자랑하는 그는 수집된 정보와 지식을 체계적으로 분리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덧붙여 책을 한 권 다시 펴내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그런 그가 일본의 대표 논개 사토 마사루와 함께 21세기의 知를 논한 <知의 정원>(2010, 예문)이 얼마 전 출간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책을 왜 읽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궁금해왔던 독자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의 정원>에 담긴 두 거장의 대화는 바로 ‘지의 편집’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것과 같다. 고전에서부터 시작하여 최근의 시사 상식까지 아우르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보면 방대한 지식과 사유의 세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면 또 다른 이는 그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답변을 곁들인다. 여기에는 책의 내용은 물론 자신의 경험, 그리고 사유의 결과가 함께 포함된다. 이미 한 번 편집된 그들의 지식은 다시 한 번 이 자리에서 편집의 과정을 거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두 거장이 추천하는 책들에 기가 질릴 수도 있지만,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책을 어떠한 관점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읽어야하는지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면 자신만의 知의 정원을 조금씩 가꾸어 갈 수 있지 않을까?

 

"교양이란, 지금 자신이 어떤 미지의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읽어낼 수 있는 힘" - <지의 정원> 中 사토 마사루

 

by 꽃다지, 201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