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었다. 지난 몇 해와 다르게 올해는 조용히 한해를 시작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은 연말부터 새해 목표를 세운다며 난리 법석을 떨었었다. 작심삼일의 부작용 탓일까. 수립한 목표들 가운데 지키지 못한 것들이 절반이 넘고, 이미 매해 계획했던 목표들도 있으니 예전 계획들을 다시 도전해보자는 안일함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음은 편하다. 형식적으로 목표를 세웠을 때보다 작은 목표지만 꼭 지키리라는 생각은 더욱 절실하다.

 

나폴레온 힐의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국일미디어, 2010년)은 이런 내 생각에 강한 힘을 실어 주었다. 역시 명불허전이란 생각이 든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을 읽으며 느꼈던 진한 감명이 다시 한 번 소리없이 물결쳐 왔다. 이미 출간된 지 70년도 더 지났건만 지금 어느 곳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다. 어설프게 자기계발서입네 하며 나오는 책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고전은 그래서 고전이 아니던가!

 

이 책에서 나폴레온 힐은 ‘인생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강박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저 물 흐르듯 읽다보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시간이 지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례를 보며 그가 제시하는 단계를 밟다 보면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명확히 알게 된다.

 

사실 너무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 책을 읽으며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만약 그런 생각을 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책을 잘못 읽은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성공하지 못하거나 꿈을 이루지 못하는 주된 원인들은 아주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 간단한 원리를 실행하지 못해 자기계발서를 찾고,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매해 수십, 수백 종이 발간되는 것이다.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에서 나폴레온 힐이 제시하는 내용은 아주 간략히 요약할 수 있다. 꿈을 이루겠다는 강한 신념과 자기암시로 소망을 품고, 습득한 지식과 상상력으로 계획을 세워 결단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져야 하며, 유익한 협력자를 찾고 자신 안에서 발휘 가능한 에너지를 계발해야 한다. 이 간단한 사실만 제대로 실행에 옮겨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흰두교의 옛 경전에는 “인간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문구가 씌어있다고 한다. 강렬한 소망이 필요하다. 자신의 인생을 원하는 대로 가꾸어 갈 수 있다는 믿음. 2011년의 계획은 거창한 목표보다도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찾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듯하다. 간절히 원하고 실천해 나갈 때 소망한 목표들을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중대한 임무는 멀리 있는 희미한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고, 뚜렷하게 자신 가까이에 있는 것을 몸소 실행하는 데 있다.” (332쪽)

 

by 꽃다지, 2011년 1월 14일

한 사람의 깊이를 가늠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이냐? 가까이 있을 땐 더더욱 알 수가 없으니 멀찍이 떨어지고 난 후라야, 더 이상 그를 대면할 수 없을 때라야 그 사실을 알게 되다니…. 소중한 그 가치를! '원래 그렇게 잘 하는 분이니까, 박식하고 글 잘 쓰는 분이니 역시 좋네'라는 평은 이미 있어 왔지만, 문장에 베인 그 땀방울은 헤아리지 못했었다. 그러다 이번에 그의 마지막 유작을 읽으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 모든 것이 그의 머리가 아닌 몸에서 나온 것임을.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 5>(웅진지식하우스, 2010년)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의 손을 빌린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를 통해 다섯 권의 책을 볼 수 있었음을 감사하자. 그 어렵고 방대한 그리스로마 신화의 물줄기를 하나하나 헤쳐갈 수 있었음에 기뻐하자. 이번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이야기꾼이기 이전에 지독한 노력가였다. 본인이 이미 썼던 책이건만 눈앞에서 마주친 고대의 신비 앞에서 그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필기도구와 카메라를 챙겨들고 그리스의 유적들을 다시 찾아 나섰다. 그렇게 해서 하나 하나 다시 쓰인 책이 바로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다.

 

5권은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을 주제로 한다. 이올코스의 왕자인 이아손은 빼앗긴 왕위를 되찾기 위해 펠리아스 왕을 찾아갔다가 금양모피를 되찾아오면 왕위를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듣는다. 이에 이아손은 원정대를 꾸려 콜키스 땅으로 향한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콜키스 땅으로 가서 금양모피를 찾아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요즘으로 치면 북한의 평양에 가서 물건을 찾아오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일인 듯싶다. 어쨌든 이아손은 급하게 원정대를 꾸린다. 그런데 그가 모노산달로스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신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었을까. 전국의 날고 긴다는 영웅들이 다 몰려든다. 대표적인 영웅이 천하장사 헤라클레스. 오르페우스 또한 잘 아는 유명인사다.

 

이 영웅들의 면면을 소개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이미 앞선 책에서 소개된 내용들이 있건만 작가는 양해를 구한다. 시리즈로 엮이긴 했으나 이 한 권의 완성도 또한 중요하기에 내용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 언급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이다. 원정은 역시나 쉽지 않다. 렘노스 섬의 여인들이 유혹하고, 퀴지코스 섬으로 다시 돌아가 원정을 도왔던 퀴지코스 왕국의 기병들을 몰살 시키는 비극을 낳는다. 뮈시아에서는 휠라스와 헤라클레스를 잃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결국 이아손은 금양모피를 손에 넣는다. 어차피 쉽게 얻을 것이었으면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았을 터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위기를 겪었던 이아손은 몇 번의 죽을 고비 끝에 결국 이올코스의 왕위를 되찾는다.

 

아마도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쉼플레가데스와 아이에테스왕과의 대결이었을 터. 늘 그렇듯 영웅에게는 위기의 순간을 벗어날 열쇠가 미리 던져진다. 아무도 건너지 못했던 쉼플레가데스를 무사히 건넌 것과 아이에테스왕과의 대결에서 죽을 운명이었지만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위기의 순간을 멋지게 극복하고 금양모피를 손에 넣게 되는 순간들은 그의 이야기를 하나의 신화로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답을 구하기도 전에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주제를 택한 결정적인 이유를 들을 수 있다.

“나는 내 연하의 독자들을 향하여, 특히 좌절을 자주 경험하는 독자들을 위하여 활을 겨누듯이 겨냥하고 쓴다. 먼 길을 가자면 높은 산도 넘고 깊은 물도 건너야 한다. 먼 바다를 항해하자면 풍랑도 만나고 암초도 만난다. 이 장애물들이 바로 개인의 흑해, 개인의 쉼플레가데스다.”(31쪽)

작가의 말처럼 인생이란 멀리 떠나는 모험과 같다. 각자가 원하는 금양모피를 찾아 가는 길에는 고속도로처럼 곧게 뻗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산도 있고, 낭떠러지도 있고, 구불구불한 길도 있다. 어려움과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좌절할 것이 아니라 도전하다보면 이아손에게 나타난 것처럼 헤라신을 만날 수도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반드시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신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이다.

 

by 꽃다지, 2011.01.10

 

뉴스 보기가 점점 더 두려워지는 세상이다. 웬만한 사건사고는 뉴스에 끼지도 못한다. 무엇이 삶을 이리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일까? 출퇴근하는 지하철조차 마음 편히 타지 못하는 때가 많다. 인터넷 동영상으로 유포되는 지하철 사건사고는 사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사소한 접촉도 이내 시빗거리가 된다. 그러한 풍경을 볼 때마다 마음은 이내 씁쓸해진다. 어디 조용한 산 속에라도 들어가 사는 게 제일 편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꾸물꾸물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을 또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볼 일도 아닌 것 같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따뜻한 일화들도 참 많지 않은가. 단지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뿐. 그런 의미에서 <TV동화 행복한 세상 9>(샘터, 2010년)는 가슴을 훈훈하게 하는 아주 정감어린 책이다. 사상 최고라는 강추위도 녹일 만큼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고 느낄 수 있는 작은 감동들이 모여 커다란 희망의 물줄기를 만들어낸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은 익히 알고 있듯 TV동화로 소개된 내용들을 다시 책으로 엮어 펴낸 것이다. 벌써 8권의 책이 나왔고, 이제 9권째다. TV로도 몇 번 봐왔지만, 책으로 만나는 감동은 사뭇 다르다. 아마도 먼 상상 속의 이야기들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소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리라. 가끔씩 소개되는 위인들의 이야기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이야기는 오늘 혹은 어제 있었던 내 주변의 일상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 혹은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동화 속에서 느껴지는 감동도 감동이지만, 독자들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며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청소부가 되고 싶다는 아이의 꿈을 들으며 칭찬의 힘을 생각하고(아들은 청소부), 마늘장아찌 때문에 입원한 어머니로 인해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 된다(엄마와 마늘장아찌). 결혼 후 처음 맞는 아내의 생일날, 아내를 여행 보내고 장모님과 하루를 함께 한 사위의 감동적인 이야기 속에서 남편으로서 자식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하게도 된다(인생 최고의 선물).

 

가벼운 마음으로 술술 읽히지만 여운은 참 오래 남는 책이다. 인생의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진리 또한 다시 깨닫게 된다.

 

by 꽃다지, 2011년 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