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은 울보다. 조금만 자기 뜻을 제지당하면 바로 울음을 터뜨린다. 처음엔 성격이 원래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 탓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너 살 무렵부터 너무 행동에 제한을 가하지 않았나 싶었던 것이다. 워낙 활동량이 많은 아이라 사고를 곧잘 쳤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이라도 이상행동을 보이면 제지를 시켰다. 심하게 말을 안 들을 경우에는 회초리로 위협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누가 행동을 제지하면 눈물을 글썽인다. 아마도 자신의 잘못을 피해가거나 자신의 뜻을 이루려고 할 때 울음으로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요즘엔 가급적 감정코칭을 많이 하려 노력한다. 무조건 윽박지르기보다는 공감의 말을 먼저 건네고 조용히 타이르려는 것이다.

 

<생각하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국일미디어, 2011년)를 읽다보니 아무래도 아이보다는 부모의 문제가 더 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 아침만 해도 큰아이는 밥을 차려 먹겠다고 전기밥솥에서 밥을 퍼 자신과 동생의 밥그릇에 담았다. 기특했다. 만약 밥을 담다가 흘릴 것을 염려하고, 전기밥솥에 손을 데일 것을 먼저 걱정하여 하지 말라는 말부터 꺼냈다면 아이는 분명 실망했을 것이다. 간발의 차이로 생각을 바꾸어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더니 약간의 밥을 흘리긴 했지만 잘 퍼 담아 상 위에 올려놓고 동생과 맛나게 먹었다. 요즘엔 부쩍 이러한 일들이 많아졌다. 여섯 살이 되더니 본인 스스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 모양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생각이 많은 아이들을 기다릴 수 있어야 아이가 자존감을 가지고 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홍수현은 세상의 모든 아이는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힘, 즉 ‘스스로 생각 발전소’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확신한다. 따라서 아이들이 생각 발전소를 무한히 가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믿는다. 한글을 빨리 배우거나 책을 기계처럼 많이 읽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방법은 아이의 사고를 경직시키고 생각하는 것을 제한한다. 책을 읽을 때에도 함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쓰는 것보다도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을 먼저 연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림책을 추천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저자는 두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각 교습소’를 열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교육방식은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의 교육방법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마인드맵’ 그리기이다. 마인드맵은 회사에서 브렌인스토밍을 할 때 가끔씩 사용하는 방식인데 아이들에게도 아주 훌륭하게 적용되고 있었다. 이는 한 가지 사실에 대해 주입식으로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문어발처럼 확장시키는 방식이다. 아이들은 마인드맵을 확장시키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공부하며 스스로의 마인드맵을 만들어간다. 처음엔 이러한 방식의 학습이 힘들겠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아주 훌륭한 교육방법이 될 수 있다. 마인드맵을 만들며 상상을 풍부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료조사를 통해 진위를 파악할 수 있고, 상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보다는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다. 쉽지는 않겠지만 남들처럼 선행학습을 시키거나 학원에 보내는 일은 자제하련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빠로서 준비해야 할 일도 많을 것이다. 생각하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 준비하는 아빠가 된다면 아주 좋으리라 생각한다.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짠하다. 엄마 살아계실 때 나는 엄마를 위해 무얼 했던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용돈 받아 써 가며 투정이나 부리고 밤새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나 마셨지 엄마도 꿈이 있는 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엄마도 여자였다는 사실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가. 병실에 누워 암과 사투를 벌일 때도 자식 힘들까봐 코를 골며 잠에 빠진 아들을 깨우지 않고 혼자 힘겹게 화장실에 다녀오신 사실을 알았을 땐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살아야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걸까.

 

신현림의 에세이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흐름출판, 2011년)을 처음 보았을 때 무조건 읽어보고 싶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죄책감이 밀려 왔다. ‘지금이라면 더 잘해 드릴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정말?’이란 의문부호도 함께 따라왔다. 아쉬움은 물밀듯이 밀려온다. 아들, 딸 모두 시집 장가보내고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는데, 손자 손녀의 재롱을 보며 기뻐할 일만 남았는데 인생은 그럴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신현림의 경우도 나와 비슷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3년여의 시간들. 못다 표현한 엄마에 대한 사랑의 마음….

 

엄마를 잃고 나서 깨달은 엄마에 대한 사랑법은 이제 세상의 모든 아들, 딸들을 향해 있다. 엄마에게도 꿈이 있고, 희망이 있음을, 엄마도 여자이고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엄마에 대한 사랑은 그렇다고 아주 거창하지 않다. 일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작은 배려와 관심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함께 있어주고 이야기 나누는 것, 단둘이 여행을 하거나 맛난 음식을 함께 먹거나 영화 한 편 같이 볼 수 있는 시간은 대단한 계획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엄마도 똑같이 느낀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신현림이 제안하는 사랑법 외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엄마에게 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시간은 절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평균 수명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죽음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으며, 늙고 아픈 몸으로 무언가를 하기에 벅찰 수도 있다. 엄마 살아계실 때, 조금이라도 더 젊고 건강하실 때 친구처럼 엄마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사랑이 어디 있을까. 가정의 달이라 하여, 어버이 날이라 하여 의례적으로 건네는 인사나 봉투 말고 진실한 마음을 담아 엄마에게 혹은 아빠에게 사랑을 전하면 어떨까. 사랑하라. 사랑할 수 있는 한!

 

by 꽃다지, 2011.05.13

 

사람들은 많은 것을 꿈꾸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하지만 현실 앞에서 쉽게 좌절한다. 꿈을 이루기위한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무엇 때문에 하지 못했다고 핑계를 대기 일쑤다. 나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책을 꾸준하게 읽겠다는 목표만큼은 고수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요즘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왜 꿈은 이루기 어려운 것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이 시간이 없어서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시간이 없는 이유도 참 다양하다. 그러나 정말 시간이 없는 걸까?

 

신인철의 <토요일 4시간>(리더스북, 2011년)은 대다수의 이런 대답에 일침을 놓는다. ‘시간이 없다고? 그럼 일주일에 4시간만 투자해봅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나도 얼핏 공감하는 바가 있었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했던 경험 때문이다. 예전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정기 구독한 적이 있었는데, 사진 보는 것 외에는 글을 읽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화장실에 꽂아 두는 것이었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잡지를 펼쳐들었고 한 달 동안 잡지를 완독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었다. 그러나 꾸준히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결과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신인철이 주장하는 바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겐 한 달 이었던 시간을 1년, 2년으로 확장했다. 토요일마다 4시간씩 투자를 하면 1년이면 대략 200시간(50주로 예상했을 경우)이나 된다. 4시간만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200시간 정도면 무얼 해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그럼 방법적으로 어떻게 매주 4시간을 확보할 것인가. 실천을 위해서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주위 환경과 생활 습관을 바꾸지 못하면 1,2주 시도하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평소 토요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 다음에는 빈둥대는 시간을 삭제하는 것이다. 시간을 삭제한 후에는 다시 어떤 일들을 할 것인지 통합하고 재배치한다. 마지막으로 멋진 이름을 붙여 애정을 갖고 실천해나가면 된다. 토요일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금요일 밤을 잘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무한도전으로 시작해서 무한도전으로 끝나는 휴일(토요일 점심 때 무한도전 재방송할 때쯤 깨어나 빈둥대다 일요일 저녁 무한도전을 보며 휴일을 다 소비한다는 내용)이란 저자의 따끔한 지적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 것이다. 주말을 앞두고 무리한 음주라든지 무절제한 시간 보내기 따위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토요일 4시간 활용법을 읽다보면 내면에 깊숙이 감춰졌던 꿈들이 다시 되살아남을 느낄 것이다. 70대의 나이에 초보 스키어로 나선 할아버지의 말도 여운을 남긴다. 그동안 꿈은 너무 멀리 있기 때문이 아니라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못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목표를 세우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일뿐이다.

 

“첫째, 꿈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인정했지요. 현실에 얽매인 눈으로 꿈을 이루려고 하면 시간 아깝고 돈 아까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둘째, 일단 저질렀어요. 아무리 사소한 꿈도 하루 이틀 미루다 보면 ‘세월의 이자’가 붙어서 나중엔 정말 이루기에 까마득한 거대한 꿈이 되어버립니다. 마지막으로 이게 가장 중요한데, 꿈을 많이 꾸는 겁니다. 영웅이나 바보나 꿈을 이루는 비율은 100분의 1도 안 된다고 해요. 다만 바보는 평생에 채 100번도 꿈을 꾸지 않기에 단 하나의 꿈도 이루지 못하지만, 영웅들은 늘 수천, 수만 번의 꿈을 꾸기에 보통 사람이 상상도 못 할 업적들을 현실에서 이뤄내는 겁니다.” (185쪽)

 

by 꽃다지, 201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