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 전기세를 비롯한 공공요금이 오를 것이라고 한다. 원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가격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각종 물가는 좀처럼 내려갈 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인건비든 물가든 세금이든 조금씩 올라갈 수도 있는 문제지만, 직장인들은 아주 열이 받는다.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걷어 들이는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등은 각종 이유를 들어 대폭 감축하면서 직장인의 월급이나 간접세를 올려 세금을 떼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금은 또 어떻게 쓰이는가. 아이들의 급식비는 못 주겠다고 생난리를 치며, 수십조 원의 돈을 4대강 사업에 흘려버리고 있다. 엄한 사람들에게서 잔뜩 뜯어낸 세금이 엄한 곳에 엉뚱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은 수년 전부터 이를 글로 옮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한 사람이 평생 5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내는데, 정부가 세금을 걷고 사용해온 행태가 아주 가관이었기 때문이다. <프리라이더(대한민국 세금의 비밀 편>(더팩트, 2010년)는 정부가 얼마나 불공평하게 세금을 호주머니에서 거둬 가는지, 또 그렇게 거둔 돈을 얼마나 멋대로 쓰는지, 그 비밀을 누설한다. 그리고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제대로 내지도 않으면서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신들 좋은 일에만 흥청망청 써대는 특권층 무임 승차자들의 정체와행태를 고발한다.
저자는 우선 세금이 어떻게 걷히는가를 살펴본다. 세금을 내는 일등공신은 역시나 직장인이다. 월급을 받자마자 10% 정도를 떼인다. 휘발유며 담배, 술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구입할 때 또 세금을 낸다. 그렇다면 부자들도 똑같은 비율로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있을 것이 아닌가? 이게 바로 상식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저자가 지적하는 바는 생산경제와 자산경제에 부과하는 세금의 불균형이다. 국세 가운데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의 양도와 보유에 관련된 세금이 자산경제에 부과하는 세금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 세금의 총합은 21.7조원으로 전체 국세 수입의 13.4%밖에 되지 않는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당연히 붙어 있어야 할 세금이 누락되어왔던 것이다. 종부세만 하더라도 노무현 정부 때 기준을 정해 간신히 만들어 놓았더니 이명박 정부에서 모두 무력화시켜버렸다. 실질적으로 부자들의 세금을 모두 탕감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더군다나 재벌은 어떠한가. 자산증가나 상속 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각종 편법을 사용해 소득을 탈루하고 탈세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감시하고 적발하여 세금을 더 걷어내는 건 고사하고 각종 감세정책을 통해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주는 정책을 남발한다.
반면 세금은 어떻게 쓰이는가. 직장인들에게 많이 걷었으니 국민 대다수를 위해 옳게 쓰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각종 개발사업이다. 중앙 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 위해 개발사업을 마구잡이로 남발한다. 그리하여 귀신공항이 생기는가 하면, 텅 빈 도로가 가설되고, 유지비가 더 드는 종합운동장이 건설된다. 토건국가 재건을 목표로 하는 이명박 정부는 아주 노골적으로 4대강 정비를 구실로 재벌 건설사들에게 세금을 퍼주고 있다. 이처럼 토목건설사업에 국가 재정이 과다하게 배분되면 그만큼 다른 곳에는 자원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보건복지 예산이다. 현재 보건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27% 정도를 차지하며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상당 부분이 주택건설사업에 쓰이는 돈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을 알아갈수록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대다수의 지갑에서는 토닥토닥 세금을 잘도 빼 가면서 부유한 사람들의 세금을 줄여주기 위해 안달이 나 있으니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심지어 올 초에는 연말정산에서 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하겠다고 슬쩍 떠보기까지 했으니 아마도 직장인들한테서 세금을 더 걷을 방법을 치밀하게 연구했을 것이다. 지금 어느 곳에서 내 세금이 빠져나갈지도 모른다. 휘발유 가격도 정유사 탓으로만 돌리고 유례없이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 모두가 4대강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저자의 말처럼 직장인이 나서서 납세혁명이라도 펼쳐야 할 판이다.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세금이 보다 평등하게 걷히도록, 보다 올바로 쓰이도록 감시해야 하지 않겠는가.
** 좋은 글귀
“이 책은 집단적인 조세 저항 운동을 선동하려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세금이 걷히고 쓰이는 내밀한 비밀을 앎으로써 납세자로서, ‘제2소득’의 주인으로서 우리가 좀 더 공평하게 세금을 내고, 그렇게 낸 세금이 우리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집단적 노력을 기울이자고 당부하는 책입니다.”
“억압 받는 자들에게 약간의 위안이라도 주기 위해, 내가 직접 본 그대로의 진실을 쓰기 위해, 나 자신의 무능력에 의한 한계를 빼놓고는 그 밖의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의 충동을 빼놓고는 그 어떤 주인도 따르지 않을 자유를 누리기 위해, 진정한 언론인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나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이 밖에 바랄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 _ I. F. Stone
by 꽃다지, 2011.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