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나무에 대한 추억이 그다지 많지 않다.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하여 몇 달씩 머물곤 했던 외가에서의 추억이 그나마 유일하다고나 할까. 외가의 뒤편에는 야트막한 동산이 하나 있었고, 그 언덕배기에는 늘씬하게 뻗은 소나무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곳은 언제나 나를 포함하여 동네 꼬마들의 아지트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무들한테는 많이 미안한 일이었지만, 우리는 늘 나무를 타고 놀았다. 그리고 나무에 염소를 매어 놓고 풀을 먹였으며,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하루가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만약 나무인간이 있었다면 우리는 밤마다 꿈 속에서 나무인간에게 혼이 나거나 나무인간이 우리를 타고 노는 악몽에 시달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착한 나무인간을 만나 함께 모험을 떠났을 수도 있었겠지.
<나무인간>을 읽다보니 어린 시절의 추억과 이런 흐뭇한 상상이 떠올랐다. 나무가 말을 한다. 그리고 걸어 다니며 인간처럼 행동한다. … 사실 그동안 보아온 동화 속에서도 나무인간의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무인간들은 사람처럼 말을 하고 손을 움직이기는 하였으나 걷는 모습을 자주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니면 피노키오처럼 나무를 깎아 생명을 불어넣었더니 사람처럼 걸어 다니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정도가 존재했을까. 그런데 이렇게 땅에 고정되어 있던, 내 머릿속에 고정되어 있는 나무인간이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말을 하고, 사람처럼 음식을 먹고, 손과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악기도 다룰 줄 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나서며 의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난 사실 나무인간이 친구인 랍비 엘리아우, 진흙 거인 골렘과 함께 떡갈나무를 공격하는 알리트바라이 왕과 맞서 싸워 떡갈나무를 지켜내는 과정을 그리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책을 읽는 와중에도 섣부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정형화된 이야기 구조를 벗어난다. 나무인간이 무얼 한번 해보려고 하면 일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거나, 사건의 실마리는 풀린다. 그만큼 작가의 노력과 상상력이 많이 가미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이 책은 나무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흘러간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글의 전개에서 보여지는 모습 그자체가 자연의 법칙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인위적으로 무리하게 주인공을 개입시켜 사건을 전개시키기보다는 때론 문제의 해결을 주도하지만, 때론 주인공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상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자연의 법칙을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닌지.
더군다나 이 책은 아틀라스 떡갈나무로 대변되는 ‘자연’과 북극성에 사는 종족 알리트바라이들을 ‘문명’으로 대비시켜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자연의 중심인 아틀라스 떡갈나무를 무너뜨리려 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려 한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자신들의 제국보다 더 높이 솟아 있다는 이유로 아틀라스 떡갈나무를 쓰려뜨리려 하는 알리트바라이들은 결국 자연의 무너짐과 함께 멸망하고, 죽은 나무의 아래는 깊이를 잴 수 없을 만큼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나무인간을 둘러싼 세상의 변화와 모험담을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나 또한 많은 해석을 하지 않으련다. 숲 속에 나무인간이 살았고, 그의 친구들이 있었으며 떡갈나무를 지키기 위해 북극성에 찾아갔다가 잠시 감옥에 있는 사이 알리트바라이들은 멸망하고 떡갈나무에서 튀어나온 털보들의 극악무도한 폭력과 곰팡이가 득실거리는 세계만 남았을 뿐이라는 사실만을 기억하리라.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나무에 대한 추억이 그다지 많지 않다.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하여 몇 달씩 머물곤 했던 외가에서의 추억이 그나마 유일하다고나 할까. 외가의 뒤편에는 야트막한 동산이 하나 있었고, 그 언덕배기에는 늘씬하게 뻗은 소나무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곳은 언제나 나를 포함하여 동네 꼬마들의 아지트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무들한테는 많이 미안한 일이었지만, 우리는 늘 나무를 타고 놀았다. 그리고 나무에 염소를 매어 놓고 풀을 먹였으며,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하루가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만약 나무인간이 있었다면 우리는 밤마다 꿈 속에서 나무인간에게 혼이 나거나 나무인간이 우리를 타고 노는 악몽에 시달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착한 나무인간을 만나 함께 모험을 떠났을 수도 있었겠지.
<나무인간>을 읽다보니 어린 시절의 추억과 이런 흐뭇한 상상이 떠올랐다. 나무가 말을 한다. 그리고 걸어 다니며 인간처럼 행동한다. … 사실 그동안 보아온 동화 속에서도 나무인간의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무인간들은 사람처럼 말을 하고 손을 움직이기는 하였으나 걷는 모습을 자주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니면 피노키오처럼 나무를 깎아 생명을 불어넣었더니 사람처럼 걸어 다니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정도가 존재했을까. 그런데 이렇게 땅에 고정되어 있던, 내 머릿속에 고정되어 있는 나무인간이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말을 하고, 사람처럼 음식을 먹고, 손과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악기도 다룰 줄 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나서며 의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난 사실 나무인간이 친구인 랍비 엘리아우, 진흙 거인 골렘과 함께 떡갈나무를 공격하는 알리트바라이 왕과 맞서 싸워 떡갈나무를 지켜내는 과정을 그리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책을 읽는 와중에도 섣부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정형화된 이야기 구조를 벗어난다. 나무인간이 무얼 한번 해보려고 하면 일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거나, 사건의 실마리는 풀린다. 그만큼 작가의 노력과 상상력이 많이 가미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이 책은 나무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흘러간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글의 전개에서 보여지는 모습 그자체가 자연의 법칙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인위적으로 무리하게 주인공을 개입시켜 사건을 전개시키기보다는 때론 문제의 해결을 주도하지만, 때론 주인공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상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자연의 법칙을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닌지.
더군다나 이 책은 아틀라스 떡갈나무로 대변되는 ‘자연’과 북극성에 사는 종족 알리트바라이들을 ‘문명’으로 대비시켜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자연의 중심인 아틀라스 떡갈나무를 무너뜨리려 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려 한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자신들의 제국보다 더 높이 솟아 있다는 이유로 아틀라스 떡갈나무를 쓰려뜨리려 하는 알리트바라이들은 결국 자연의 무너짐과 함께 멸망하고, 죽은 나무의 아래는 깊이를 잴 수 없을 만큼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나무인간을 둘러싼 세상의 변화와 모험담을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나 또한 많은 해석을 하지 않으련다. 숲 속에 나무인간이 살았고, 그의 친구들이 있었으며 떡갈나무를 지키기 위해 북극성에 찾아갔다가 잠시 감옥에 있는 사이 알리트바라이들은 멸망하고 떡갈나무에서 튀어나온 털보들의 극악무도한 폭력과 곰팡이가 득실거리는 세계만 남았을 뿐이라는 사실만을 기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