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태 장편 중력>

 

 

 

만약 누군가 당신의 꿈을 위해서 당신이 가지고 있는 안락함을 버려야 한다면 당신은 꿈을 선택할 수 있는가? 이러한 고민은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하다. 자신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서 다른 일을 택해야 하고 그래서 경제적 안정을 누리는 이들 중에 자신이 원하던 꿈을 취미삼아 하는 이들이 잘 사는 이들로 꼽히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생업이 되기 힘든 현실에서 이도저도 떠나서 그저 꿈꾸는 일을 하겠냐고 한다면 그걸 선택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그러나 일생 일대 절호의 기회라면 모든 것은 던지고 불확실한 결과에 매달려 보는 것도 후회없는 삶이 될 수 있다.

 

권기태 장편소설 <중력>은 제목만으로는 나의 관심을 끌지는 않았었다. 순전히 어린 시절 좋아했던 강석경 작가의 추천사 때문이다. 우주인이 되기 위한 사람들의 경쟁? 이것은 이미 있었던 2006년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이미 있었던 일을 비슷하게 엮어내면 흥미롭지 않을텐데 작가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선발과정을 그리고 이는 이 책은 2006년의 실제 있었던 일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있다. 선발과정에서 여러사람이 서로 경쟁하면서 최초의 우주인이 되기 위한 과정, 그리고 어쨌든 그 중의 한 명이 선발되고 나머지는 아무리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도 탈락자가 되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소설 역시 다르지 않다. 공동의 관심사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힘든 부분을 잘 알기에 이해할 법도 하지만 그 전에 서로 경쟁자가 되어 경계를 한다. 원래 우주과학이나 연관 분야가 아닌 평범한 샐러리맨이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고 꿈을 쫓아 이 경쟁구도 속에 뛰어든다면 어떨까?

 

소설을 읽으면서 우주인이 되기 위해 이들이 연습과정에서 지구의 중력과 싸워나가는 모습이 그려지지만 이것은 어쩌면 표면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일상과는 동떨어져있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안정적인 일상의 중력에서 벗어나려는 치열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이 벗어나려는 것이 지구의 중력인지 아니면 삶의 중력인지 그것은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일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노력하고 아무리 큰 꿈을 가져도 결국 경쟁에서 지면 1등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지는 더러운 세상의 현실도 다시금 보게된다.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알게 된 나오키상, 작년에 읽었던 나오키상 수상작에 대한 좋은 기억때문에 159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시마모토 리오의 작품도 기대가 되었다. 나오키상은 일본의 대중문학 발전을 지원하고 신인작가 발굴을 위해 제정된 상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이 갖는 신선함이나 구성과 사고의 탁월함이 돋보이기에 수상작에 자연스럽게 기대가 가는 것 같다.

 

처음 접하는 시마모토 리오, 이미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고 나오키상의 후보로도 여러번 올라 일본 문단에서 탁월한 작가로 기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사실 제목만 봐서는 사랑 이야기기 아닌가 하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소설을 읽어보면 예기치 못한 전개에 손을 놓을 수 없다.

 

화가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엄마 사이에게 태어난 미모의 여대생이자 아나운서 지망생이 어느 날 아버지를 죽인 살해범으로 검거되었다.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된다면 모든 사람들이 도대체 왜??라고 의문부호를 던질 것이다. 외관적으로 풍족하고 부유하게 살았을 법한 미모의 여대생은 그것도 아버지를 살해했다. 이런 특별한 이야기를 책으로 옮기자는 제안을 받고 임상심리학자 유키가 그녀를 만나게 된다. 유키가 살해자인 여대생 칸나를 만나서 그녀의 이야기를 하나씩 알아가는 듯하지만 소설에서는 칸나를 통해 또 하나의 여성인 유키의 이야기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예상치 못한 사건의 결말도 흥미롭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개방식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간혹 자극적인 소재로 독자의 관심을 끄는데 급급하는 소설이 있다면 이 소설은 구성적인 면에서 특히 독자를 훨씬 매료시킬만한 소설이다.

 

과연 칸나는 왜 그녀의 아버지를 살해할 수 밖에 없었을까? 그녀의 감춰진 성장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가정사와 숨겨진 비밀, 그리고 칸나의 이야를 통해 결국은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치유해야 함을 느끼게 되는 유키까지 두 여인의 삶에 대해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어지는 마음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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