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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의 심장, 영혼, 육신으로 뚫고 들어와서 꺼질 줄 모르고 영원히 불타오르는 정열에
우리 삶의 의미가 있다고 자네도 생각하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라도? 그것을 경험했다면,
우리는 헛산 것이 아니겠지?".....................P.285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하지만 친구의 말과는 다르게 진도가 안나간다.........ㅡㅡ;
몇 번을 처음부터 읽기를 거듭하고서야 책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이 낯선 이방인 작가와 그의 모국에 대한 생소함 때문에 망설이고,
다음에는 그 어체가 맘에 안들어 망설이고, 그러다가 내가 처음부터 다시.다시.다시......
읽어야 하는 그것이 맘에 들지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이야기는 하룻밤을 다루지만 하루밤 사이에 들려주는 장군의 생의 이야기가
지루할 세 없이 나를 훑고 지나갔다.
장군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었다.
부와 명예를 다 가진 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모든것을 누리며 사는 사람이었으니.......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에게 숨겨진 슬픔을 조각들을 발견하게 된다.
태어나면서 그는 유모에게 맞겨진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되었지만 아이를 읽은 불쌍한 사람 니니가 바로 그의 유모가 되어
평생 그의 곁을 지킨다.
니니는 정성껏 그를 기르지만 그의 가슴에는 어머니에게서 받지못한 그 무엇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었는지 무언가에 정을 쏟지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어린시절 어머니와 떠난 어머니의 모국에서조차 그는 죽을 듯 아프다.
그것은 자신이 쏟는 열정의 상대인 니니를 두고온 데서 오는 병인듯하다.
결국 니니가 그의 곁에 오고서야 병이 낫는다.
사관학교에 입학해서도 그는 아프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의 열정을 쏟을 친구를 찾아내고서야
병을 이긴다. 마음이 비어있음으로해서 오는 병................
그렇게 그곳에서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는 장군과 콘라드, 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비극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장군과 그의 아내 크리스티나, 그리고 그의 믿음을 가졌던 친구 콘라드.
이 세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와 감춰진 진실.
마지막에 모든것을 체념한 듯한 장군과 모든것을 알아버린 듯한 장군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장군의 입장이었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아니 난 사실 장군의 입장이었다면 그처럼 냉철한? 냉담한? 태도를 취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의 마음속에 들끓었을 그 많은 감정들을 어떻게 그 긴 시간동안 아무일 없는 듯 견뎌올 수 있었는지
정말 놀라울 뿐이다.
사람은 서서히 늙어가네. 처음에는 인생과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기쁨이 늙어가지.
이보게, 정말로 차츰 그렇게 되다네. 모든 것의 의미를 알게 되지. 세상만사 답답할 정도로
지루하게 되풀이되거든. 그것도 나이와 관계있겠지. 유리잔은 그저 유리잔이라는 것을 아네.
그리고 인간, 이 가련한 존재도 무엇을 하든지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인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알지.
그리고 나서 육신이 늙어가네. 단번에 늙지는 않아. 그게 아니라, 처음에는 눈이나 다리, 심장이 늙네.
단계적으로 늙어간다네. 그리고는 별안간 영혼이 늙기 시작하지. 육신은 늙었을지 몰라도, 영혼은
동경과 추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세. 영혼은 여전히 동경하고, 기뻐하고, 또 기쁨을
희구하지...................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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