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우치 총독 조선의 꽃이 되다>
일그러진 근대역사의 흔적을 뒤지다
서울시내 어느 사찰에는 장명등이 일본의 카스가 등롱을 닮았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고 일제시대 한국석공이 일본절의 석등을 만들다가 그 기술이 전수됐음인지 곡선으로 처마가 돌아올라간 모습이 전통 석등의 모양이 아니라고 한다. 필자는 3년전에 장충단공원(이미 남산공원으로 개칭됨)엘 가서 기념비석의 처마를 보았는데 곡선으로 되어 있어 어딘가 모르게 이질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문화재전문가가 한번 쯤 고증을 해주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다.
1970년 독립문은 육교공사를 피할 수 있었지만 1979년 금화터널 고가도로 공사시 본래위치에서 70미터 서북쪽으로 물러 앉게 된다. 즉 “자동차는 사람보다 힘이 세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독립문 편액은 이완용이 썼다고 한다.
일제시대부터 있었던 제야의 타종식은 지금도 이어진다. ‘흥아의 종소리’로 변질되었다고 보고 있다. 본래 우리의 전통이 아니라는 것이다.
총독부 관저가 왜성대에 있던 시절 경주의 유덕사 석불이 그 자리에 이전되었다가 해방후 총독관저가 경무대가 되고 청와대가 되고 세월이 흐르면서도 박물관으로 가지 못하고 신 청와대가 신축되면서 원래 자리에서 100미터쯤 올라가 현재의 위치에 이전되었다고 한다.
1956년 남산중턱에 세워졌던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은 높이가 자그만치 25미터였다고 한다.
광화문 해태상(해치)은 일제시대 조선부업품공진회가 열리면서 철거되어 보관되었다.
1929년 총독부건물이 완성되면서 6년만에 제모습을 찾게 된다. 1968년 콘크리트광화문이 준공되며 지금의 자리에 해태상이 들어서게 된다. 국회의사당에도 해태제과에서 만들어 기증한 해태상이 있다.
1946년 미군공병대의 기중기가 오랫동안 땅바닥에 내려져 있던 원각사탑의 상층부 3개층을 들어 올려 제모습을 갖추게 된다. 1994년 다시 철재보호막이 덧씌워진다.
서울성벽은 1907년부터 훼철되고 서소문과 서대문이 사라진다.
서울 지하철2호선 을지로 입구역에서 내려 명동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한국외환은행 본점이 있는데 이곳은 나석주의사가 폭탄을 던지고 총격을 가했던 ‘조선식산은행과 동척’이 있었던 자리다. 바로 동편에 이웃한 대지에는 조선귀족회관이 있었는데 지금은 주차빌딩이 들어서 있다.
경복궁을 동쪽으로 가다 꺾는 지점에 동십자각이 있는데 당연히 서십자각이 있어야 궐대를 갖춘 궁궐의 모습이 된다고 한다. 서십자각은 영추문앞까지 전차선로를 연장하기 위해 귀퉁이의 서십자각을 헐어버린 것이다. 서십자각은 동아일보 1923년 보도사진과 ‘먼나라 꼬레’라는 책에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종묘에서 창경궁으로 건너가는 율곡로 위에 다리가 있다. 원래 이 도로는 일본의 의도로 종묘를 가로지르게 되어 있었지만 순종의 반대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매번 경복궁 별관 옆을 지나면서도 왜 그곳에 서울이 아닌 지방의 탑들이 모여있는지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 이책을 보면 이미 1917년 경회루 동편을 보면 이미 휑한 광장에 탑들이 세워져있다. 1910년부터 경복궁의 전각이 방매되었고 조선물산공진회를 하면서 광장을 가까운 지방(개성, 원주, 경주, 평양, 이천)의 석탑으로 채우게 된다. 이 탑은 지금도 경복궁에 남아 있다.
선린상고를 세운 오쿠라 기하치로는 경복궁의 자선당을 통째로 뜯어가 오쿠라집고관의 조선관으로 삼았다. 이건물은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불타버리고 1996년 그 유구만 국내로 돌아온다.
금강산 유점사에 자생한다는 금강초롱을 동경제대 식물원의 우치야마가 처음 발견한 것은 1902년 일이었다. 명명자는 나카이 타케노신교수인데 당시 공사였던 하나부사가 손수 식물을 채집하여 식물학교실에 기증하여 ‘하나부사야’라는 이름을 남긴다. 1913년 나카이 타케노신은 식물학잡지에 ‘사내초’라는 식물을 게재한다. 식물조사계획을 도와준 데라우치총독에게 고마운 뜻으로 학명에 남긴다.
35세의 청년학자 동경제대 조교수 세키노 다다시는 1902년 조선에 와 62일간에 걸쳐 고건축과 유물들을 짧게 살펴보고 1904년 정리작업을 보고서(한국건축조사보고)로 출판한다. 가히 오류와 편견과 폄하일색이었다. <한국건축조사보고>는 조금은 어설프게 만들어진 불완전한 보고서였음에도 참으로 불행한 일이지만 ‘조선미술사’의 연구는 바로 그렇게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문화유산